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前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br>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2022년 하반기부터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한국경제에 신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경보가 발령된 상태이다. 미국발 고금리로 인해 내수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어 그 피해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직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의 공급충격은 고물가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에 6.3%를 기록한 이후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5%대를 상회하고 있다. 고환율은 한때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나 이제는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오히려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한국경제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발발로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최악의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나타나 물가상승 및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경기가 급냉하면서 대기업 등의 곳간 인심도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선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이나 투자 축소를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선다면 내년도 고용시장의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른바 신3고로 촉발된 복합위기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중소기업계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소기업 협단체에서 발표하는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중소기업은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어 호재보다는 악재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비상경영 사태로 접어들어 운영자금이나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2년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3년 경영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53.2%)은 2022년 경영환경이 어려웠다고 응답했으며 그저 그렇다 35.4%, 어렵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은 11.6%에 그쳤다. 또한 경영이 어려웠던 요인으로는 ‘수요위축’(57.3%), ‘금리인상’(42.7%), ‘인건비 상승’(28.4%)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2023년 전망도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2023년 경영환경에 대해 응답기업의 61.5%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응답했으며, 악화를 예상한 기업도 26.3%에 달하고 있어 내년에도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렇다고 비관은 금물이다. 지금과 같이 호재보다는 악재가 시장을 주도하는 위기 상황에서는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필요하다. 경제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별 경제주체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 끝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1997년과 2009년 경제위기 극복과정을 복기해보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이라는 수단에 매몰되어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질식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업생태계를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부품소재 기업, 건실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이를 복구하는데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15일 개최된 중소기업 개방형 협력네트워크인 아이콘(i-con) 성과보고회에서 만난 협단체 임원들은 현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는 지나가기 마련이고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지나고 보면 한국경제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역발상의 선택을 통해 여타 국가들보다 빠르게 위기 국면에서 빠져나왔다. 현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재정 여력이 여의치 않아 중소기업계의 자구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소기업의 선제적인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복합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 생존전략은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도 치열하게 현장을 지키는 중소기업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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