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칼럼니스트
고양생명의전화 상담 매니저, 심리학자

이선미 칼럼니스트
이선미 칼럼니스트

농사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이다. 농사꾼은 그저 계절과 날씨에 영향에 따라 농작물을 거둬들이는걸 당연하게 여긴다. 비가오면 비를 맞고, 우박이 치면 우박을 맞아야 하는게 농촌의 현실이다. 그러다가 요즘 와선 비닐하우스 농법으로 한겨울에도 딸기나 피망같은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수 있고, 밥상에도 푸른 푸성귀가 언제든 넘쳐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젠 ICT 기술이 농업과 농업인을 대신하고 있다. 원격이나 자동으로 최적의 생육 환경을 제어하는 스마트팜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돼 농장의 온도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등을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어장치를 구동해 적절한 환경으로 맞추는 것이다. PC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원격관리가 가능해 직접 논밭에 가지 않아도 비닐하우스 창문을 여닫거나, 가축에게 사료를 공급할 수도 있다. 인류가 출현하고 태고적부터 농경이 시작된 이래 처음 보는 ‘탈(脫)인간’의 농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기온 상승으로 농업 생산 환경이 변하고 각종 농산물의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다. 본래 대구 특산물이었던 사과가 철원이나 홍천 지역의 명산품이 되었고, 아열대 이남에서 생산되었던 바나나, 망고와 같은 열대 과일이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서 재배되고 있는게 요즘이다. 그렇다보니 이젠 자연에만 의존해온 관행농업으론 더 이상 경쟁이 안 된다. 품질좋고 경쟁력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선 인위적으로 최적의 작물 재배환경을 맞춰주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팜은 그 해법이 되고 있다.

농업은 다른 어떤 분야 못지않게 4차산업혁명의 거센 열풍을 맞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농촌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이 ‘농사꾼’을 대신하고 있다. 농업인은 언제, 어디서든 온실이나 축사를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하면 된다. 농장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즉시 알람 문자와 경고 알람이 뜬다.

갈수록 드론을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농약 살포가 대표적이다. 애초 사람에게 매우 유해한 농약 작업을 이젠 기계가 순식간에 해낸다. 축산도 마찬가지다. 가축의 귀에 부착형 또는 삽입형 무선 센서를 심어, 실시간으로 건강상태를 살핀다.

그런 가운데 젊은 도시인들의 귀촌은 스마트농업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귀촌을 독려하는 분위기도 이런 현실을 부추기고 있다. 젊은 귀농인들은 몸으로 때우는 앞선 세대의 농삿일이 아닌, 좀더 스마트한 농법을 이식하느라 바쁘다. 이처럼 ‘스마트 영농법’과 IT지식을 밑천삼은 젊은 귀농인들로 인해 우리 농촌과 농업의 모습은 날로 스마트해지고 있다.

물론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고 할까.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전해듣기로는 부여의 한 대단지 스마트팜의 사례가 그런 경우다. 이곳에선 토마토를 땅에서 재배하지 않는다. 대신에 빅데이터와 IoT기술을 이식한 ‘식물 공장’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작물이 필요한 양분도 땅에서 취하는게 아니라, 모두 수용액으로 만들어 토마토 나무마다 일일이 호스로 직접 공급하는 양액재배를 하고 있다. 수용액에는 질소와 인산 칼륨 등 온갖 비료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토마토가 성장해 가는 단계마다 공급된 수용액의 10%에서 30% 가량은 다시 배출된다. 그렇다고 완벽한 재처리 시설을 갖춘 것이 아니다보니, 녹물처럼 시뻘건 물이 그냥 방류된다는 소식이다. 정부나 지자체도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아직은 제대로 된 스마트팜 규제 기준도 없고 뾰족한 대책이나 예산도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스마트농업과 스마트농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서 걸맞은 제도와 정책을 만들면 된다. 분명 스마트팜 덕분에 뙤약볕 아래 땀흘려 수고하지 않고도 풍부한 수확물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딸기나 포도 농장, 논과 밭 어디서든, 구부정하고 늙수구레한 농업인 대신, 로봇과 드론이 돌아다니며 농사짓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될 것이다. 농업이나 축산업, 원예농업을 막론하고 10년 전 만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논벌판과 목가적 전원지대가 이젠 첨단 테크노피아의 현장이 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기술만능의 문제점을 짚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전원일기는 아랑곳않고 매일 새로운 스마트 기술로 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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