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3분기 사상 최대 40조 이자이익
‘금융노마드’, 7%대 금리 상품 찾기 분주
‘영끌’ 가계·‘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도 힘겨워"
여야·전문가들 "취약계층 ‘핀셋 지원’ 절실"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최근 끝모르는 금리인상 덕에 웃는 곳은 은행권과 ‘현금 부자’들이다. 은행권은 올해 3분기까지 40조원을 웃도는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올렸고, 자금여유가 있는 금융소비자들은 더 높은 이자를 찾아다니는 일명 ‘금융 노마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에 허덕이는 가계와 코로나 사태로 빚만 늘어난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하루가 멀게 대출금리가 오르는 탓에 잠 못 이루는 실정이다.

이에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기를 거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구조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역대 최고 이자이익...3분기까지 40조↑

은행권은 올해 1∼3분기 40조원을 상회하는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예대 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의 폭이 커진 데서 비롯됐다.

1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3분기 기준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40조60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6조9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국내 은행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00억원 줄었다. 그러나 일반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한 10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액수다. 이와는 달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조원 감소한 실적이었다.

항목별 이익 현황을 살펴보면 이자이익 증가 폭이 워낙 컸다. 은행의 이자수익자산(평잔 기준)은 3분기 말 기준 3078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3조5000억원(10.5%) 늘었다.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1∼3분기 1.5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5%p 올랐다.

여기서 은행권의 ‘이자장사’ 집중이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비이자 이익은 저조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비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조5000억원 감소한 1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외국 은행과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국내 은행들은 당장 손쉽고, 안전한 이자놀이에만 급급하고 있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권 은행들은 투자은행(IB)으로서 역할이 강조돼 비이자이익과 이자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100대 금융회사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40.8%(2020 회계연도 기준)인 것과 비교해,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격차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금융사들에게선 안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발표한 ‘국내 은행그룹의 비이자이익 원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은행이 이자이익 중심의 대차대조표 성장을 주로 하게 되면 경기에 민감한 수익구조를 노정함으로써, 경기대응 정책의 기대효과가 약화되며 은행의 지속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노마드, ‘7%’ 이상 예·적금 찾기

이렇게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그 ‘낙수효과(落水效果)’를 찾는, 돈 좀 있는 금융소비자들은 이자가 ‘센’ 금융상품에 올라타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른바 ‘금융노마드’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뚜렷한 가운데, 은행권 정기예금이 6%대를 돌파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 예금상품 중 최고 금리는 BNK부산은행이 기록했다. 부산은행은 ‘더(The) 특판 정기예금’으로 12개월 기준 최대 5.40%의 이자를 준다.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5.30%)’,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5.10%)’,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5.01%)’ 등 5%대 정기예금은 수두룩하다.

이미 7%대 적금 상품은 나온 지 오래다. 최고 우대금리 기준으로는 전북은행 ‘JB 카드 재테크 적금(정기적립식)’과 기업은행 ‘IBK탄소제로적금(자유적립식)’이 연 7% 이자를 준다. 상호금융권이나 저축은행 등 특판 상품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의 금리가 시중은행에서도 등장, 최근 자금력이 달리는 제2 금융권을 위협할 정도다.

특히 수신 잔고 예치를 위해 저축은행들은 앞다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평균 금리가 이미 5.50%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이미 6.10%(12개월 기준)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을 줄줄이 내놓았다. 같은 날 기준 저축은행 적금 최고 금리는 6.00%를 상회하고 있다.

게다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장에서 기정 사실화 하면서 금융노마드들은 더 높은 금리의 예금상품을 여유있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공모주 열풍’에 비교된다. 온라인 상에는 정기 예·적금 특판상품 정보가 빠르게, 다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공모주 열풍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통위는 오는 24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3.00%인데, 지난해 말 1.00% 대비 불과 10개월 만에 3배로 솟구친 금리다. 이미 ‘빅스텝(Big Step, 기준금리 0.5%p 인상)’도 두 번이나 있었고, 시중은행도 나란히 예·적금 금리를 인상해 왔기 때문에 금융노마드들의 기대가 큰 것이다.

가계·소상공인·자영업자 취약계층, ‘핀셋’ 지원 절실

‘영끌’로 집을 샀지만 원금은커녕 이자 내기도 벅찬 가계, 코로나19로 덕지덕지 빚만 늘어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고금리·고물가의 흐름에 자칫 휩쓸려 떠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권 내에서도 경제안정을 위한 특별위원회까지 구성,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으로, 지난 15일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제2차 경제안정특별위원회를 열었다.

특위의 위원장을 맡은 류성걸 의원은 이날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최근 둔화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분기 기준 105.5%로 주요국 평균인 65.3%를 넘었다”면서 “특히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차주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최근 주택가격 하락으로 가계대출의 신용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 최승재 의원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나, 이것이 현재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새출발기금 신청자가 지난주 기준 1만명도 되지 않고, 신청금액이 목표치의 5%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제한 등으로 피해를 입어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금융부담 경감을 위해 시행되는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최 의원은 “대출만기연장, 상환유예, 대환보증금 등 여러 대책을 내놨는데, 이를 한 번에 사용하니 혼란이 있는 듯하다”며 “콘트롤타워 식으로 내놔야 할 필요가 있고, 정책을 일괄 정리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금융 취약계층, 주거 취약계층,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 3대 영역에 대해 3대 긴급 민생회복 프로그램을 예산안에 반영하려고 한다”며 “3대 긴급 민생회복 프로그램에 우리 당 추산으로 1조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가계소비와 관련이 높은 품목에 대한 물가안정 노력이 요구된다”며 “고물가 대응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정정책 또한 통화정책과의 일관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건전성을 유지하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핀셋 재정 집행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 선임연구원은 “고금리로 이자부담 가구의 부담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이자부담 가구 중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자부담 가구 중 생계형 대출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자영업자의 경우 저금리 전환대출, 채무조정제도 등의 대응책이 한시적으로 적용되기보다 물가 및 금리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지속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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