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스위스은행’發, 제2의 국제 금융위기?
‘크레딧스위스은행’發, 제2의 국제 금융위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위스 대표 은행, 실적부진·누적 적자로 대규모 구조조정
미국, 남미 등 금융시장에 대규모 투자 진출, 최근 실적 악화 연속
구조조정 불확실성으로 시장 불안감 날로 증폭
전문가들 “아직은 금융위기를 촉발할 만큼 심각한 수준 아냐”
스위스의 '크레딧스위스 은행' 본점 조감도.(사진='크레딧스위스'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의 '크레딧스위스 은행' 본점 조감도.['크레딧스위스' 홈페이지 캡처]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크레딧 스위스(이하 CS) 은행이 세계적 금융위기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될까? 최근 로이터 통신이 CS의 경영부진과 구조조정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이런 의구심과 우려가 촉발됐다. 이에 국제 금융계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가운데, 국내외 언론들도 이를 주목하며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의 주요 금융기관과 연구소들도 이를 예의 분석하며, 그 파장을 나름대로 점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경우 8일 공개한 ‘크레딧스위스發 위기가능성 점검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지난 9월 23일 로이터에서 CS의 구조조정에 대한 보도 이후 주가가 폭락(15.3%)하고 CDS프리미엄이 금융위기 당시 최고점을 상회하면서 ‘제2의 리먼사태’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금융위기 현실화까지 배제하지 않하고 있어 주목된다.

CS는 1856년 설립된 스위스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으로, 1988년 미국의 IB(투자은행) 퍼스트보스톤 지분을 인수하며 글로벌IB로 도약했다. 1990년대에는 뱅크루, 윈터더그룹 등을 인수하며 그 규모를 확대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2021년에 들어 18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엔 또 다시 19억8000만 달러 적자가 지속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이미 위기의 전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는 이에 “현금확보를 위해 미국 IB사업부문을 매각하고, 라틴아메리카 사업을 철수하는 한편, 추가 현금이 필요할 경우 유상증자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하며 위기를 부각시켰다. 로이터 보도가 나간 후인 9월 30일 CEO인 율리히 쾨르너가 자사의 주가 하락 상황에 대해 ‘양호한 자본건전성’을 강조하며 내부 직원들을 안심시키는 서신이 공개됐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시켰다. 실제로 CS는 10월27일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핵심사업 중심의 사업재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 조정안을 발표했다. 즉, 성과가 낮은 IB 사업을 매각·분사해 자본 효율성이 좋은 WM, 스위스은행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고 비용 절감(조직·인원 감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IB에서 유가증권 발행과 기업자문 부문을 분리해 ‘CS First Boston’으로 분사하고, 증권화 부문은 ‘Apollo Global Management’가 주도하는 투자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비용 보전과 추가 손실 발생에 대비해 40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도 병행 추진키로 했다. 또 2025년까지 보통주 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유지하는 한편 총비용의 15%(약 2.5억 달러)를 감축해 ROE를 6%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 조정안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는 등 시장 불안감이 지속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2008년 위기 당시에도 비교적 건실했던 CS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리스크관리 실패, 미흡한 내부 통제, 취약한 사업구조 등에 따른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CS는 2021년 아케고스, 그린실캐피탈 등과 관련한 대규모 거래·투자 손실(72억달러)을 보았고, 자금세탁, 뇌물수수 등 불법·불공정거래에 연루되며 거액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게다가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시장변동에 민감한 IB에 편중된 사업을 유지함으로써 실적 악화가 가속화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중엔 아직은 금융위기를 촉발할 만큼 심각한 위기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우리금융의 오태준 수석연구원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CS 자체가 근본적으로 위기를 맞거나, 다른 유럽계 금융회사의 동반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CS의 자본비율(CET 12.6%)과 유동성 비율(LCR 192%)이 규제 비율을 상회하고 있고, IB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WM, 자산운용, 스위스은행)에서는 흑자를 시현”하고 있음을 그 이유로 들었다.

오 연구원은 또 “주요 금융회사의 실적이 모두 부진했던 리먼사태와 달리, 현재 유럽 주요금융그룹의 수익성은 2022년 상반기 평균 ROE 10.4%에 이를 만큼 양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으나, (국내 금융계가) 유럽계 금융권과의 거래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오 연구원은 그러나 “CS 경영악화의 근본 원인을 명확히 인식해, 국내 금융회사도 리스크관리 전략과 내부통제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적자를 시현할 가능성이 큰 부문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