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 “바이낸스 자오창펑 ‘FTT 신뢰 못해’ 트윗이 불씨” 주장
FTX와 모기업 알라메다의 FTT 내부자 거래, 돌려막기가 원인
FTX CEO 뱅크맨-프리드 사임, ‘파산’ 선언, 美 증권당국 본격 조사 중
투자자 ‘암호화폐 대탈출’, 가상자산 기업들 주가폭락, 거래 중단, 파산 ‘도미노’ 우려

FTX 사태를 표현한 이미지.(사진=로이터 통신, 파일 포토)
FTX 사태를 표현한 이미지.[로이터 통신, 파일 포토]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FTX사태로 인해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완전히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있다. 지난 11일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시소게임 끝에 경쟁사인 세계 2위 거래소인 FTX를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이튿날 다시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번복하면서 사태는 급속히 파국으로 치달았다.

마침내는 이날 FTX의 CEO인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미국에서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출렁거렸고, WSJ, 블루버그 통신, NYT, WP 등 거의 모든 외신들은 15일 현재까지도 연일 이를 생중계하다시피 하며,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루나-테라’사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암호화폐는 물론, 가상자산 시장의 뿌리를 뒤흔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심지어는 세계적인 ‘가상자산시장 공황’을 넘어 아예 시장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2위의 거래소가 파산하면서 10만여명(한국에서도 약 1만명으로 추측)의 투자자들이 단돈 한푼 건질 수 없게 되었고, FTT(FTX의 코인)는 아예 쓸모없는 낙엽처럼 되어버렸다. 그 충격파와 피해는 도미노처럼 다른 코인시장에도 번져나가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이 줄줄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WSJ’의 표현을 빌리면 투자자들은 “거의 미친 듯이” 코인을 내다팔고 자금을 인출하는 바람에 시장 전체의 유동성 경색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마치 침몰하는 배처럼 가라앉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으로부터의 ‘대탈출’이 빚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공포와 공황 심리가 도미노 현상처럼 번지면서 암화화폐 시장은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모습이라는게 외신과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런 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여러 가지가 언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달 바이낸스의 자오창펑이 “FTT는 마치 ‘루나-테라’처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는 코인”이라고 발언한게 화근이 되었다. 이에 FTT의 대규모 투매와 인출이 이어졌고, FTX는 갑작스레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이에 뱅크맨-프리드는 “8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급히 마련할 것”이라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사정이 더욱 다급해지자 바인낸스 자오창펑에게 손을 벌리게 되었다. 그 결과 FTX를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를 이끌어내긴 했다. 그러나 바이낸스가 공식적인 합의를 위해 FTX와 그 계열회사이자 모기업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장부를 들여다본 후엔 ‘인수 불가’ 판정을 내렸다. “도저히 이런 재무상태로는 인수 후에도 정상정 경영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명색이 세계 2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가 물밑으론 벤처투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와 FTT로 내부자 거래를 해왔던 사실이다. 알라메다가 자금 압박에 시달릴 때마다 FTT를 통해 형성된 유동성을 FTX가 은밀하게 제공해주고, 반대로 알라메다는 수시로 FTT를 구매, 그 가격을 띄워 투자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곤 했다. ‘루나-테라’의 권도형씨가 쓰던 수법과 거의 흡사한 ‘돌려막기’였던 셈이다. 이를 간파한 바이낸스가 인수를 철회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처한 뱅크맨-프리드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임 후 파산 신청을 했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 등 당국이 이같은 내부자거래와 가격 조작 혐의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졸지에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해 ‘웹3.0’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이로 인해 각국의 투자자들은 앞다퉈 시장에서 발을 빼거나, 탈출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국내의 한 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모든 코인이 낙엽처럼 스러져버리는 것이지만, 설마하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워낙 충격파가 커서, 조기에 이를 진압하지 않으면 그 끝이 어떨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그런 가운데 15일 현재도 암호화폐 시장은 외줄타기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암호화폐시장의 기축통화처럼 여겨지던 비트코인은 이번 주 초 바이낸스의 FTX 인수설이 나온 직후엔 2만 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바이낸스가 인수를 무산시킨 직후 2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1만5840달러로 13% 이상 급락했다. 또 다른 주요 암호화폐인 이더리움도 13%나 하락했고, 계속 하락 중이다.

현재 알려지기론 FTX는 약 10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합의를 파기하자, 뱅크맨-프리드는 이에 투자자들의 인출로 인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와 경쟁사들로부터 90억 달러를 마련하려고 나섰으나 무위로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미 증권당국이 CEO 뱅크맨 프리드와 FTX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서면서 사태는 이제 세계 암호화폐 전체로 비화되고 있다. FTX는 현재 고객의 예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애초 뱅크맨-프리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금난에 빠진 다수의 암호화폐 회사들을 구제하는데 나서면서 마치 구세주같은 대접을 받았다. 한때 시장에서 ‘백마 탄 기사’로까지 칭송받았던 FTX는 그러나 사실상 ‘속 빈 강정’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지난 7월 FTX가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에 4억 달러 규모의 리볼빙 자금을 제공하기로 합의하고 대출업체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할 때부터 이상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탈퇴가 급증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FTX는 당시 연이은 손실 끝에 자사의 FTT를 방어하느라, 계열사인 알라메다에 최소 40억 달러를 송금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처럼 알라메다와 돌려막기를 하며, 근근히 FTT가치를 떠받들어왔으나, 이젠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인수 합의 후 바이낸스가 FTX의 장부를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되면서, 이는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한 인사는 “FTX 거래소와 알라메다 리서치 헤지펀드는 서로 자산과 부채를 구분할 수 없는 ‘블랙홀’”이라고 AP통신에게 밝혔다. 심지어는 “두 회사 간의 관계는 마치 근친상간과도 같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세계 암호화폐시장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해온 상장 거래소들의 주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로빈후드 주가는 약 14% 하락했고 코인베이스 주가는 약 10% 하락했다. 물론 14일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이 역시 일시적일 뿐 두고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 5월 테라USD의 엄청난 추락으로 많은 암호화폐 관련 회사들이 붕괴 직전까지 몰린 뒤 FTX와 구조 패키지를 체결했던 블록파이나, 이미 파산한 암호화폐 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과 같은 회사들의 미래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다른 많은 암호화폐 업체들도 비상 대책에 나섰다. 대부업체 블록파이는 FTX에 대한 해법이 제시될 때까지 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자사의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FTX에 약 1억7500만 달러의 자금이 묶여있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 금융당국도 비상 대책에 나섰다. 이미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뱅크맨 프리드에 대해 증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미국 증권 감독 당국이 FTX.com의 고객 자금 처리와 암호화폐 거래 활동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키프로스도 FTX 유럽법인의 면허를 정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의 FTX 현지 법인도 11일 당국에 호출되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FTX 자회사인 FTX 디지털 마켓의 자산을 동결하기까지 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업비트, 코빗, 빗썸, 코인원 등은 이미 FTT에 대해 거래 중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 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거래 유의 종목’ 정도로 관망하는 자세였으나, 사태가 급속히 악화되자 월요일부터는 이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1만여명에 달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원본 20억원 가량도 회수를 장담할 수 없다는게 거래소 주변의 시각이다. 나아가선 이번 사태가 과연 조속히 진정되어 암호화폐 시장의 정상화가 가능할지가 또한 비상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