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파격 대우로 인재 선점
중소 IT업계, 출혈 무릅쓰고 영입
“직전 회사보다 1.5배 or 무조건 1억”, “주4일 혹은 원격근무” 등 유인

사진은 '2022 국제인공지능대전'으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2022 국제인공지능대전' 전시장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국내 IT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하다.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수준인 IT업계로선 필요한 인재를 구하는게 회사 사활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대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 대기업은 거의 ‘칙사 대접’에 준하는 파격적인 대우로 IT 관련 인재들을 붙잡아두거나, 공격적인 스카웃에 나서고 있어 중소 IT업체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는 최근 메타, 아마존, 트위터, 테슬라,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감원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현실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 빅테크 역시 트위터를 제외하곤 대부분 소매 유통이나 중견 관리직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챗봇이나 네트워킹 관련 인력도 대거 해고한 후 오히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응용/시스템SW개발, IT기획, 프로젝트 관리, UI/UX기획·개발, IT컨설턴트, 업무 분석, IT품질관리, 사이버 보안 등 핵심적인 IT인력이 두루 부족한 실정이다. 경우에 따라선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씨’가 마를 정도다. 그렇다보니 IT업계와 핀테크 업계 등에선 갖가지 보상책이나 파격적인 대우로 IT인재를 다수 확보하느라 혈안이 돼있다.

특히 메타버스와 초대형AI, 챗GPT 등 최근 차세대형 디지털 기술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 더욱 이에 필요한 인재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저마다 치열한 ‘스카웃’ 경쟁을 벌이다보니 이들 인력에 대한 IT업체들이 제시하는 대우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지난 연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조사, 공개한 ‘2022년 SW기술자 임금실태조사’ 내용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17개 분야의 임금을 보면, 전체적으로 이들 평균임금은 약 8000만원 가량에 달한다. 그러나 세부적으론 업무분석가의 평균임금 1억1200만원을 비롯해 IT컨설턴트, IT프로젝트 관리자, IT아키텍트, IT감리 직종 등 다수 직종이 1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IT기획자, IT마케터, IT품질관리자 등이 8000만~9000만원선이며, 정보시스템운용자, 데이터 분석가, 정보보안전문가 등이 7천만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연봉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평균’치임을 감안하면, 숙련도나 스카웃 조건, 연차 등에 따라선 평균임금보다 훨씬 웃도는 보수를 받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수준의 연봉은 대체로 국내 재벌집단 계열 대기업 수준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급여 수준이 IT 대기업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란 점에서 해석을 달리 해야 한다. 즉,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에도 못미치는 중소기업들도 이 수준보다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급여를 줄 수 밖에 없다. IT기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출혈’을 무릅쓰고 인재를 영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이 IT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해 동원하는 보상책이나 특전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최근 업계 자료에 의하면 인터넷은행인 토스는 입사 전 다른 직장에서 받은 연봉의 1.5배 혹은 1억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재를 스카웃하고 있다. 상당한 분량의 스톡옵션도 제공하고 있다.

스톡옵션에 있어선 네이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매년 전직원을 대상으로 1000만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하거나, 별도로 현금 성과급을 지급한다. 최근엔 주5일 출근제도를 없애고 6개월씩 돌아가면서 하는 원격근무나, 주 3일이상 출근하는 방식 둘 중 하나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카카오도 회사 출근, 아니면 부서 사정에 따라 원격근무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아예 최근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휴무로 지정하고 있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경력과 연차와 상관없이 오로지 성과와 능력만으로 평가하고 성과급을 지급한다. 휴넷도 무제한 자율 휴가제, 5년마다 한 달 기간의 안식휴가, 그리고 장기근속 포상제도로 인재 유출을 막고 있다.

이처럼 IT업계 혹은 일반 기업들은 회사의 존망을 걸고 인재를 구하느라 혈안이 돼있다. 파격적인 보상이나 복지제도, 개인의 업무와 성과 중심 평가, 원격근무 확대, 단축근무 등 유인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노동시장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인재 선점이 IT분야, 특히 중소 IT기업의 또 다른 생존 과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