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연임 가능?
‘연임 적격’ 받았으나 복수 후보 심사 검토 요청
‘낙하산 인사’ 틈새 줘 긴장 상황
실적은 ‘긍정적’, ‘쪼개기 후원’ 사법 리스크
일러야 내년 1월 중순 대표 선정 전망

KT 분당 본사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KT 차기 대표 인사가 겉돌면서 KT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AI반도체, AI의료 사업 등 다양한 디지털 전환 사업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 이사회가 복수 후보를 선정, 압축하고 면접을 진행해야 하는 행보가 내년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일러야 내년 1월 중순까지 대표 선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전방위적인 만큼 과거 인물의 재등장도 눈여겨 봐야해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다.

이에 따라 새해 KT 발전 방안 개관이나 세부적인 청사진 제시도 늦어질 뿐 아니라 조직 개편과 이에 따른 인사도 지체돼 KT의 성장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KT 대표, 연임? 혹은 낙하산?

22일 KT 등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KT대표는 지난 13일 심사위로부터 연임 적격 평가를 받고, 이사회에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으로 결정될 경우 차기 대표 후보에 단독으로 추천할 예정이었지만 구 대표 요청을 수용, 추가 심사를 진행한 이후 차기 대표 후보를 뽑기로 했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11월8일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통상적으로 KT는 11월 중하순~12월 초 새해 임원진 체계를 갖췄던 것에 비해 올해는 이미 보름 넘도록 늦어졌고, 구 대표의 복수 후보 심사 요청에 따라 내년으로 넘겨질 조짐이다.

KT 측은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 검토를 요청했다”면서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심도있는 논의 이후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표 선정이 늦어지면서 ‘낙하산 인사’가 재연될 틈새를 줬다는 업계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윤 정부 측에서 구 대표에게 귀띔을 해주는 바람에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진작에 밝혔음에도 복수 후보 심사 가능성 검토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올해로 민영화 20주년을 맞은 KT는 과거 대표 선임 과정이 순탄치 못했다. 여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해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 출신이 끼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현직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경우도 거의 없다.

KT의 내부 출신 대표이사는 2002년 민영화 이후로 남중수 전 사장 뿐이다. 연임 이후 임기를 완주한 사례도 전임인 황창규 회장밖에 없다. 그나마 황 전 회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정권 교체 이후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중도 하차 위기를 겪었다.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

구 대표, 실적은 ‘긍정적’...‘쪼개기 후원’ 등 그림자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KT 대표’ 인사에 오르내리는 인물들도 ‘KT 입성’은 쉽지 않다. 이사회의 실권을 쥐고 있는 친노·친문 인사들 때문이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김대유 전 경제정책수석 등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024년까지 사외이사 임기가 남아 있어 신임 대표이사 선임에도 크게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현 친여권 인사들 중 친노 출신 사외이사들과 원활한 사이라면 차기 KT 대표로서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사실 구현모 사장 재임 중 실적은 긍정적이라 연임 가능성이 높았다. 2020~2021년 KT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늘었다. 작년 매출-영업이익은 각각 24조8980억원, 1조672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2%나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가도 취임 초 1만9700원에서 3만6850원으로 87% 정도로 크게 올랐다. 이로써 지난 8월 시총 10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그림자도 있다. ‘쪼개기 후원’ 혐의로 지난 6월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이다. 구 대표는 황창규 전 회장 아래서 부서장급 임원으로 근무했을 때, 다른 임원들과 함께 ‘상품권깡’을 통해 조성한 돈을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제공했다. 소위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기소됐고,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구 대표는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쪼개기 후원’의 여파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KT는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으로 630만달러(약 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되는 오점을 남겼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25일 터진 KT 통신망 장애사태로 전국 통신망이 마비된 사실 역시 구 대표를 죄는 족쇄다. 당시 원인은 KT의 부실한 관리시스템으로 밝혀져 책임자인 구 대표에게 통신망 마비의 장본인이라는 멍에가 씌어진 것이다.

어쨌든 이달 6일 기준 KT의 지분 10.35%를 가지고 있는 단일 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이 구 대표든, 다른 물망에 오른 대표 후보든 손을 들어줘야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정치권의 외풍도 막아줄 뿐 아니라 사업 추진의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과연 국민연금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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