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세계한상대회 '글로벌 한상기업의 성장과 역할' 세미나
고상구 K-MARKET 회장, 송창근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 황병구 미주총연 총회장 연사로 나서
한상(韓商) 고유의 경영모델 기반 'K-매니지먼트' 정립할 시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세계한상대회를 매년 개최한지 올해로 20년. 전세계 각지에서 한민족 혈통을 지닌 비즈니스맨들이 유통, 금융, 서비스 등 각종 분야에 걸쳐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히고 있다. 세계한상대회를 중심으로 매년 수천명의 한상들이 고국에 모여 다져온 ‘한상 네트워크’가 축적돼, 이를 기반으로 이제는 고국경제 발전을 넘어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글로벌한 관점의 비전을 모색하는 시점에 와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 호주,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5대양 6대주에 걸쳐 기업가정신을 펼치고 있는 한상들의 성공이론을 토대로 ‘K-매니지먼트’를 정립해 후배들에게 모델로 제시해야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일 울산에서 폐막한 제20차 세계한상대회에서 한상(韓商) 고유의 경영모델을 접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

이번 대회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난 2일 열린 ‘글로벌 한상기업의 성장과 역할’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상 기업인 세 사람이 척박한 외국땅에서 비즈니스를 일으킨 열정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종배 성신여대 교수는 한상에 대해 “하나 하나 유니크한 지적 보고(寶庫)”라고 표현했다.

고상구 베트남 K-MARKET 회장, 송창근 인도네시아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총회장(화훼사업가)의 '기회와 도전의 비즈니스사(史)'를 이날 강연을 토대로 싣는다.

'일등이 아닌 일류기업'

2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한상기업의 성장과 역할'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는 고상구 베트남 K-MARKET 회장. [황복희 기자]
2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한상기업의 성장과 역할'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는 고상구 베트남 K-MARKET 회장. [황복희 기자]

고상구 회장은 1만개 한국기업이 진출해있는 베트남에서 식품 유통업으로 성공한 대표 한상 중 한 사람이다. 베트남 전역에 136개 한국식품 매장을 직영하고 있다. 한국의 L마트가 견학을 올 정도의 최신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고객의 80%를 현지인으로 확보하고 있다.

고 회장은 이날 강연 첫 머리에서 “90분 강연으로도 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갖은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일으켰다"며 처음 베트남으로 건너간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참고로 이날 강연은 한사람당 20여분가량이 주어졌다.)   

“20년전 베트남은 수도 하노이 조차 밤9시만 돼도 불빛 하나 보이지않던 암흑같은 대도시인 그런 나라였다. 80~90년대 한국의 폭풍성장기를 지켜본데 이어 지난 20년간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며 두 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양국의 역사적 성장과정에 함께 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2002년 당시 하노이의 우리 교민은 600명 정도로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을 제외한 순수교민은 200명도 채 안됐다.”

처음에 백화점 사업을 하다 6개월만에 20여억원을 잃은 그는 “당시 멋지게 폐업했다”며 되레 밝게 웃었다. 한달간 폐업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50~90%에 이르는 세일을 했고 이를 통해 3억원을 건져 그 돈으로 재기의 발판을 삼았다. 인삼사업을 시작한 것. ‘베트남 인삼왕’ 고상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한 채에 2만4000원 하던 6년근 금산인삼 두 채를 술과 함께 병에 담아 개당 3000달러를 붙여 내놓았다. 사회주의 관습상 고가 선물이 오가는 ‘인사’ 문화에 착안해 특유의 배짱으로 ‘고가 전략’을 시도한게 대박이 터졌다. 당시 베트남은 경제붐이 일면서 많은 기업이 들어오고 뇌물용 또는 과시용으로 병에 든 인삼이 어마어마하게 팔리면서 현지 인삼시장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덕분에 고 회장은 단박에 일어났다.

“나는 사업가가 아니라 장사꾼이다. 장사꾼은 아침에 일어나 동네바닥을 다 쓸고, 손님의 강아지도 예뻐해야 한다. 그게 서비스고 고객감동이다. 기업인에게 성공은 비즈니스의 ‘크기’가 아니라 ‘가치’의 차원이다. 열정과 비법, 그리고 노력. 그런 것이 우리를 감동하게 만드는 거다.”

최상의 상술인 ‘후리다매(厚利多賣)'를 통해 인삼장사로 재기에 성공한 고 회장은 인삼으로 번 돈을 갖고 식품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베트남 100대 기업에 드는 ‘K-MARKET’의 출발이다.

“식품사업은 10년 공들여 100년 먹고사는 사업이다. 남의 나라 입맛을 바꾸는 비즈니스다. 인삼으로 번 돈을 한국식품 시장을 만드는데 갖다부었다. 우리 회사 슬로건은 ‘일등이 아닌 일류기업’이다. 일류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Start First, Perfect Later’. 직원들에게 ‘실행하라, 디테일은 과정 중에 완성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스타트를 먼저 하지 않으면 정말 좋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생각의 속도, 정보의 속도, 의사결정의 속도, 실행의 속도 등 4대 속도전략을 교육한다. 베트남인들은 위기에 처하면 뭉치는 힘이 대단하고 정도 많다. 회사사정은 매장 직원이 가장 잘 알고, 단합된 힘 또한 직원들이 만들어낸다. 직원들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게 하고 회사는 그에 들어가는 비용만 지원한다.”

