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연임 도전 공식화, 이후 안팎서 찬반 논란 뜨거워
‘디지코’ 사업 등 KT 디지털 플랫폼화 등 실적 긍정 평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의결권 위임 강요 의혹 등 걸림돌도
KT새노조 “CEO 리스크로 반대” vs “디지털기업으로 키워” 맞서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진=KT 홈페이지 캡처)
구현모 KT 대표이사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KT이사회에서 구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하면서 이 문제는 업계의 이슈로 떠올라 한켠에선 찬반을 둘러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임에 성공하면 구 대표는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 여정은 결코 순탄치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KT는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일단 관련 규정에 따라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사외이사 8명과 사내이사 1명 등 9인으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사에선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로서 적격한지를 따진다. 재임기간 동안 경영성과와 소비자, 임직원, 주주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의 만족도 등을 평가하고, 기업가치를 높였는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했는가, 충분한 리더십을 갖췄는가 등을 살펴본다.

구 대표의 연임 여부는 이처럼 지난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말의 사법리스크와 KT새노조 등 사내 일각의 비판적 여론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문제다. 그래서 내년 3월 주총까지 연임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그에게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구 대표는 35년 간 KT맨으로서 정통성을 지니고 입지를 다져왔지만, 최근의 행보는 그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이미 정치권에 대한 ‘쪼개기 후원’으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주총 의결권 위임 강요’ 의혹을 사는 등 스캔들로 인해 이사회에서 안정적 지지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 동안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구 대표는 2016년 국회의원 13명에게 비자금 1400만원을 불법 기부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횡령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약식명령으로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구 대표는 이에 정식 재판을 청구, 1심이 진행 중인 상태다. 우리사주 직원에 대한 의결권 위임을 강요한 의혹도 그에겐 큰 부담이다. 구 대표는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을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강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KT 측은 공식적으로 “의결권 위임에 대한 안내일 뿐 강요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 임직원에게 최대 2100만원씩의 무이자 대출과 함께 자사 주식을 매입하도록 독려한 것도 이런 의혹을 더욱 부추긴 셈이 되었다. 그래서 “직원 명의로 주식을 매입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물론 이와는 달리 구 대표에 호응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일부 언론은 ‘구현모의 디지코 KT, 지난 3년 큰 성과’라며 그의 ‘업적’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구 대표에 비판적인 KT새노조와는 달리 그를 옹호하는 기존 KT노조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각의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구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KT의 ‘디지털 플랫폼기업’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른바 ‘디지코(DIGICO) KT’가 그것이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사업 부문별로 계열사를 재편하면서 “3년간 KT의 체질을 크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그 중 B2B 사업에 주력하는 ‘KT엔터프라이즈’가 대표적이다. 이는 AI컨택센터(AICC) 사업을 비롯해 ‘AI GPU’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는 ‘HAC’ 등 디지털화(DX)를 추진하고 있다. 또 기존 클라우드·IDC 사업부를 분할해 신설법인 ‘KT클라우드’도 출범시켰다. 이는 AI와 로봇, 물류, 콘텐츠 등을 연결하는 신개념의 디지털 사업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런 디지털 전략 덕분에 KT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2%, 18.4%씩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2B 플랫폼 사업이 이같은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업계 전반에 걸쳐 DX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3분기 누적 수주액이 지난해에 비해 21%나 성장했고, AICC 사업 매출은 무려 91.7%나 증가했다. 덕분에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020년 구 대표 취임 당시 KT 주가는 1만9700원이었으나, 그간 꾸준히 상승해 지난 5월에는 장중 3만8500원을 기록했고, 11일 오전 한때 3만7350원에서 다시 3만336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10조원을 돌파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새노조를 비롯해 구 대표의 연임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확산되고 있다. KT새노조는 “정치자금법위반, 횡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현모 대표의 도덕적, 사법적 책임이 크다”면서 KT이사회에 공개서한을 통해 구현모 사장 연임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는 비교적 젊은 직원들을 포함한 사내의 비판여론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KT새노조는 서한을 통해 “KT이사회가 결코 구현모 사장 연임의 들러리 노릇을 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다음의 점들에 유념해서 의사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조목조목 그의 연임이 불가한 사유를 적시했다. KT새노조는 “구현모 대표는 여러 사건으로 회사에 손해와 리스크를 초래한 끝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미증권거래위로부터는 과징금 75억 여원을 부과 받았다”고 상기했다.

또 “구현모 대표를 비롯한, 강국현, 박종욱 사장 등 차세대 경영진이 모두 횡령과 정치자금법위반 재판을 받으면서 커다란 경영공백에 직면해있다. 더 이상 정치권 줄대기를 하지 않는 정상적인 CEO가 KT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KT 조합원들의 절박한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범법행위에 연루돼 횡령사범으로 재판을 받는 자가 자신의 소유 기업도 아닌 소위 ‘국민기업’의 대표로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이사회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연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KT새노조는 일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구현모 사장의 탈(脫)통신, ‘디지코’ 전략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과연 이들 사업이 지속가능한지도 이사회에서 면밀히 검증돼야 한다”면서 “1000억이 넘는 엡실론 인수, 현대로보틱스 500억 투자 등과 같이 그 결과가 실패한 투자임이 밝혀지고 있는 경우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부산발 전국인터넷 중단 사건, 인터넷 속도 허위 개통 등으로 여러차례 과징금 처분을 받아 통신사업자 위기를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KT새노조는 “지금 KT는 심각한 리더십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허수 경영, 횡령 비리 관련 임원 퇴출 운동, 윤리경영 강화를 지향하는 한편, 무엇보다 CEO 리스크 방지를 위해 구현모 사장 연임을 반대한다”면서 일전을 불사할 태도다. 기존 KT노조를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연임 찬성’ 의견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이같은 비판과 반대여론에 따라 그의 연임이 결국 무산될지, 아니면 그런 비판여론을 무마하며 결국 연임에 성공할 것인지, 업계의 비상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