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격 높인 한상(韓商) '대부'
특별영상으로 전 세계 한상들에게 방영
사재 570억원 출연 장학사업 앞장
정부사업에 투자했다가 거액 날리기도

지난 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세계한상대회 개회식에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특별영상이 상영되는 모습.
지난 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세계한상대회 개회식에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특별영상이 상영되는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2박3일 동안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제20차 세계한상대회장에 타계한지 2년이 지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소환됐다. 750만 재외동포가운데 '한상(韓商) 1호'로 통하는 신 명예회장. 그는 지난 2002년 서울 롯데호텔에서 처음 열린 한상대회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에 흐른 뒤 신 명예회장의 고향인 경남 울산(울주군)에서 20차 대회가 개최된 점에서 그의 한상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애정이 깔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행사 주최 측인 재외동포경제단체는 이를 반영하듯 1일 개막식에서 신 명예회장의 특별영상을 방영하는 등 각별한 예우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타계한지 2년이 지난 신 명예회장은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을 통해 그리고 나래이션을 입힌 음성으로 한상들 앞에 섰다.

그는 영상에서 “롯데는 척박한 산업여건 속에서도 나라와 국민에게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로 문을 열었다”며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이루고 문화적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 때마다 함께 뭉치는 지혜와 기질을 가진 우리 민족의 DNA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1000여명의 한상 등 국내외 관계자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생방송을 통해 전 세계 재외동포들에게 생중계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아버지께서는 일본에서 일군 사업성과를 한국에 대한 투자로 이어가며, 모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품고 사셨다”고 전했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울주군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1세 때 단돈 83원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 배달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했다. 한때 문학도의 꿈을 꾸었던 그는 이후 사업가로 변신해 1944년 커팅오일 공장을 세우는 등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불굴의 뚝심으로 일어서 1948년 도쿄에 주식회사 롯데를 세웠다.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詩聖)으로 꼽히는 괴테의 첫 번째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온 여주인공 샤로테의 애칭 로테(Lotte)에서 브랜드를 따왔다. 베르테르가 죽으면서까지 사랑했던 여인이 바로 로테다. 일본에서 사업의 기반이 잡히자 신 명예회장은 고국으로 눈을 돌렸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춘 롯데는 관광과 유통, 화학,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어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데 이어 롯데의 30년 숙원사업인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성공리에 완공하면서 그의 끈기와 저력을 보여줬다.

살아생전 그는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회수 불가”라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의미였다. 60년대 정부의 제철사업 진출제안을 받고 3000만엔을 투자했다가 제철사업이 정부주도로 바뀌면서 투자금을 날리면서도 이를 원망하지 않았던 거인 신격호다. 특히 그의 나눔과 상생의 정신은 훈훈한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 삼동복지재단은 그의 대표적인 자선사업이다. 1983년 설립된 롯데장학재단에서는 지금까지 기초과학전공자들에게 800억원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했고 사재 57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롯데삼동복지재단에서는 울산‧울주 지역의 소외계층을 돕는데 앞장서왔다. 롯데복지재단은 외국인 근로자와 조선족 동포 등을 돕는 사업을 펴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정영수 CJ그룹 고문은 “허허벌판의 울산이 국내 최대의 산업 도시로 면모를 갖추는데 신격호 회장의 공이 적지 않았다”며 “신 명예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한상들이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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