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장비·부품, 中·日에 대한 절대적 수입의존 탈피해야
美 중심 공급망 재편, 중국 대체 신규시장 확보할 기회일수도
대중 무역의존 절대적, 중국과의 마찰 최소화한 ‘脫중국’ 전략 필요

사진은 반도체 장비 유통업체인 서플러스글로벌이 설치한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전시장, 데모룸, 클린룸 전경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유통업체인 서플러스글로벌이 설치한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전시장, 데모룸, 클린룸 전경.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서플러스글로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새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큰 지각변동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미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도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반도체기업의 대중국 투자를 견제하고 있고, 동시에 우방국 중심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며 ‘탈중국’의 세계 공급망 질서에 편입하되,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수입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무역협회와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연말을 맞아 주요국의 반도체 공급망 구조와 경쟁력, 그리고 새로운 공급망 재편의 흐름을 분석하며, 우리에게 닥쳐올 기회와 위협요인을 예상해 관심을 끈다. 우선 우리나라가 반도체 완성품을 주로 대만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시스템반도체의 대만 수입비중이 43.5%, 메모리반도체의 중국 수입비중이 76.1%로 나타나는데, 메모리 반도체의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될 수 있겠으나 이는 한국기업의 중국 현지공장 생산물량 확대가 주 원인이다.

반도체 장비는 미국(26.9%), 네덜란드(26.3%), 일본(24.3%)으로부터 주로 수입하고 있는데, 국가별 비중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공급망 리스크가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 품목별로 보면 일부 첨단장비는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EUV 리소그래피(노광) 장비를 네덜란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이온주입기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비중이 84%에 달한다. 반도체 소재는 일본(40.1%)과 중국(17.1%)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의 반도체 소재 수입 구조도 일본(45.7%)과 중국(15.8%)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미세공정에서의 기술경쟁력, 수출 경쟁력, 자국 내 생산능력 등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미세공정 기술경쟁력 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3nm 노드의 반도체 양산에 성공해 주요국 중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만의 TSMC도 뒤이어 3nm 기술 확보에 성공했고, 수율도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로선 반도체 제조 공정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경쟁력은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세계 1위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주요국 중 2위를 기록하며 대만과 함께 선두권을 차지했다. 자국 내 생산능력은 대만이 1위(24.2%), 우리나라가 2위(19.9%)를 차지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생산 시설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 있어 실질적인 국내 생산량은 대만에 비해 적게 집계된 것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세공정 기술경쟁력, 수출경쟁력, 생산능력 등 대부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장비·소재의 높은 대외 의존도가 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반도체 핵심소재 공급망 위기를 경험한 후, 국가 차원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국에 비해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2021년 기준으로 수입금액 1만 달러 이상인 반도체 장비 품목(HS10단위 기준) 중 특정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이나 되는 경우가 전체 품목의 37.5%에 달하는 것을 나타났다. 3가지 품목 중 하나가 거의 전량을 특정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에 비해 대만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90% 이상 되는 품목은 전체의 12.1%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은 그처럼 절대적인 수입의존도를 보이는 품목은 없다.”면서 “당연히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많은 품목이 공급망 교란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반도체소재 중에서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품목의 비중은 한국이 18.2%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고, 대만(16.7%), 미국(7.8%)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과 일본은 외국에서 반도체 소재를 수입하는 경우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新)공급망 재편은 한국이 취약한 장비·소재 분야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따른다. 즉 “반도체 장비와 소재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중국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도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게 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반도체 소재 수입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30.1%에서 2021년 11.0%로 급감했다. 또 “‘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이 미국 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삼성은 텍사스주에 11개 반도체공장을 신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SK하이닉스도 내년 중 반도체 패키징 공장의 미국 내 건설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가 미국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분이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3%와 수입의 2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며, 주요국과 비교해도 수출입의존도가 무척 높은 편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품목 가운데, 시스템(32.5%), 메모리(43.6%), 장비(54.6%), 소재(44.7%)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그래서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 수입을 제한하는 등 보복성 경제제재에 나설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대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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