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구 제21차 세계한상대회 조직위원장 인터뷰
2023년은 '한국이민 120주년'의 뜻깊은 해
한상대회는 한민족 중소기업인들의 축제
..."정부 관심 뒷받침돼야"
美올랜도서 한국 호접난 재배 유통
美 전역에 가든센터 조성 계획

황병구 제21차 세계한상대회 조직위원장이 해외에서 처음 열리는 내년 대회의 중요성과 계획을 얘기하며 밝게 웃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내년 10월에 열리는 제21차 세계한상대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개최된다. 지난 3일 울산에서 막을 내린 20차 한상대회를 끝으로 내년부터는 국내외에서 번갈아 가며 열릴 예정이다. 해외에서 열리는 첫 개최지로 750만 재외동포의 심장이라 일컫는 LA 인근 오렌지카운티가 선정됐다.

세계한상대회는 2002년 재외동포재단의 제안으로 해외에서 살고 있는 한상들이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제품을 수입해 거주국에서 팔아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내년 2023년은 공식적으로 한국이민 1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재외동포들은 거주국에서 제조업보다는 주로 무역, 유통, 금융, 서비스, IT, 부동산, 여행업 등에 종사한다. 한마디로 재외동포 대부분은 비즈니스맨이다.

제20차 한상대회 참가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지난 6일 광화문에서 만난 황병구 제21차 세계한상대회 조직위원장(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장)은 “내년 대회에 윤석열 대통령과 美바이든 대통령의 참석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외동포청 설립 등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참석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미중패권 전쟁 속에서 화상(華商)에 비해 열세인 한상(韓商)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20년 동안 한상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상들을 조직화하고 비즈니스의 토양을 만드는데 주력했다면, 향후 20년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위는 모금, 예산, 기업유치, 스타트업, 기획조정 등 성과중심의 조직을 구성했다. 국내 대기업을 한상대회에 참여시켜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750만 재외동포들은 미주지역 230만명, 조선족 190여만명, 일본 50여 만명 등의 순이다. 황 위원장은 내년 제21차 한상대회를 마친 뒤 미주총연 자체적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한상대회를 매년 열어 미국시장 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상품이 많은데 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한상들을 활용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미국시장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손색이 없지만 중소기업제품은 아예 뒷전에 밀려 있다는 그의 분석이다. 그나마 최근 K-푸드, K-무비, K-컬쳐 등이 상종가를 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제품도 미국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에만 25만여개 한상기업이 존재한다고 그는 전했다. 이들 기업과 연중 줌(ZOOM) 등 온라인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뿌리라는 점에서 뿌리가 튼튼해야 10대 경제대국으로서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한상대회를 민간단체 중심으로 유도하고 있어 관련 예산확보가 불투명합니다. 사실 한상대회는 재외동포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판로를 열어주기 위한 행사라는 인식을 해야 합니다. 30~50년 동안 낯설고 물설은 이국땅에서 일군 한상의 성공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한다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한상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내에서 열리는 한상대회는 대략 25억원 안팎으로 재외동포재단과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재원의 90%가량이 국민세금인 셈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내년 한상대회는 현지 물가와 고환율 등으로 인해 50억~6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의 관심이 절대적이라고 황 위원장은 강조했다. 지금껏 황 위원장을 비롯해 미주총연 회원들이 발로 뛰어 현지에서 150만달러(21억원 가량)의 예산을 확보했다. 황 위원장도 성공적인 행사를 치루기 위해 10만달러를 기부했다.

황 위원장은 경북 청송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성실히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여겨 밤낮을 가리지않고 영농기술을 습득했다. 청년시절, 화훼농사를 하면서 호접란 재배에 눈떠 일본과 중국에 수출하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 신지식으로 선정되고 국무총리 우수 농업인상 등 각종 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정부가 미국에 난 수출전진기지를 건설한다는 얘기를 듣고 김대중 정부 시절 농림부장관에 편지를 보내 울산시와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고, 농협 투자금을 받아 2001년 3월 48세에 미국 올랜도로 건너갔다. 한국난을 미국에서 재배해서 팔 요량이었다.

하지만 각종 규제 등으로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초창기 한국에서 난을 수입할 때는 난 뿌리를 씻어 통관을 시켜야 했다. 그러다보니 30%가량의 누수가 생겼다. 난을 화분 째로 수입해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데, 허용이 안됐다. 결국 10년간 매달린 끝에 2019년부터 화분에 식재된 한국산 호접난이 미국시장에 들어가게 됐다. 그는 지난 2일 울산 한상대회에서 ‘글로벌 한상기업의 성장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성공사례를 발표하면서 에피소드 한 대목을 들려주었다.

“어느 날, 호접난을 사겠다고 농장을 찾아온 현지 바이어가 지나치게 가격을 후려쳤습니다. 자존심이 엄청 상했지요. 바이어가 떠난 다음날 농장으로 가서 호접난 꽃을 모조리 잘라버렸습니다. 일주일후 다시 농장을 방문한 바이어가 꽃이 전부 잘려나간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전후 사정을 듣고선 다시는 가격을 깎자는 얘기를 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간지 20년만에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미국 전역에 특화된 한류형 가든센터 500개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이미 카이스트 교수 출신 등이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함께 모태펀드를 투자하기로 하고 현지 시장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올해 말경 마이애미에 1호점을 낼 계획이다.

“가든센터는 한국산 난을 포함해 수많은 종류의 식물과 대화하고 커피를 마시는 힐링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미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가든센터 당 20여명의 한국청년을 채용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올랜도에 대형 유통센터를 건립해 퀄리티가 좋은 한국난을 미국 전역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그는 한국의 난 내수시장을 안정시키고 난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대를 이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현지 지역사회를 위해 연간 5만 달러 규모의 장학금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과 뭔가 다르다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고국을 위한 길이 아니겠느냐”며 그는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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