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BSI비율, 5년만에 최악 수준
금리인상·위험가중자산·부동산PF 건전성 악화 탓
은행·상호금융으로 자금 집중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자제 요청으로 더욱 심화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저축은행권 BSI비율이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 위험가중자산 증가, 자금의 은행권·상호금융권 집중 현상 등 대내외 리스크가 중첩되면서 나온 결과다.

더욱이 자본 건전성을 보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대 이하로 떨어지는 저축은행도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오면서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생존에 있어 공포 분위기가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

이는 고금리로 시중 자금을 끌어들였던 저축은행들이 최근 잇단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상호금융권이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린 수신 상품(예·적금)을 봇물처럼 내놓으면서 수신고 증가세가 둔화돼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저축은행들은 지금까지 금리를 높이면서 은행·상호금융권보다 더욱 손쉽게 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운신의 폭이 줄면서 ‘돈줄’이 말라가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BSI비율, 2017년 이후 최저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BIS 비율은 평균 15.3%를 기록했다. 2017년 말(15.0%) 이후 최저치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데, 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지표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8% 이상의 BIS 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축은행들 중 BIS 비율이 이 권고치를 겨우 넘겼거나 10%대에 간신히 걸친 곳이 15개에 달했다. BIS 비율이 11%도 안 되는 저축은행은 2019년 말까지만 해도 4개사에 그쳤으나 금리인상 기조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 12개사로 급증, 올들어 연속된 금리인상으로 증가세는 끝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엠에스상호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9.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어 ▲머스트삼일·대신 저축은행 10.1% ▲한국투자저축은행 10.2% ▲라온저축은행 10.3% ▲우리저축은행 10.4% ▲진주·조은·애큐온저축은행 10.5% ▲OK·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 10.6% ▲페퍼·JT·동원제일 저축은행 10.7% ▲융창저축은행 10.9% 등의 BIS 비율이 11%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규모 상위 5개사에 속하는 OK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의 BIS비율도 낮은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그밖에 상위 5개사의 BIS 비율은 SBI저축은행이 13.8%로 가장 높았으며, 웰컴저축은행 11.8%를 보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 급등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올해 상반기 말 국내 10대 저축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1년 만에 15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60조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산도 건전성 위협 요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부동산PF 규모는 10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 112조2000억원에 비해 1/10도 안 되는 규모지만, 평균 연체율이 1.8%나 된다. 보험사가 0.3%인 것과 비교했을 때, 무려 6배나 많아 부실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자금유치 어려움 지속될 듯

자본력 악화로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저축은행들의 자금유치도 은행권이나 상호금융권에 비해 쉽지 않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17조4604억원이다. 전월 117조1964억원 대비 고작 0.2%(264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지난 8월말 상호금융권 수신잔액은 682조6870억원으로 전달 대비 0.6%(4조3168억원)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예·적금 잔액은 768조5434억원으로 같은 기간 2.3%(17조9776억원) 늘었다. 대부분 정기예금 수신 증가(17조3715억원) 덕택이다.

증가 비율만 봐도 저축은행(0.2%)보다 상호금융권은 세 배나 더(0.6%) 수신이 뛰었으며, 은행권은 무려 11배 넘게(2,3%) 수신이 커진 것이다.

영업일이었던 지난 11일 기준 국내 72개 저축은행 12개월 예금 평균 금리는 연 5.48%에 달했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데도 수신잔액 증가세는 낮아지고 있다.

상호금융권과 시중은행이 앞 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런 양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 정기예금 최고 우대금리는 연 5%대 중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고 우대금리는 각종 조건들이 충족돼야 적용되기는 하지만, 우대조건 없는 일반 예금 상품도 연 4%대 후반이라 저축은행이 과거보다 금리 격차로 인한 자금 조달에 유리한 이점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각 상호금융 조합에 대해 저축은행은 아예 명함도 못 내민다. 이미 영업 중인 상호금융권 특판 예금은 연 7~10%대다. 특판 예금은 발매하자마자 금세 마감된다. 재테크를 노린 ‘금융 노마드족’들이 높은 이자를 찾아 몰려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이렇게 높은 금리로 상품을 당분간 내놓지 못한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각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가 최대 연 6.10%까지 오른 상품이 나왔다. 그러나 수신 경쟁 과열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해 지금 저축은행의 금리 인상은 멈춘 상태다.

13일 기준 저축은행 12개월 예금 최고 금리는 연 6.0%다. 현재는 연 6.0%가 최고지만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수차례 거듭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시적인 금리인상 자제라는 굴레는 벗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예·적금 고객이 많은 저축은행 특성상 일반 예금상품보다 금리 수준을 높인 특판 상품이 내달 중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까. 유감스럽게도 가능성이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역시 금리 인상을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자금 유치 어려움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금을 손에 쥔 개인이나 우량 중소기업 대표 등 이자 많이 주는 상호금융 쪽으로 대거 옮기거나 저축은행 중에도 비교적 타 저축은행보다 이자가 높은 쪽으로 자주 옮겨가는 이른바 ‘금융권 노마드족’이 저축은행을 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돈줄 마른 저축은행끼리 금리인상 과당 경쟁으로 자금의 입출금만 빈번해 지면서 저축은행의 경쟁력 약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라고 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를 높이거나 낮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차피 타 금융권과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고객 확보가 어려워 자금유치는 여전히 힘들어진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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