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초식동물인 토끼는 날쌔고 활달한 천성을 가지고 있지만 먹이사슬이 지배하는 정글의 세계에서 토끼는 중소기업의 현실처럼 늘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토끼는 어떻게 해야 정글에서 살아남을까요. 바로 ‘꾀있는 토끼는 살아남기 위해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교토삼굴/狡兎三窟)’라는 말처럼 늘 위기에 대비하는 토끼의 지혜가 중소기업에 절실한 때입니다. 특히 올해는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중소기업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중소기업인들이 선정한 새해 사자성어인 '金石爲開(정성이 쇠와 금을 뚫는다)'의 정신으로 약자와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한해를 힘차게 출발하시길 기원합니다. 신년 아침에 여간 부담이 되기는 합니다만 두 달 후에 27대 중앙회장 선거가 있는 관계로 이참에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몇 마디 쓴소리를 던지고자 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60년의 발걸음, 100년의 희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사진전을 비롯해 사랑나눔콘서트, 각종 포럼과 세미나 등을 성대하게 열었습니다. 그러나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창립 60주년 노란우산광고들 이었습니다.

조‧중‧동 등 메이저급 신문사는 물론 방송사, 하물며 지하철 광고에 이르기까지 유례없는 광고물량이 쏟아졌습니다. 중앙회 광고인지 노란우산 광고인지 분간이 어려웠습니다. 당시 노란우산 광고 예산이 수십억원은 족히 넘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산입니다. 지난해 출범 15주년을 맞이한 노란우산은 회계상 특별회계로 중앙회의 일반회계와는 확연히 구분이 되게끔 돼 있는데, 노란우산 광고와 중앙회 광고를 뒤섞어 놓은 듯한 인상을 주었다는 의미입니다.

노란우산 가입자들은 필자에게 “노란우산이 중앙회의 들러리”라는 볼멘소리를 합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닌 듯 하여 중소기업 전문 매체로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게다가 김기문 중앙회장이 노란우산 광고모델로 직접 출연해, “차기 중앙회장 선거를 위한 홍보용”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개그맨 김준현과 가수 양지은이 “펼쳐라 노란우산 달려라 희망자산”이라고 선창을 하면 곧바로 중소기업 대표 등 7~8명의 모델들이 나와 “대한민국 사장님 노란우산 쓰세요”라고 외칩니다. 여기까지는 봐 줄만 합니다. 이때 김기문 회장이 갑자기 방송 화면에 클로즈업되어 “중소기업중앙회는 소기업 소상공인을 응원합니다”라는 멘트를 하면서 광고는 마무리됩니다. 경제5단체장이 광고모델로까지 나오느냐며 눈살을 찌푸리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앞서 27대 중앙회장 선거를 꼭 1년 앞둔 지난해 2월 정기총회를 전후해선 일부 인사들이 ‘김(金)비어천가’를 외치며 김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찌라시를 돌려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관은 이제부터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연말에 출간된 중앙회 창립 60주년 기념 ‘사진으로 보는 중소기업정책사’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저급한 출판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기문 회장이 발간사를 통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협동조합과 함께 만들어온 역사적인 순간들을 사진집을 만들어 회원 여러분과 함께 회고하고 다시 ‘희망 100년’을 여는 시작점을 만들기 위해 ‘사진으로 보는 중소기업정책사’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이 사진집은 김기문 회장의 세 번째 임기(2019.3~2022년 12.5)동안의 활동사진들이 전체의 90%인 500페이지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내용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머지 10%(50페이지 분량) 가운데서도 김 회장의 23·24대 중앙회장 시절 치적이 30%를 차지합니다. 이렇게 공적영역이 한 개인에 의해 훼손되어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야말로 공정성을 상실한 불공정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사진집을 중소기업 정책 60년사로 이해하는 회원이나 독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대략 수 억원은 들었을 법한 정책사에 대한 족보가 없습니다. 출간일자, 출판사, 편집인/편집위원장 등 출판의 족보를 알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진집을 본 한 인사는 “공금을 활용해 개인적인 업적을 홍보하기 위한 자료로 보인다”며 “선거법위반은 물론 배임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 회장은 2020.6.18부터 2022.3.21까지 SNS를 통해 매일의 활동사항을 600여명의 조합 이사장들에게 보낸 뒤 이를 'K-BIZ편지'라는 제목의 출판물(318P)로 발간해 지난해 4월 조합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도 재임기간 본인의 활동사진들이 페이지 마다 이미 중복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계묘년 새해,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의 화두로 개혁을 내걸었습니다. 그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중소기업인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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