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성대석 한국언론인협회장

성대석 한국언론인협회장
성대석 한국언론인협회장

분단70년, 동족상잔 68년, 그 한 많은 한반도에 지금 거대한 용트림이 일고 있다. 불과 한 두 달 전만해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긴장의 한반도에서 갑자기 비핵화 남북·북미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4·5월이 지나고 나면 한반도에 평화의 빛이 쪼일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중대 국면을 맡게 될지 그야말로 우리는 백척간두에 서있다. 갑작스럽고 파격적인 남북·북미정상회담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은 지난달 5일 방북한 남측 정의용 단장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양대 정상회담 개최 제의 전까지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 타격 등 미국과 남한을 연일 압박하면서 전쟁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던 그가 임신한 여동생까지 서울에 보내 파격적 정상회담을 제의한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미국이 다방면에 걸친 강력제재로 북한 경제의 숨통을 조이자 위기탈출의 절박성이 생겼고 둘째, 지난해 11월 화성15형 발사 성공 직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해 핵 협상력이 지금 최고조에 달해있으며 셋째, 올해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 상황과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트럼프대통령의 의중을 읽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눈에 가시인 북핵문제를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해결하는 게 11월 중간 선거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했을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대통령은 “만나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 즉석에서 회담 수락까지 했다.

저돌적인 김정은과 통 큰 승부사 트럼프가 사전 조율 없이 극적으로 합의한 빅딜이다.

미국은 이번 북미회담의 알파·오메가는 오로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한다. 미국은 과거 북한이 미북 회담을 회담 자체보다는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로 삼았다는 경험에 비춰 이번 북핵에 대해 불가역적인 검증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의 계속적인 무력시위 도발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북 무력사용발언 등에도 고집스럽게 고수해 온 외교 협상을 통한 해법, 이른바 ‘중매론외교’가 어렵게 성공한 것이다.

과거 남북회담에서는 낮은 단계에서 시작해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문제는 뒤에 결과물로 다루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쾌도난마식 방법은 장점도 있으나 과정(북핵폐기확인 등)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감안해 문재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냉철한 현실인식을 갖고 오로지 ‘북핵폐기’에 중점을 맞춰 한달 뒤 열리는 북미회담에 좋은 연결고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21세기 최대의 정치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모쪼록 성공리에 마무리 되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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