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가족기업학회 차기 회장

윤병섭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윤병섭 교수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폐지 시한이 올해 연말로 다가왔다. 이 제도는 유연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임금 감소 고충이 큰 5~29인 사업장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면 주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1월 1일부터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되면 근로자도 이롭지 않고, 사용자도 이롭지 않으며, 세상도 이롭지 않다. 요즘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 후유증으로 물가가 뜀박질하고 금리는 치솟으며, 환율은 널뛰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어 근로자, 사용자, 국가는 삼중고, 사중고에 시달린다.

당장 근로자들은 현재 연장근로로 받는 1.5배의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불법이 되는 연장근로를 할 수 없어 급여는 줄게 된다. 일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근로를 제공하고 1.5배 받을 보상 기회를 잃어 물가로 빠듯한 생활에 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제도 시행이 전체 국민 약 30%에 영향을 줄 만큼 파장도 크다. 통계청은 2020년 기준 30인 미만 사업장이 183만 개, 건강보험이 가입된 직장인 근로자가 827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피부양자까지 포함하면 1511만 명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폐지 영향권에 들어 있다.

현재 사업장은 채용할 사람이 없는 가장 시급한 문제를 안고 있으나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폐지하면 인력난이 더 가중될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최악의 경제난에 수익률이 악화된 숙박·음식업, 제조업 등 30인 미만 대다수 사업장이 더 큰 어려움을 당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직종별사업체 노동력조사를 살펴보면 5~29인 사업장 인력부족률 3.7%가 전체 사업장 평균 3.2%보다 높다. 특히 숙박·음식업 6.4%, 제조업 6%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일감이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어 납품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면 독자께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하겠는가. 이제 외국인 근로자도 인사 없이 나간다. 음식점 등을 포함한 30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 다수가 외국인 노동자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조치로 입국이 제한되면서 지금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자.

먼저, 월별로 수주량의 변동이 매우 많은 철강제조업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생산 대응이 쉽지 않다. 최대 생산량에 맞춰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추가 채용한다면, 수주량이 줄었을 때는 노동유연성이 없어 잉여 인력이 발생한다. 게다가, 기계 작업 등 어느 정도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이 많아, 추가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일용직을 사용할 수 있으나 이 대안도 한계가 있다.

자동차부품제조업은 젊은 인력이 추가로 수혈이 안 돼 현재 직원 평균 연령이 50대다.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없이는 고객사 주문의 70% 정도만 대응을 할 수 있다. 해가 갈수록 구인난이 더욱 심해지고, 이윤은 줄어 경영상황이 나빠질 텐데,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바람직한지 현장에 와서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볼트 및 너트류 제조업은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가 없어질 때 생산성은 감소하고 납기는 지연될 것이며, 연장수당 감소로 근로자들 불만이 폭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인력 부족을 교대근무로 대응한다 해도 임시방편일 뿐이며, 생산 단가는 상승하고 생산성은 오히려 저하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금속제품제조업은 용접, 프레스 공정의 뿌리 제조업으로 내국인 직원이 늘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폐지하면 추가 채용해야 하나, 추가임금 부담에 작업능률 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이다.

이처럼 소규모 사업장은 청년층 노동인구 감소와 저임금 일자리 기피현상이 겹쳐 근로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을 가진 소기업에게 조금 더 일하는 것까지 하지 말라고 하면 문을 닫으라는 얘기로 들린다.

주 8시간 추가 연장근무 일몰이 임박하면서 소기업이 사업을 접겠다는 볼멘소리를 여기, 저기서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2022)에 따르면, 30인 미만 기업들 중에 연장근무 제도를 활용하는 사업장이 약 63만 곳이다. 주 8시간 추가 연장근무 제도가 사라질 경우 70~80% 정도의 사업장은 현재 대안조차 없어 법에 저촉되더라도 연장근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추가 연장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조항이 일몰될 경우 납품 등을 맞춰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연장근무를 하는 모든 소기업, 영세업체 사업자는 무더기 범법자가 된다. 그렇더라도 대안 없는 사업장은 어쩔 수 없이 연장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는 근로자도 이롭지 않고, 사용자도 이롭지 않으며, 세상도 이롭지 않은 처사다.

모두에게 이로운 현명한 판단, 소규모 사업장은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숨을 쉬고, 근로자는 연말에 월급 걱정을 덜어 안도의 숨을, 사회는 물가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산타랠리(Santa Claus rally)가 될 수는 없을까? 2년 정도만 연장해달라는 경제계의 목소리를 굳이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일몰! 해가 넘어가면 해 뜰 때까지 밤의 시간이다. 칠흑 같은 어둠에 밤길을 걸어가기가 쉽지 않다. 근로자도 이롭고, 사용자도 이로우며, 세상도 이롭게 하는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되지 않은 크리스마스로 기록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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