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 ‘아시아 신흥국 외환위기 가능성’ 심층분석 공개
유연한 환율제도, 외화유동성 관리, GDP 대비 부채 규모 개선 등
그럼에도 美 금리인상, 무역수지 악화 지속 땐 그 결말 알 수 없어

인도네시아의 한 도시 풍경.
인도네시아의 한 도시 풍경.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아시아 신흥국들이 당장 외환위기 등과 같은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 국가의 부채와 외환상황, 무역 수지 등을 볼 때 아직 예단하기 힘들 만큼 불투명하므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미국의 통화긴축과 달러화 강세 등으로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서 통화가치 급락 등 불안 양상이 나타나자 일각에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재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기관은 그러나 아시아 신흥국들의 환율정책이나 부채규모, 금융시스템 개선 등을 감안하면 아직은 그런 결론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강달러 등이 지속될 경우 국가별로 상이한 내재 취약성이 노출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며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최근 IMF 권고 기준을 하회해 대외 취약성이 증가했으며, 필리핀은 경상·국제수지 적자 지속, 태국은 내외금리차 역전폭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등이 약한 고리”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주요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평균 8.6%나 절하되었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도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89억달러 순유출되었다. 이는 “1990년대 위기 발생 이전의 대외 환경과 최근 상황이 유사하며, 특히, 신흥국 위기의 주범인 미국의 금리인상 강도와 속도가 심화된 점이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했다. 그나마 1일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한 강연회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다소 완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에 다우존스 등 뉴욕증시가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는 크게 낮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어서 이런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국 금리인상 속도를 보면, 1990년대 당시 정책금리가 3년여간 250bp 오른 데 비해 이번 인상 기조에선 지난 9개월간 무려 375bp나 상승했다. 이는 강달러, 고금리 등으로 이어져 신흥국 금융여건이 전방위적으로 위축되었다는 뜻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엔화와 위안화의 약세가 문제로 지적되엇다. 엔화의 경우 지난 1995~97년엔 –38% 하락했으나, 2022년엔 –17.3% 하락했다. 위안화는 지난 1994년 -31%, 2022년에는 –11.3%나 가치가 하락함으로써 아시아 신흥국 전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흥국의 부채 증가세가 억제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내년 만기도래가 집중되고, 금융여건이 악화되면서 상환 부담이 가중되며, 공공 및 민간부문의 채무 불안이 동시에 커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채 증가 또한 지속되고 있다. 에너지·식량 안보 위기 속 사회적 긴장 고조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부채 증가가 지속되는 한편, 성장 제고 효과는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또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코로나19 위기 정점이었던 2020년 123.2%까지 상승한 후 이들 국가는 부채관리에 나서며 2023년 111.3%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신흥국은 64.7%에서 68.5%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상환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내년 말까지 만기도래(총부채의 16~19%)가 집중된 가운데, 달러화 강세 및 금리 상승 등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신용시장 접근도 제한적이다.

그렇다보니 한계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즉, 투입원가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민간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향후 차입비용의 추가 상승과 함께 파산 사례가 확대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ICR)이 1 미만인 한계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 합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중이 2020년 3.4%에서 2021년에는 4.0%, 그리고 2022년에는 5.3%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고금리 및 달러화 강세 등이 지속될 경우 신흥국의 부채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취약국을 중심으로 자본이탈이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불안이 전이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위기가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 이유로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과거 위기 시에 비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것이다. 즉, 유연한 환율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시장에 의해 환율이 자유롭게 움직(고정→변동환율제)일 수 있게 하여 급격한 통화 절하를 예방하고, 달러 부채에 대한 과도한 노출을 억제하고 있다는 평가다.

외화유동성 관리 강화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아시아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1996년에 비해 약 4~30배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경상수지도 과거 위기 시에 비해 대체로 양호하며 관광업 재개 등으로 내년에는 크게 개선될 여지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부채구조 및 금융시스템의 개선도 긍정적 변화로 평가되었다. 외채 의존도(GDP 대비 28.6% → 20.8%)가 축소되고 현지 통화 비중이 증대되었다. 또한 금융기관에 양질의 자산 축적 등을 위한 국제표준(바젤Ⅲ, IFRS9)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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