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선정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회사인 '제이에스티나' 판교 신사옥
노란우산 운용사인 이지스가 842억에 매입
본 건물을 매입한 이지스 부동산펀드에 제이에스티나가 120억 투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간, 배포한 창립 60주년 기념 '사진으로 보는 중소기업 정책사' 표지(오른쪽)와 포장박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저물고 있다. 친기업 이미지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계는 기업활동을 옥죄던 각종 규제가 개선되고 기업인의 기(氣)를 살리는 정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법인세 감면, 반도체특별법 등 각종 관련 법안이 여소야대 국회에 묶여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당초 정부안 대비 뒤로 물러선 상태로 해를 넘기기 직전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638.7조 규모의 내년 정부 예산안 또한 여야 대결구도 속에서 법정 시한을 3주 이상 넘겨 당초 정부안에서 대폭 수정된 상태로 최장 지각 처리됐다. 앞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소야대 구도 속 작금의 여의도 상황을 예측 못한 것은 아니나 유례없는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에서 자당이익을 우선하며 팽팽한 대치를 일삼는 국회를 바라보며, 국민 입장에서 ‘국회의원 의석수 대폭 축소’를 희망 선순위로 꼽을 정도다.

그나마 중소기업계에선 오랜 숙원이던 납품대금연동제가 법제화되어 내년 10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암울한 경제전망 속에서도 적지않은 위로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1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업계 구심점이라고 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출범 60년을 맞이했으며, 내년 2월 제27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례없이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관련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수장으로 기업인 출신의 이영 장관이 새롭게 취임했고, 윤석열 정부가 용산 시대를 열면서 가장 먼저 중소기업계를 초청해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중소기업인 대회’를 치루었다.

협동조합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일로는 직접생산확인제도 운영업무가 중소기업중앙회와 각 협동조합에서 중소기업유통센터(중기부 산하)로 이관된 사실을 꼽을 수 있다. 현 중기중앙회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은 2019년 8월 불구속기소 이후 4년째 1심 재판을 끌어오다 내년 2월말 회장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다. 공판기일로 볼 때 1심 선고가 내년 2월 중앙회장 선거 이후로 넘어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 운용사 중 한 곳(이지스자산운용)이 현 중앙회장의 회사(제이에스티나)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이해충돌’의 소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중기중앙회가 발간한 ‘창립 60주년 기념 중소기업 정책사(史)’라는 것이 업계 사람들의 입에 화젯거리로 오르내리며 세밑을 들끓게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60년사를 담아야할 정책사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직 못 본 사람들은 일부러 찾아서라도 한번 들여다볼 일이다.

중소기업투데이는 2022년을 보내며 중소기업계 5대 뉴스를 뽑았다.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를 제외하곤, 언론이 미처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고 여긴 사건들 위주로 선별했다.

① 이지스자산운용과 제이에스티나 간의 ‘수상한(?) 거래’

중소기업중앙회가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 운용사 중 한 곳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창업해 현재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제이에스티나(전 로만손)의 판교 건물을 지난 2021년 4월 매입한 사실이 최근 언론보도에 의해 드러났다.

실제로 제이에스티나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이지스자산운용측에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제이에스티나가 판교에 신사옥용으로 건립한 건물을 842억원에 매입을 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이에스티나 판교건물 매입을 위해 부동산펀드(이지스제408호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를 만들었고 해당 펀드를 통해 842억원에 매입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실제 건물 양도가액은 425억원이며, 이는 총자산양수도가액 842억원에서 공사비 잔금 등으로 지급예정인 417억원을 차감한 금액”이라고 확인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제이에스티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해당 부동산펀드에 판교 신사옥을 매각한  것과 별도로 120억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노란우산공제의 자산운용사라는데 있다. 앞서 2020년 7월 중기중앙회는 노란우산공제 기금 1000억원을 이지스자산운용에 출자 형식으로 투자했다. 이지스측은 제이에스티나 건물을 매입한 부동산펀드와 노란우산 투자금과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공제기금운영위원장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인 점을 감안할 때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견해다.

