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비전문가 공기업 수장으로 밀어
낙하산 분야 확대, 국책은행+시중 금융지주·은행도 넘봐
결국 공기업·금융권, 특수성·효율성 둘 다 놓칠 수도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보도하는 JTBC 뉴스 화면 캡처.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정부·여당 눈치를 봐야하는 공기업은 물론 국책은행·민간은행 등 금융권 수장 인사에 윤석열 정부의 손을 타는 ‘낙하산 인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그에 따른 잡음과 원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윤 정부, 본격 ‘낙하산 인사’ 띄우나?‘ 11월4일 본보 기사 참조>

특히 전문성과 전혀 관계없는 정부·여권 측 인사들이 공기업 ‘낙하산 수장(首長)’ 인사의 대부분을 차지해 공기업의 특수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관계자들 반응이다.  

또한 금융권의 경우도 ‘모피아(전 기획재정부, 금융당국 출신)’나 친정부·여권 인사들로 채우기 위한 움직임이 노골적이라 금융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은 물론 향후 금융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전리품’으로 전락한 공기업 사장     

현 정부 들어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 전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날카롭게 공격했던 것은 벌써 옛 이야기가 됐다. 다음 주부터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 정치인들이 공석이 되는 공기업 대표 자리를 알뜰하게 ‘줍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통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선임될 정용기 내정자는 대전 대덕구청장을 거쳐 새누리당 2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으로 에너지 분야와 관련이 ‘1’도 없다. 그런데 지난 달 말 임기가 종료된 황창화 전 사장 역시 국회의원 보좌관과 이해찬·한명숙 총리 시절 비서관을 지낸 정치권 인사여서 난방공사의 전통이 된 셈이다. 

앞서 지난 9월에는 과거 한나라당 관악을 지구당 최익규 전 사무국장이 한국수력원자력 상임감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2002년부터 2년 간 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낸 최 감사의 경력은 그 이후 18년 간 단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수력·원자력 업무와는 무관하다. 

유사하게 다음 달 초 주주총회를 거쳐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선임되는 최연혜 내정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역시 윤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코레일 사장을 지내긴 했지만 에너지 분야 경력은 없다. 1차 공모 때 이런 점이 문제가 돼 면접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재공모를 거쳐 결국 사장에 내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 여권 인사는 최 내정자에 대해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탈원전대책 및 신재생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 특보단 등을 역임한 만큼 가스공사 사장으로 전혀 무관하다는 지적은 과하다”고 했다. 

이렇듯 에너지 분야 ‘문외한(門外漢)’들이 대표자리를 꿰찬다면,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 수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정치인 출신이 공기업 수장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눠 갖는 퇴행적 관행은 자칫 공기업 방만·비효율적·비전문적 경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액화천연가스(LNG)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인 반면 가스공사가 대량 구매의 이점을 살려 염가 구매는커녕 되레 비싼 가격에 가스를 수입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가스 가격 안정화는 물론 적정 가격 수입으로 인한 무역수지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는 현실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이밖에도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문화트렌드선도위원장으로 활동한 김세원 전 가톨릭대 융복합전공 교수는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으로 뽑혔다. 아울러 현재 사장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에는 지난달부터 함진규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낙점될 것이라는 ‘근거 있는’ 풍문이 파다했다. 

앞서 이영애 전 한나라당 의원(18대)은 지난 9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상임감사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김쌍우 전 부산시의원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상임감사에 각각 선임된 바 있다. 

금융권, 아직도확장 모피아’판

 금융당국의 움직임에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게 금융권 ‘낙하산 인사’의 전조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한 바 있고,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7일 “최근 제기된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그룹 회장으로서의 도덕적 책임을 통감함과 동시에 건강 악화와 그룹의 안정 등을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 회장은 3연임을 줄곧 시사해 왔고,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약 5년간 그룹의 경영을 이끌어 왔으며, 임기는 내년 3월까지라 5개월이나 남아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급작스럽게 손 회장의 징계를 내렸고, 김 회장 관련, 여당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바 있고, 그래서 조기 사임을 하게 됐다. 결국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물러나게 됐거나 물러나야 할 상황에 처해졌다는 금융권의 분석은 일리가 있다. 

