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태풍 앞둔 금융권, 누가 남고 누가 떠나나
인사태풍 앞둔 금융권, 누가 남고 누가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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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만 재연임 ‘확실시’
손병환 농협금융회장, ‘1년짜리’ 연임 가능성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관치금융’ 논란으로 불확실
관치금융 ‘낙하산·보은인사’, 시장원리로 돌아가야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연말과 내년초 금융권의 대규모 인사철을 맞아 각 금융그룹 안팎에서는 수장의 연임 가능성 예상이나 새로 떠오르는 최고경영자(CEO)들 하마평이 무성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도 금융정책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앞세워 금융권 사안, 특히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심증과 방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CEO는 물론 금융권 인사에 손을 쓸 것이라는 ‘관치금융’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 수장이 인사 개입을 암시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언급을 잇따라 하고 있는 게 심상치 않다. ‘신(新)관치금융’ 우려가 단지 우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은 삽시간에 퍼지고 있고, 이로 인해 금융권은 몹시 뒤숭숭한 상황이다.

금융권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금융권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보은 인사’나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며, 진정 능력있는 금융인이 금융사 CEO로 뽑히는 시장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재연임 가능성↑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가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 끝난다. 손병환 회장은 다음 달 임기 만료되고, 조 회장, 손태승 회장은 내년 3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라 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인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회장의 거취에 전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최근 불안한 금융시장에서 금융그룹의 향후 생존성은 물론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재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 회장과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한 근거는 사뭇 다르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위기 상황을 무리 없이 이겨냈을 뿐 아니라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4조원 클럽에 신한금융이 최초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은 선두를 다투는 KB금융을 넘어서면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신한금융이 기록한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증가한 4조3154억원이다.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이면서 지난해 전체 순이익을 상회하는 실적이다.

이처럼 성과가 좋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올 들어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카드·캐피탈·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선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적으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다스린 것도 한몫했다. 아울러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한 성과도 냈다. 먼저 자회사로 오렌지라이프를 편입,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로 통합했다. 또한 카디프 손해보험을 인수했고, 신한자산운용과 아시아신탁도 완전 자회사로 편입, 그룹 전체의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무엇보다도 조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없앤 것이 재연임 가능성을 확실하게 만든 발판이 됐다.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의혹과 관련, 4년 전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6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조 회장은 ‘사법적 족쇄’에서 벗어났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재연임은 재직 기간 성과에 대한 평가가 기준이 되고, 그런 면에서 조 회장은 좋은 성과를 내 성장을 이룬 것은 물론 주주이익을 높였다”면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주주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1년짜리’ 연임 가능한데...

손 NH농협금융 회장의 한 달 남짓 남은 임기에도 불구하고, 신임 회장 하마평은 들리지 않는다. 농협중앙회장의 임기가 1년여 남아 있어 손 회장의 연임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은 농협에만 있는 ‘전통 아닌 전통’ 때문이다. 농협은 새 중앙회장이 뽑힐 경우 농협금융 회장·농협은행장· 농협경제지주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사표를 낸다. 지난 2020년 3월 이성희 중앙회장이 취임했을 때도 주요 계열사 CEO들은 사직서를 냈고,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7명의 농협 계열사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에 만약 새로운 농협지주 회장이 선출된다면 ‘1년 짜리’ 임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 농협중앙회장이 선임될 경우 1년 뒤 사표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농협지주 회장을 뽑기보다는 손 회장이 연임을 한 다음 차기 농협중앙회장이 새 판을 짤 수 있게 임기를 맞출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 있다.

2017년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년짜리 회장을 연임한 전례도 있다. 김 회장은 당시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의 임기에 맞춰 1년 연임을 한 바 있다. 당시 김병원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11일까지였다. 김병원 중앙회장은 김용환 지주회장의 한차례 연임을 시킨 다음 2019년 12월 총선 출마를 위해 중앙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렇다고 손병환 회장의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주 출범 이후 첫 연간 당기순익 2조원을 달성한 만큼 ‘1년짜리’라도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병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면서 “다만 ‘1년짜리’일 수 있다는 제한적인 면도 있지만, 차기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나 현 정부 측 뜻에 따라 임기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점쳤다.

