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금리인상에 '가계부담'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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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3.98%로 최고폭 인상, 최고치 기록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8%, 원리금 상환 부담 최대
주담대 변동금리 8% 실현, 내년 10% 진입 예상
법정 최고금리 인하 vs 256만 불법 사채시장 진입?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도 도입 필요성 제기
연속된 금리인상으로 가계부담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SBS Biz 화면 캡처]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사상 최대치로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최고 금리 8%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2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9조원,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1001조원으로 역대 최초로 1000조원을 넘어선 데다 이자는 끝 모르게 오르고 있어 가계의 부담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로 국제금융협회(IIF)가 조사한 35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처럼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대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지난해 20%로 낮춘데 이어 15%까지 낮추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계는 이렇게 되면 대부업체들이 융자를 꺼리면서 250만 저신용자들은 제도권이 아닌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코픽스, 사상 최대폭·최대치↑...주담대도 ‘덩달아’

15일 전국은행연합회가 발표한 10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신규 취급액 기준))는 3.98%다. 9월(3.40%)보다 무려 0.58%p 오른 수치다. 2010년 1월 코픽스 공시 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동시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다. 이는 곧 주담대와 전세대출 변동금리를 산출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의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급격히 올랐다”면서 “더욱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코픽스도 역대 최대로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픽스 최대 폭 인상으로 시중은행들은 바로 16일부터 10월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해 주담대 금리를 올리는 등 발 빠르게 나섰다. 우리은행은 현재 연 5.74∼6.54%인 주담대 변동금리를 연 6.32∼7.12%로 인상하고, KB국민은행도 연 5.18∼6.58%에서 5.76∼7.16%로 올린다.

특히 현재 금리 최고치가 연 7.71%인 하나은행의 경우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한다면,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는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최고치인 연 8%를 기록하게 된다.

이날 현재 코픽스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5.21∼7.460%대dp 이르고 있는데, 여기에 코픽스 상승분이 반영될 경우 전세대출 금리 최고치는 8%를 웃돌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에 나선 데 이어 한은도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 대출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p 상승하면 가계 연 이자 부담은 6조81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3개월여 동안 기준금리 폭등으로 가계가 추가 부담하게 된 연 이자는 산술적으로 34조500억원에 이른다.

대출자들은 눈앞이 깜깜하다. 원리금 상환부담이 급증한 탓이다. 1년 전 4억원을 연 4%,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꿨다면, 가계가 매월 갚아야 했던 원리금은 191만원. 하지만 적용 금리가 6.5%로 오를 경우 매월 갚아야 하는 돈은 62만원 늘어난 253만원으로 2022년도 1인 중위소득인 194만5000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만약 향후 주담대 금리가 연 9%로 오른다는 전망치를 적용하면, 매월 322만원 이상을 원리금으로 지불해야 해 2인 가족 중위소득(326만원)에 육박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아 기준금리를 현재 3%에서 3.5%로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연준의 인상 폭을 반영해 4%선까지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크게 올라 대출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기준금리와 스프레드(금리 차), 채권시장 자금 경색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대출금리 상단은 9%는 물론 10%대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영혼을 끌어다 대출해 집을 산 ‘영끌족’과 상환 능력이 부족한 청년층의 대출 부실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저금리 시대에 돈을 빌린 청년층과 서민들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고정금리 전환을 확대하거나 정책자금을 통해 지원한다든지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으로 기존 대출이 있는 차주는 ‘안심전환대출’ 등 고정형 정책금융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반 고정형 주담대도 금리가 많이 올랐고 중도상환수수료도 고려해야 하는데, 안심전환대출은 연 3.7~4%대의 비교적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고 대환 시 중도상환수수료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안심전환대출의 신청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대출한도도 올리면서 2단계 신청·접수를 시작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집값 기준은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부부합산 소득 기준도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했다.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는 주택가격 요건을 9억원까지 추가로 확대해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vs "256만명 불법사채시장 유입"

이 같은 정부의 노력과 함께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20%로 낮춘 법정 최고금리를 15%까지 낮추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뜻 보면 맞는 얘기 같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권 조달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가 더 낮아질 경우 저신용자 250만명이 제도권 금융이 아닌 대부업으로 위장한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함정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1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13회 소비자금융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3%를 기준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15%로 인하할 경우 대부금융 시장에서 12조8000억원(256만명)의 초과 수요가 발생하게 되고, 이들이 결국 불법 사채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 지난해 7월 이후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 20%에서 12%~15% 수준으로 더 낮춰야 한다는 법안이 5건 발의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0대 대선 당시 법정 최고금리 15%를 주장했고, 지난 7월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어긴 대출은 계약을 무효로 하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유지돼도 약 2조원 규모의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데, 대부금융권의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이 5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40만명이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실상 대부금융권에서는 최근 금리가 급격히 올라 조달 비용은 커진 반면 대출금리는 연 20%를 넘을 수 없는 탓에 이미 한계 상한선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을 받던 저신용자는 대부금융 시장에서도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왔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춘 것은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이 필요한 대출을 받기는 더욱 힘들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보고서에서 20%로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된 상태에서 향후 조달금리가 지난 6월 말 기준(4.37%)보다 1%p 상승할 경우 제도권 대출시장에서 배제되는 대출자 규모는 9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여파로 제도권 대출의 ‘막장’인 대부업체에서도 밀려나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금융 당국은 2018년 최고금리 인하(27.9%→24%) 당시에만 4만~5만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만 봐도 알 수 있다. 신고는 2019년 4986건에서 지난해 9238건으로 급증한 데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6785건이 접수돼 연말까지 1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에 따라 최 교수는 “최고 금리를 인하하면 대부금융 시장에서 공급자들의 이탈과 함께 당장 급전이 필요한 수요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는 대출받을 수 없는 모순적인 결과가 생긴다”며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기에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초과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26.7% 이상으로 최고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식 대부업금융 이용자가 112만명으로 3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계의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초생활비가 급하게 필요한 취약계층이 공식 대부업체보다 불법 사채업자의 먹잇감이 되도록 의도치 않게 방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그는 시중은행·저축은행·카드사·캐피탈·대부금융 간 금리 격차가 좁아질수록 더 많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유럽형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변동 폭만큼 최고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견해다. 예를 들자면 기준금리가 0%일 때 최고금리가 20%라면, 기준금리가 3%일 때는 최고금리가 23%가 된다는 것이다. 이자율이 자율적으로 설정되지만 폭리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제동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면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순순이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결국 현재 법정 최고금리를 지켜내려는 정부가 불법 사채시장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고 있고, 전반적인 차주인 대출자들을 고금리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려놓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취약계층들은 더욱 시달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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