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뭄' 중저신용자, 사채시장 내몰리나
'돈 가뭄' 중저신용자, 사채시장 내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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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870조 넘어서 '사상 최대'
가계대출 소폭↓, 판매신용 대폭↑
주담대도 역대 최대 1008조 육박
대부업 가계대출↑·카드론 금리 ↑, 20% 육박
중저신용자, 돈마련 어려워 사채시장 내몰리나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가계빚(가계신용)이 지난 3분기 기준 1870조원을 돌파, 2000조원을 바라보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금리의 가파른 인상 영향과 나란히 국내 기준금리도 끝 모르게 올라 가계대출은 소폭 줄어든 반면,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면서 ‘보복소비’ 등 전반적인 소비가 늘면서 신용카드나 할부 구매 등 판매신용이 증가한 데서 비롯된다.

가계신용은 일반가계가 금융기관에서 직접 빌린 돈(대출)과 신용판매회사 등을 통해 외상으로 구입한 금액(카드값, 할부구매 등)을 합한 것을 말한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잇따른 아파트 분양으로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총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지만, 그 증가폭은 부동산 시장 악화로 줄었다.

이처럼 가계신용이 가파른 이자 상승에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은 대부업에 손을 벌리거나 카드론으로 겨우겨우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론 금리가 20%에 육박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고금리에 시달리는 동시에 돈 빌릴 곳이 점점 사라져 주름살만 늘고 있다.

가계신용, 역대 최대 1870조원 돌파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총 1870조6000억원이다. 전분기 말 대비 2조2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전분기 대비로는 2013년 2분기 이후 38분기 연속 증가세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 늘어 역대 최소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계대출은 1756조8000억원으로 3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비해 판매신용은 113조8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늘었다. 한은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자 가계대출은 줄어든 반면 소비는 늘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기타대출 감소폭은 줄었고, 주담대 증가폭이 축소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대출금리 상승, 지난 7월부터 1억원 초과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주담대 잔액은 100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단지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6.5%로 전분기(8.7%)에 비해 2.2%p 줄었다. 올 3분기 가계대출은 주담대 증가 폭이 축소된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세부적으로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기타금융기관의 주담대 증가폭은 축소됐으나 예금은행의 증가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박창현 금융통계팀장은 이는 곧 “주택시장 위축에 따라 매수심리가 약화하면서 개별 주담대는 부진하지만 집단대출, 전세자금 대출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타대출은 748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9% 축소됐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 및 대출규제 지속 등의 영향으로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판매신용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113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2조5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증감률은 지난 분기 4.4%에서 2.5%로 쪼그라들었다. 박 팀장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로 보면 2분기 10.9%에서 3분기 13.2%로 증가했다”면서 “아직 소비가 약화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고 4분기 이후까지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박 팀장은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일부 규제를 풀었고 가계에 대한 은행의 대출 태도가 완화되는 등 가계신용 증가 요인이 있지만, 대출금리 상승, DSR 규제 등 가계신용을 제한하는 요인도 혼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사 신용등급별 카드론 최고금리 [자료=여신금융협회]

대부업 가계대출↑·카드론 금리↑, 이자 20%대 가나?

지난 3분기 가계대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은행 가계대출 감소세는 뚜렷했지만 대부업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 2분기 1000억원 감소에서 3분기 2조5000억원 줄어 감소폭이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기타금융중개회사는 대출 증가 폭이 1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가 8%대로 가파르게 오른 데다 개인별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에서 퇴짜 맞은 대출자들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을 찾아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부업 이용자들의 인당 평균 대부액은 ▲2017년 454만2000원 ▲2018년 485만5000원 ▲2019년 461만3000원 ▲2020년 472만4000원 ▲2021년 522만7000원에 이어 올 상반기 653만원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어든 반면 대부업체, 카드사로 옮겨간 금융소비자들이 늘면서 중저신용 금융소비자들의 대표적인 급전 마련용 대출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인상도 덩달아 고삐가 풀렸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카드사들이 제공해 왔던 금리 할인 등 각종 혜택이 대폭 사라지면서 서민들의 체감 이자는 겉잡을 수 없이 오른 것이다. 일부 저신용자의 경우 카드론 금리가 이미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면서 이들의 자금난은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여신금융협회 지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20%~15.16%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과 비교하면 하단은 1.18%P), 상단은 0.74%p 인상했다. 올들어 전월 대비 카드론 평균 금리가 상승한 사례는 지난 8월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레고랜드 사태 이후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 상승이 카드론 금리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전채를 발행, 자금을 마련하는 속성 상 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이는 또한 카드론 금리가 오르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회사채 등 국내 자금시장의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면서 “최근 카드사들이 카드론 등 신용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우량고객에 혜택을 주는 조정 금리를 낮추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중저신용자 카드론 축소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저신용자들의 카드론 금리가 이미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육박한 탓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저신용자(7~10등급) 카드론 대출 카드사들 금리 상단은 19.90%로 집계됐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는 벌써 7등급 이하 차주들에 대해선 카드론 신규 취급을 하지 않고 있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국 대부업체나 카드론에서도 밀려난 저신용층이 불법 사금융, 사채를 이용할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가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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