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본점 이전 문제로 태풍을 맞은 KDB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로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환하게 불을 밝혔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연말 분위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치·금융 1번지 여의도에서 첫 번째로 점등한 2022년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닌가 싶다.

천사가 나팔을 부는 모양의 반짝이는 전등 장식 아래 산업은행 직원들의 심란한 속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산업은행 노조가 설치한 팻말에는 ‘불통의 대명사 강석훈 회장 물러나라’는 내용의 구호가 선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을 공약으로 들고나온데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까지 이에 가세하면서, 산업은행 직원들은 난데없이 부산으로 이주하게 될 처지에 놓여 특히나 젊은 직원들 사이에 동요가 크다는 게 은행 내부자의 전언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려보낸 강석훈 현 산업은행 회장은 부산이전을 밀어붙이려는 입장이고, 직원들은 ‘왜 부산으로 가야하는지’ 그 당위성에 전혀 공감을 못하다보니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서울-부산 중간쯤인 대전·세종으로 합의를 볼 수도 없고, 정작 ‘키(key)’를 쥔 사람은 따로 있다보니 협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도 소통을 도출하는데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

당위성이 부족하면 작은 행동 하나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고, 당위성이 충분하면 거대한 산도 옮길 수 있을 것인데, 현 산업은행 사태의 본질은 ‘왜 부산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아닌가 한다. 정치논리에 의해 가라고 하니 직원들의 마음이 움직일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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