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금시장 안정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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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RP 매입으로 2.5조 유동성 지원
부동산‧금융규제 완화, 단기금융시장 ‘인공호흡’
정책지원 프로그램 매입 여력도 확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비롯된 자금시장 경색에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행을 통한 유동성 추가 지원은 물론 금융 규제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긴급 처방을 단행했다.

여기에 이미 내놓은 ‘50조원+α 시장안정대책’ 이외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정책지원 방안도 다각적으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은 RP 매입, 2.5조 유동성 지원

한국은행은 28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단기 금융시장 유동성 경색을 우려,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출자 금융기관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대 2조5000억원까지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연말 금융기관‧기업들 자금조달 우려 확산과 단기금융시장 경색 심화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채안펀드 참여 금융기관별 지원금액은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 관련 개별 기관 출자금액의 50% 이내로 최대 2조5000억원이다.

이로써 한은은 83개 출자 금융회사에 대해 91일물 RP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3개월마다 시장상황 개선 정도 등을 고려, 차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리는 시장 실세금리에 10bp(1bp=0.01%P)를 더한 값으로 입찰 당일 공고 시 발표한다.

한은은 “현 통화정책 기조에 배치되지 않도록 이번 지원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은 RP매각 등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곧바로 흡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지원을 통해 금리상승에 민감한 부동산 부문 익스포져(위험노출)가 큰 금융부문의 과도한 유동성 경색 상황과 불안심리가 진정돼 통화정책 긴축기조 지속에 따른 예기치 못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은의 조치는 금융시장이 안정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지만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경색 여파가 아직까지 보이고 있고, 은행권으로 자금이 몰려 금융업권별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차이가 나타나는 데 대한 처방이다. 특히 은행권에 자금이 편중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캐피털 등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특히 한은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주요국 물가지수‧금리 결정 발표 등 주요 이슈가 연달아 남아 있다”면서 “특히 부동산 경기 부진, 연말 결산 등에 따른 자금수급 변화 등으로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상존하고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부동산‧금융규제 완화로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이와 함께 정부 및 관계 기관은 이날 회의를 통해 시장 동향과 연말연초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살펴 단기금융시장 등의 조속한 안정화를 위해 적극 대응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관계기관·금융권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채권시장 수급 안정 ▲시장·기업 유동성 개선 ▲부동산 안정 차원에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정부는 우선 부동산 안정을 꾀하기 위해 채권‧단기 자금시장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관계기관은 인허가 후 분양을 준비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부동산 PF 보증 규모를 5조원으로 확대하고 요건도 완화한다. 이로써 내년 말까지 공급할 PF 보증 규모는 총 15억원으로 확대된다. 또한 보증이 제공되는 대출금리 한도가 폐지되는 등 보증 대상 요건도 추가 완화된다. 아울러 5조원의 미분양 PF대출 보증 신설도 당초 내년 2월에서 1월1일로 앞당겨 시행된다. 또한 정부는 시장 안정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연내 등록임대사업제를 개편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등 부동산 규제도 추가 완화할 방침이다.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 규제도 추가 완화한다. 우선 은행의 예대율 확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종류의 정책대출 등은 예대율 산정 시 대출금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2조8490억원), 관광진행개발기금(1조8024억원) 등 총 8조5000억원의 정책금융 대출은 예대은 계산에서 빠지게 된다. 이는 곧 예대율이 0.6%p 하락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은행권이 같은 수준의 예대율을 유지한다면 8조5000억원의 대출 여력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또한 보험사의 퇴직연금 차입 규제도 한시적으로 풀어준다. 퇴직연금 자금 이탈 문제 대응을 위해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 한도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RP매도 허용도 확정한다.

연말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머니무브(증시나 부동산이 호황이거나 낮은 금리가 지속될 때 자금이 안전자산인 은행예금에서 부동산, 주식채권 시장 등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규제도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퇴직연금과 같은 특별계정 차입 한도는 계정 자산의 10% 이내로 제한되는데, 이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 유동성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퇴직연금 지급 등으로 자금이 필요하면 일시적으로 차입해 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급격히 대규모 퇴직연금이 빠지면, 보험사는 보유한 채권 등을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이 경우 채권시장의 공급 증가로 금리 인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미리 막아준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채무보증 이행 NCR(net capital ratio, 순자본비율) 위험값도 개선한다. 증권사의 자기 보증 유동화증권 매입이 허용됨에 따라 NCR 위험값을 합리적으로 맞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모사채를 인수한 형태의 채무보증 이행시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원화 유동성 비율 규제도 내년 3월까지 한시적 완화한다. 여전사 조달 여건 부담 완화를 위해 원화 유동성 비율을 10%p 완화한다는 것이다. 카드사, 할부금융, 캐피털 등의 돈줄을 확대시켜 주기 위해서다.금융지주그룹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도 마찬가지로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푼다. 자회사의 다른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기존의 10%에서 20%로 늘리는 동시에 신용공여 합계도 20%에서 30%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지주의 자회사에 대해서는 최대주주인 금융지주가 확실하게 유동성을 책임져 달라는 뜻이다.아울러 채권시장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는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대폭 줄이고,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도 채권 발행 물량을 축소, 은행 대출 등으로 전환한다. 은행‧정부‧공공기관도 채권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기로 했다.

정책지원 프로그램 지원도 확대

정부는 시장‧기업의 유동성 개선을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 기업어음(CP)·회사채 매입 등 정책지원프로그램 매입 여력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은의 유동성 지원 이외에도 산은·기은·신보의 회사채와 CP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 CP매입, 증권사·건설사의 보증 PF-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프로그램도 보다 신속하게 집행한다. 여기서 ABCP란 유동화 전문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가 매출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을 말한다.

어음증권사의 PF-ABCP 매입은 지난 24일부터 개시했고, 건설사의 PF-ABCP 매입도 수요 조사와 심사를 거쳐 이번 주부터 개시한다. 산은의 증권사 발행 CP 매입도 심사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매입 속도를 올린다. 정책지원프로그램을 통한 CP 차환물 매입 시 만기를 연장하는 등 만기 단기화에 따른 부담도 줄여 유동성을 높여준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은행으로 들어간 자금이 잘 흐르고, 제2금융권이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맞추기 위해 채권 매도 등 무리하지 않도록 계획했다”면서 “은행의 숨통을 열어줬기 때문에 그 자금이 실질적으로 단기자금시장과 기업자금시장에 효과가 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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