고 회장은 “국가간 분쟁에서 감정싸움이 일어나면 가장 손해보는 사람은 재외동포와 교민기업가”라며 “어렵고 살벌한 환경에서 성공을 만들어내는 위대한 한상들”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착한 CEO가 성공한다'

제20차 세계한상대회에서 '착한 CEO가 성공한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송창근 인도네시아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 [황복희 기자]
제20차 세계한상대회에서 '착한 CEO가 성공한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송창근 인도네시아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 

‘착한 CEO가 성공한다’. 송창근 인도네시아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의 이날 강연 제목이다. 언뜻 듣기엔 잘 연결이 되지 않는 의미를 송 회장은 자신의 사례를 통해 납득시키며 감동을 이끌어냈다.

전세계 나이키신발 물량의 4%를 생산하는 그는 “Give and give, and give(주고 또 주고)...마지막에는 Foget!(잊어라)”이라고 말했다. 예전 서울대 명사특강에서도 ‘주고, 주고, 그리고 잊는 방법’을 강연했다고 덧붙였다. ‘착한 CEO’의 개념에 대해 그는 ‘나누는 CEO’이며 ‘착한 CEO는 (직원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1985년 울산공대(현 울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젊은 나이에 나이키 한국지사장으로 일하다, 1988년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신발 제조회사를 세웠다. 나이키, 컨버스 등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의 OEM 회사로 키워 5개 계열사에 3만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전세계 나이키 시장 외에도 일본에서 소비되는 컨버스의 90%를 그의 회사가 생산하고 있다. 이에 ‘미스터 신발왕’으로 불리운다.

이날 강연 제목에서 보듯이 그의 직원사랑은 각별하다.

“우리 직원들은 인도네시아 드림(dream)을 이뤄준 소중한 가족이다. 종업원을 사랑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 가슴을 터치하는 ‘휴먼 터치 매니지먼트’가 성공비결이다.”

‘종업원 중심 경영’이 경영철학인 그는 종업원 복지를 위해 4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180명의 의사·간호사, 20대의 앰블런스를 갖추고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하루 환자만 해도 1000명이 넘으며 임산부 여직원들이 회사 병원에서 800명의 아이를 출산했다. 이외에도 사내에 미용실과 이발소 등도 두고 있다. 3만5000명의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비행기 배식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도입했다.

매주 한,두차례 현지 시골로 직원들의 집을 방문해 가족은 물론 마을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어떻게 사는지 둘러본뒤 수리할 곳이 있으면 고쳐준다.

“병원운영에 비용이 얼마 드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알게 되면 ‘오 마이 갓’(Oh My God!) 소리가 나오고 결과적으로 직원들과의 관계가 깨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에게 “첫 인상이 중요하다. 부드럽고 밝게 대하면 다 된다”고 조언했다.

송 회장은 세계한상대회 장학재단을 만드는데도 적극 나서 10만달러를 쾌척했으며 2015년 제14차 세계한상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번 제20차 대회 참가차 고국을 방문해 지난달 31일 모교인 울산대에서 개교이래 졸업생 중 처음으로 명예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수출농업으로 가는 길'

미국 올랜도의 화훼사업가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총회장.
미국 올랜도의 화훼사업가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총회장.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총회장은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화훼 재배 및 수출업을 하고 있는 화훼사업가다. 경북 청송의 첩첩산중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온갖 농사일로 청년기를 보내다 1981년 울산으로 와 관엽식물을 재배하다 서양란인 호접란을 접하고 1980년부터 이를 재배, 까다로운 검역과정을 거쳐 일본, 중국 등지로 수출을 시작했다.

난(蘭) 재배 전문가로 알려지며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신지식으로 선정되고, 국무총리 우수농업인상 등 각종 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IMF 이후 농가소득이 불안정해지자 해외로 눈을 돌려 48세때인 2001년 정부지원과 농협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올랜도에 난 수출전진기지를 설립하고 한국난을 수입, 현지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시장에 유통, 판매하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해 한해 적자가 100만달러까지 불어나는 등 어려움도 있었으나 현지 은행에서 400만달러를 극적으로 빌려 회사를 일으켰다.

“당시에는 한국에서 재배된 난을 화분 상태로 미국수입하는 것이 허용이 안돼 난 뿌리를 씻어 들여왔다. 이런 식으로 반입해 현지에서 재배를 하면 30% 이상 손실이 났다. 난을 화분상태로 미국에 들여오게 하려고 대사관과 농림부 관계자를 만나는 등 10년의 노력 끝에 2019년부터 화분에 식재된 상태로 미국수입이 허용됐다.”

황 회장은 현재 울산과 충남 태안, 동두천 등지 농가에서 재배한 호접란을 미국으로 수입해 대형 체인점에 납품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전량 미국으로 갖고갈 요량으로 새만금 등지에 호접란 수출 대단지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마이애미에 가든센터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주요 도시에 각종 식물을 갖춘 힐링 문화공간인 한류형 가든센터 500개를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각종 부재 생산에 필요한 인력채용을 위해 미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의 청년들을 데리고 갈 계획이다.”

황 회장은 내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리는 제21차 세계한상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내년 한상대회는 처음으로 해외서 열리는 만큼 단순히 보고 느끼는 행사를 넘어 미국의 수출입협의회, 상무부와 연결해 미국의 중소기업들을 행사장에 초대하기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전국의 지자체와 MOU를 맺고 내년 대회에서 실질적인 사업성과로 이어지게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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