美 AI개발자, 국내 특허 불허되자 법원 소송
美 등 16개국에도 출원 후 소송, “결과 따라 큰 변혁” 예고도

AI기술이 각종 디바이스에 접목되고 있는 현상을 묘사한 이미지.(사진=아이티프로포탈)
[AI기술이 각종 디바이스에 접목되고 있는 현상을 묘사한 이미지.[아이티프로포탈]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초거대AI와 인간 닮은 AI가 실용화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인공지능이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에 관한 국내 법원의 판결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만약 법원에서 받아들여 질 경우 산업 전반에 큰 변화와 충격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에 따르면 얼마 전 스티븐 테일러라는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자가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특허출원을 우리 특허청에 제출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16개국에도 같은 출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원인은 “새로 개발한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후에 식품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면서 이와 닮은 어떠한 발명도 없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허청은 이처럼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을 무효 처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인 출원인은 불복하며,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유럽·독일·영국·호주 등 지식재산 분야의 주요국들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 법원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유럽·영국 등 주요국 특허청들과 법원들은 특허법 또는 판례를 통해 발명자로서 자연인만을 인정하고 인공지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3월 독일 연방특허법원은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되, 발명자를 기재할 때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를 같이 기재하는 것까지는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 ‘다부스’ 특허출원 관련 소송은 우리나라에선 처음 제기됐고, 유럽과 호주에선 이미 법원에 의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은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특허청은 “지난해 9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인공지능 발명자 이슈에 대한 주제토론을 벌였고, 지난 12월에도 독일·영국·프랑스 특허청과 향후 인공지능 관련 지식재산제도 정착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주요국들은, 아직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단독으로 발명을 하는 기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법제도 개선 시에 국가 간 불일치는 인공지능 산업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제적 조화가 필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사실상 국제적으로 주요국들이 하나같이 인공지능을 발명 내지 창작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영국·독일에서는 다부스 특허출원에 대해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며, 특허청은 향후 국가별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해당국 특허청과 함께 판결에 대한 대응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국내 디지털정책 연구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이보다 앞서 ‘인공지능에도 법인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는 등 AI에 대한 평가와 시각에도 변화가 일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만약 법인격이 인정될 경우 인공지능의 독자적 창조행위나 창작활동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차제에 좀더 폭넓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식재산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허청도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공지능 발명자 등 관련 지식재산 이슈에 대해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행정소송과 주요국 대법원 판결 결과 등을 종합해 국제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지식재산제도를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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