하지만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 조직으로 금융당국과 관계가 깊었다는 점에서 관료 출신이 자리를 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손 회장이 내부 승진 경우라서 차기 회장 인선 때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관료 출신 인물이 등장할 수 있는 만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무슨 언급이 나올지 기다려야 명확해 질 것”이라고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관치금융’ 대상?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나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과는 달리 금융당국의 입김 탓에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이면서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사실 재직 중 성과만을 놓고 볼 때 손태승 회장의 연임은 당연시 됐다. 손 회장이 임기 동안 우리금융 실적을 최대치로 달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7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3조원 이상의 순이익 달성도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9% 증가한 2조5879억원이다.

이렇듯 좋은 성과에도 금융당국이 자꾸 ‘딴지’를 걸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앞서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 은행임원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선 전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문책 경고'를 내린 데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다. 이는 금감원이 손태승 회장에게 '행정소송 하지 말라'는 신호를 우회적으로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금융권 해석이다. 금감원장이 이 정도로 얘기했다면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금융권 인사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던진 것이라는 의미다.

이같이 금감원장의 뜬금없는 발언은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손 회장 측에서는 향후 3년간 신규 임원 취임이 불가능한 문책 경고를 받은 데 대해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행정 소송 등 손 회장의 연임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대해 정부 측은 호루라기를 불면서 경고를 줬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손 회장은 이와는 별도로 금감원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위 문책 경고를 받은 것에 징계 취소 소송 중에 있다. 특히 1심과 2심 모두 손 회장이 승소한 바 있어 이번 문책 경고에 대해 행정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14일에도 이 금감원장은 CEO 인사에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날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을 소집한 이 금감원장은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금융권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인사 개입이 우려될 정도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결론 내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 발언에 금융사 혹은 금융권 인사가 대놓고 반발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가면서 금융권 인사를 해야 하는지 자괴감과 함께 금융사 이익을 해하지 않는 차원에서 더욱 조심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금융권 인사는 “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인사 압박과 선임은 자연스럽게 당해 은행·보험·증권 등 계열사 인사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권 전체 인사가 윤석렬 정권의 입맛에 의해 차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라고 한탄했다.

‘낙하산 인사’→‘시장원리’에 맡겨야

이 같은 금융당국의 발언에 대해 금융권 인사들은 공식적으로 반발하지 못 하지만,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금융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이 금감원장을 겨눠 '외압의도가 아니면 말을 아껴라‘라고 꼬집었다. 금융노조는 “금감원이 우리은행 펀드사태에 대한 제재를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며 심사를 1년 넘게 미루다 갑자기 제재를 한 것에 말이 무성하다”면서 “이복현 원장의 행보와 말은 그나마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한다”고 힐난했다.

이어 한국노총도 사실상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시도로 규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새 정부 들어서 대규모 금융권 인사에 금감원장을 앞잡이로 내세워 ‘관치 금융’의 마각을 서서히 드러냈다는 비난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이 원장의 이런 말 자체가 외압이고 월권”이라면서 “특정인을 꼭 집어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을 하라 말라 하는 것은 금감원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금융당국이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린 것 자체가 우리금융 CEO 자리를 노리는 외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에 관치금융이 엄습하고 있다는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먼저 금융공기업부터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소속이었던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최근 신임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내정 당시 예보 노조는 유 사장이 예탁원장 시절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며 출근 저지까지 강행했다. 하지만 취임 자체는 못 막았다.

이어 민간 금융기관인 BNK금융그룹에서도 관치금융의 흔적을 보였다. 가족 관련 의혹으로 임기 5개월여를 남기고 사퇴한 김지완 BNK금융그룹 전 회장의 후임으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팔성 전 회장은 MB정부 시절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함께 금융권 '4대 천왕'으로 꼽히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사라진 줄 알았지만 이 전 회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공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 ‘보은(報恩)’으로 BNK금융 회장 후보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빈대인 전 행장도 국민의힘 공천 대상에까지 이름을 올리며 옛 금융권 인사들 중 대표적인 친여권 인사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협금융 회장과 우리금융 회장 자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 늘 시달려 온 만큼 ‘풀잎’처럼 누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한금융의 경우 정부나 정치권의 틈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은 정권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 신한금융은 대주주가 재일교포이고, 사외이사 역시 재일교포 출신이 30% 수준이기 때문에 함부로 개입이 어려워서다. 심지어 ‘MB 시절’ 때도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 4대천왕’ 때도 신한금융은 입김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기둥이다”며 “금융에 정통한 능력 있는 금융인이 금융사 CEO로 활약할 수 있도록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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