② 중기중앙회 창립 60주년 기념 정책사 발간

중기중앙회가 최근 발간한 창립 60주년 기념 '사진으로 보는 중소기업 정책사(史)’가 세밑 화젯거리다. 중기중앙회는 이달초 송년연찬회 자리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참석자들에게 두툼한 양장본의 60주년 기념 정책사를 배포했다. 그런데 이를 펼쳐본 조합 이사장 등이 대체로 아연실색한 것이 전체 550여 페이지를 김기문 회장 관련 사진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60년사를 개인 화보집으로 만들었다”며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나 해당 화보집은 펴낸곳, 인쇄소 및 출판날짜 등 출판 기록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화보집 어디를 살펴봐도 60년사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고 김기문 회장의 재임기간 사진들로만 오롯이 채웠다”며 “이 정도면 안하무인 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책사로서의 가치도 없는 이같은 컬러 화보집을 고급 양장본으로 만드느라 못해도 수억원의 비용을 썼을 것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 차기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선거권자 겸 피선거권자인 협동조합 이사장들 사이에선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다른 조합 이사장은 “중앙회 정책사라고 하면 태생부터 현재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과거 것은 전혀 없고 김기문 회장 재임기간 ‘누구를 만났다’라는 것을 화보집으로 만들어놓았다”며 “60주년 정책사가 아니라 개인 선거운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올해 방송, 신문 등 언론매체에 노란우산 광고를 집중적으로 실시했는데, 이들 광고에 김기문 회장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3선 경력의 김기문 회장이 지난 12년간 중앙회장직을 장기수행하면서, 중앙회의 사유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 ‘60년 정책사’를 김 회장 ‘개인 화보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제작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는 게 업계 사람들 얘기다.

③ 두 달앞 중기중앙회장 선거, 김 회장 단독 출마?

제27대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내년 2월로 다가왔으나, 예비후보자가 나서질 않고 있는 이례적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다간 올들어 4선 도전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김기문 현 회장이 단독 출마해 16년간 중기중앙회장직을 이어가는 ‘중소기업사에 남을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이 차기 선거 출마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3선 경력의 김 회장에 맞설 후보자가 현 협동조합 이사장들 중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 회장 측근 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김 회장을 차기 회장에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올초부터 있은데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김 회장 단독 출마’를 통해 연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지난 23대 회장 당시 회원 10분의1 이상 추천을 받아야만 후보로 나올 수 있는 사전등록제를 도입했고 24대 회장 선거(2011년 2월)에 단독 출마해 이미 연임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상황이 말이 안된다고 보는게, 김 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26대 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4년째 1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진행상황을 보면, 이달 23일 재판에서 김 회장측 증인 심문이 있었으며 피고인인 김 회장측 요청에 의해 내년 3월 마지막 증인심문이 예정돼 있다. 이에 내년 5~6월경 1심 선고가 나올 전망이다.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화된다.

④ 직접생산(직생)확인제도 업무 빼앗긴 협동조합

직생확인제도 운영기관이 올해 4월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유통센터로 넘어갔다. 이에 직생 운영이 주요 업무이던 상당수 협동조합들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을 구매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당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야하는데, 이때 공공기관은 계약 중소기업의 직접생산여부를 직접 확인하거나 중기부에서 발급하는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통해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중기간경쟁제품에 따라 필수 인력과 공정, 생산 및 검사설비 등의 요건을 충족하고 준수하는지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서를 발급하게 돼 있다.

중기부는 그동안 중기중앙회에 해당업무를 위탁하고 중앙회는 주로 제품별 관련 협동조합들로 하여금 현장조사 및 직생확인서 발급업무를 담당하게 해 왔다. 2007년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고 그 대안으로 중기간경쟁제품제도가 도입되면서 직생확인업무는 협동조합들이 신규 회원사를 유치하는 등 조합을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직생확인을 둘러싸고 공정성과 전문성 시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되면서, 중기부가 중기중앙회에서 업무를 가져와 중기유통센터로 넘겼다. 중기유통센터는 관련 조직을 새로 만들고 전문인력 등을 실태조사원으로 뽑아 현장매뉴얼에 따라 직생확인제도 운영에 들어갔다.

직생확인 업무가 사라진 협동조합들은 그동안 관련업무를 해오던 인력을 내보내야 하고 조합을 지탱하던 큰 줄기가 사라지게 되자 사전에 이를 대비하지 못한 중기중앙회와 소관부처인 중기부를 상대로 이관 반대 시위를 하는 등 노력을 했으나, 결정을 되돌리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버린 셈이 됐다.

이참에 협동조합들도 새롭게 자생력을 갖출 방안이 모색돼야 하며, 협동조합 생태계도 시대변화에 맞게 바뀌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⑤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

위탁기업인 대기업 등에 물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제값’을 받는 것은 수탁기업인 중소기업들에 있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을’의 입장인 중소기업들은 원재료가격 급등 등의 원가상승시 위탁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를 올려받지 못해도 거래가 끊길새라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지난해 원재료값 급등이 글로벌 차원에서 이슈화 되면서 국회가 납품대금연동제 관련 법안(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중기부가 이를 적극 추진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 내년 10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이 이뤄진 셈이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대기업을 대변해 법제화에 반대하고 나섰으나 사회적 여론이 법제화 쪽에 이미 기울어 물결을 돌려놓지 못했다.

이에 기업들은 내년 10월4일부터 수·위탁거래 시 남품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기재를 해야 한다. 개정된 상생협력법은 위탁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거나 거짓 또는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의무를 피하려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이를 위반시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중기부는 업계와 소통하며 내년 2월까지 하위 법령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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