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화재’ 한달…사회적·산업적 의미 반추
‘카카오 화재’ 한달…사회적·산업적 의미 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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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장문의 분석 에세이 공개
‘카카오 먹통 사태에 얽힌 이야기들’ 통해 5가지 질문 던져
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
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사건이 일어난지 한 달 가량 지났다.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지난달 15일의 이 사건이 지니는 기술과 산업 측면, 특히 사회적 파장과 의미를 되짚는 분석적 에세이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이곳 정책본부 지능화법제도팀의 김형준 수석연구원은 ‘카카오 먹통 사태에 얽힌 이야기들’이란 장문의 에세이를 통해 이 사건이 우리 사회와 산업에 던지는 다섯 가지 정도의 질문을 요약했다.

김 연구원은 이 사건은 ‘스마트하지 못했던 주말’의 풍경을 노출하게 했다고 묘사했다. 카카오톡이 막히는 바람에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범사회적인 ‘불통’으로 공동체 일부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뜻이다. 더욱이 나들이에 나섰던 많은 사용자들이 카카오택시와 카카오톡으로 대변되는 ‘카카오 문화’의 위력을 절실히 느끼며, 허둥대거나 당황했던 주말 오후의 표정을 다시 되새겼다.

특히 그는 ‘거대 독과점 기업의 딜레마’를 풀어낼 해법을 고민하기도 했다. 산업적 영향과 함께 사회공학적 함의도 함께 내포된 물음이기도 하다. 즉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카카오 서비스가 대부분 독과점이기 때문에 새삼 주목을 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메신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아마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는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지는 ‘Lock-in’ 효과와, 그에 파생되는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는 ‘네트워크 효과’에 갇히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불공정한 힘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독점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그래서 그 자연스러운 사업 활동을 규제할 수는 없지만, 해당 독점 기업이 무너지거나 기능이 멈추어 이번처럼 엄청난 일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은 다른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 김 연구원은 “이 경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우월한 지위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업체 등 자영업자 등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하거나, 거래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중단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주사업자, 소비자, 광고주, 배달 노동자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거래를 위한 법률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 송수신 과정의 이중화 혹은 이원화가 미흡한 점 등도 지적했다. 에세이 본문에서 그는 ‘둘이 되지 못했던 카카오’라는 소제목과 함께 “이번 사건의 주된 원인은 예측할 수 없었던 화재였다고는 하지만, 왜 SK나 카카오는 화재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을까? 아니면 그 대비책이 작동하지 않았던 걸까?”라며 힐난하듯 질문을 던졌다.

그는 또 “이원화를 통해 한쪽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즉시 다른 쪽을 이용해 서비스를 중단없이 제공하거나 복제된 파일을 보관해야 한다. 서버와 서비스의 이원화는 필수”라면서 “이번 사태에서 카카오 서비스들은 이원화 없이 단일 서버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하나뿐인 서버의 다운으로 결국 먹통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지목했다.

이런 이유로 통신망을 직접 설치, 운영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선 재난 대응을 위한 대비방안을 수립하게 하고, 화재나 정전, 홍수나 지진 등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세우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주요 정보통신망(network) 시설 중심의 사고 대응과 해킹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던 현재의 정보통신 사고 대응과는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역사가 주는 교훈’을 카카오 사건과 유비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자연과 전쟁의 피해에도 안전하게 팔만대장경을 보관해왔고, 국보 제151호 조선왕조실록은 5부를 똑같이 인쇄하고 분리 보관하여 외세의 침략과 전쟁을 거치면서도 후대에 전승될 수 있었음을 상기했다. 반면에 주인공 허생이 매점매석으로 전국 상권을 뒤흔든 원시적이고 전혀 발전하지 못한 조선의 경제체계를 한탄했던 허생전(許生傳)과, 금난전권(禁亂廛權)을 이용해 상권을 독점했던 종로 육주비전(六注比廛)의 폐해를 소환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은 물리적인 재난관리, 부가통신사업자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위기대처 방안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함께 얽혀있다”면서 “디지털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안전하고 편리한 시스템이 끊김없이 작동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에게 공정한 시장 경제가 만들어지기 위한 법과 제도가 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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