 

<임기만료 금융지주회장·은행장(임기 만료 시점 순)> 

성명 및 직책 

임기 만료 시점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조기 사임(원래 내년 3월 19일 만료) 

김진균 Sh수협은행장 

11월 10일(신임 행장 취임 시까지 임기 연장)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 

12월 

권준학 NH농협은행장 

12월 

진옥동 신한은행장 

12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내년 1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년 3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년 3월 

이에 따라 금융권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윤 정부의 낙하산 인사 의혹을 지적하며, 적극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진행이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처럼 이미 물러났거나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종료되는 금융지주 회장·은행장은 모두 8명이다. 

우선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다음 달 끝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년 3월 19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김지완 BNK 회장은 지난 7일 조기 사퇴했다.  

은행장 중 진옥동 신한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Sh수협은행은 지난달 차기 행장 공모 절차를 밟았다. 

이들 지주회장이나 은행장들은 각각 일부는 조용하게 물러나 후임에게 물려주거나 실적 호전을 보였던 일부는 연임할 의지를 강력히 밝히고 있어 금융권의 하마평은 무성하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낙하산 인사를 대량 투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밀려오는 것이 금융권의 전망이다. 과거 공기업과 국책은행·특수은행에 대해서만 정부·여당의 입김이 닿았지만 이제는 시중은행과 지주회사에도 불어 닥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손 회장의 경우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를 열어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등 위법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손태승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4월 손 회장 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한 지 약 1년6개월 만에 이번 결정을 내렸는데 미뤄지고 미뤄졌던 징계가 갑자기 내려진 모양새다. 

법령상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자는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따라서 손 회장의 연임 의지에도 불구하고 연임은 난감해진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금융위 결정을 검토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2020년 3월에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았지만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앞서 BNK 김지완 회장의 조기 사임은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중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김 회장이 아들이 근무하는 증권사(한양증권)에 계열사 발행 채권을 몰아준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4일까지 BNK금융지주, 자산운용, 캐피탈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했고, 이번 주까지 이어졌다. 이번 조사는 김 회장이 BNK금융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부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다. 검토 과정에서 지적·위법 사항 등이 확인되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논의에 돌입하게 된다. 

이와 함께 강 의원은 당시 김 회장이 내부 인사가 CEO를 승계하도록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 규정’을 변경한 것도 걸고 넘어졌다. 이후 지난 4일 BNK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 중 일부를 수정했다. 기존 BNK금융지주는 내부 승계 구조를 이어왔지만,  금감원 의견에 따라 김 전 회장이 구축한 내부 승계 원칙을 무너뜨린 셈이다. 이에 따라 BNK 노조와 시민단체가 "정부·여당이 외부 인사를 BNK금융지주에 심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권은 경악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정부·여당 측이 이젠 대놓고 낙하산을 띄우고 있다”면서 “공기업 수장은 물론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연봉과 권한이 상당해 국책은행을 넘어서 금융지주나 시중은행 대표까지 넘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과거 ‘모피아’는 재무부, 경제기획원, 기획재정부로 이어지더니 이젠 금융위, 금감원은 물론 금융권과 무관한 인사까지 ‘확장 모피아’ 낙하산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모양새라 관치금융이 판을 칠 것”이라며 “정부·금융당국이 선전하는 금융강국은 요원할 뿐 아니라 금융개혁에 시동이나 걸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은 이른바 통과의례에 불과할 뿐 ‘내로남불’ 행태는 이제 전통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윤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낙하산 인사가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 전방위적으로 남발되고 있다는 사실에 금융권·경제전문가들의 우려만 커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의 속도 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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