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시장, AWS·MS·구글이 장악,
...글로벌 CSP종속 심화
CSP 변경시 ‘기술 호환, 데이터 이전, 멀티호밍 등 어려워’

사진은 AWS와 관련된 국내기업이 IT산업전에 출품한 부스로서,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AWS와 관련된 국내기업이 IT산업전에 출품한 부스.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이젠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 중에서도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클라우드 대중화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 가운데 퍼블릭 클라우드가 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클라우드 제공업체(CSP)에 종속되거나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자칫 이는 자체 인프라가 열악하고 자체 생성 데이터나 SW보다는 클라우드에 많이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체적으로 데이터와 SW를 생성하는 온프레미스 시스템,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이에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외부의 퍼블릭 클라우드의 CSP와 계약, 데이터를 마이그레이션하는 경우가 날로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CSP에 대한 종속성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클라우드 실태조사를 통해 밝혔듯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AWS), 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그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 글로벌 CSP로부터 기업 경영에 필요한 SW(SaaS 방식)와 비즈니스 데이터와 인프라(IaaS) 시스템을 대량으로 공급받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럴수록 이들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네트워크 의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공정위가 공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1위 사업자인 아마존이 점유율 62~78%, 2위 사업자인 MS가 점유율 6~12%를 보였다. 3위인 구글 역시 점차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4위인 네이버와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이는 공정위가 국내의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 32개사를 대상으로 1단계 조사를 하고, 고객사와 유통 파트너, 마켓플레이스 입점 솔루션 등 이해관계자 3천 여개사를 대상으로 2단계 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여서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 기업 중 퍼블릭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16개사가 제출한 매출자료(IaaS·PaaS 관련)를 기준으로 산정한 결과다.

클라우드 이용 방식을 보면, 고객사가 퍼블릭 클라우드만 이용하는 경우가 62.2%로 가장 많고, 하이브리드(퍼블릭, 프라이빗 병행)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26.5%, 프라이빗 클라우드만 이용하는 경우는 1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클라우드 고객사는 여러 클라우드사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하기보다는 특정 클라우드 제공업체(CSP)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높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기업 중 79.9%는 총비용 중 60% 이상을 특정 CSP에만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특정 CSP 한곳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품질이 좋아서”(42.9%), “다양한 솔루션·서비스 종류”(40.2%), “평판”(38.6%) 순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다른 CSP로 이전(마이그레이션)할 경우 멀티호밍하려는 경우, 기존 CSP의 기술이 잘 호환되지 않거나, 협조에 소극적이어서 데이터 이전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즉, CSP로선 독점 거래를 고수하기 위해 멀티호밍이나 다른 클라우드 업체로 이전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원청 기업이라고 할 CSP와 고객을 이어주는 유통파트너사(MSP)도 경로를 복잡하게 하는 원인이다. 아마존, MS, 구글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고객과 직거래하기보다 MSP를 통한 거래를 적극 활용 중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MSP는 특정 클라우드사와 전속거래를 하기보다는 여러 CSP와의 거래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유지보수 및 사고 대응, 제품 이용 설계 및 요금 최적화 업무를 맡아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MSP를 가운데 둔 또 다른 CSP로의 자유로운 전환이나 멀티호밍에 의한 멀티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다시 말해 기존 클라우드 거래처를 바꾸는게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또 기존 CSP나 MSP가 고의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지연시키거나 훼방하는 경우보다, 클라우드 전환 또는 멀티클라우드 도입의 경우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이 보장되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즉, 기존 클라우드 체제에서 설계·구축을 완료하여 사용 중인 업무처리 방식을 다시 설정하거나 새로 개발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나, API, SDK(소프트웨어개발도구) 등이 호환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들로선 클라우드 문제를 넘어서서 기업의 발전이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이전 문제도 걸림돌이 되곤한다. 즉, 기존 인프라에 대량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원활하게 다른 CSP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엔 멀티클라우드 못지않게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함께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해외 주요국의 대응 방안을 참고 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독일 등 주요 외국 경쟁당국들은 클라우드와 같은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사전적 규제를 중심으로 한 입법을 완료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존 거래 중인 CSP나 MSP가 고객사의 데이터 이동이나 상호운용성 등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규율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EU는 아마존, 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한 CSP에 대해 데이터 이동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제정, 오는 5월부터 본격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21년 6월 하원에서 발의된 반독점 5개 법안 중 하나로 이를 규정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데이터 이동성·호환성을 보장하는 법률(ACCESS Act) 등에서 기존 CSP가 데이터 이동성과 상호운용성을 의무적으로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도 기존 CSP가 데이터 호환성을 거부하거나 어렵게 만들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경쟁제한방지법(GWB)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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