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그룹 회장, 의혹으로 조기 사퇴
정치권 입김으로 회장 후보군 재논의 예상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에 정은보 전 금감원장 등 거론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에 이은재 전 의원 선임
낙하산 인사 영역, 공공에서 민간까지 ‘전방위’

차기 BNK금융 회장에 거론되는 안감찬 부산은행장, 기업은행장 후보로 꼽히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금융권에 정치권의 입김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물론 향후 민간기업 인사에 대해서도 ‘낙하산 인사’ 태풍이 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사퇴한다. 그 연유는 김 회장이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같은 의혹은 지난달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BNK금융 계열사가 김 회장의 자녀가 있는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 조사를 받았고, 그 김 회장은 조기에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김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낙마하는 민간 금융권 CEO가 된다.

사실 금융감독원은 부당거래 의혹에 대해 BNK금융지주, BNK캐피탈, BNK자산운용 등 3개 회사 현장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원래 현장검사는 지난주까지였으나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일주일 연장, 이번주까지 실시했다.

BNK금융 차기 회장, ‘낙하산 인사’ 가능성↑

BNK금융은 4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방식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퇴진을 결심한 김 회장이 중도 사퇴하게 될 경우 BNK금융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지방금융그룹인 BNK금융 김 회장이 건강을 빌미삼아 조기 사퇴가 돌발적으로 가시화하면서 금융권 인사는 “윤석열 정부 입김으로 이후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도 정치권·정부의 손길을 타는 게 아니냐”면서 “낙하산 인사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재 차기회장 후보로 내부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다. 먼저 ▲안감찬 부산은행장, 그리고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장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 9명이다. BNK금융 내부에서는 안 부산은행장과 이 캐피탈 대표를 유력하게 꼽는 것으로 전해졌다. BNK금융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을 보면, 차기 회장은 그룹 내부 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회장 후보를 계열사 대표로 제한하고 있어 그간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 회장이 비리의혹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생겼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대표이사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킨 경우 외부인사와 퇴임 임원 등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경영승계 계획에 따라 외부 인사를 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BNK금융의 승계과정이 지나치게 폐쇄적인 구조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합을 맞춰 지역 시민단체도 이 같은 승계가 회장 측근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에서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회장 후보군에 선정에 대한 재논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부산은행 노조는 외부인사 선임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마련한 규정이 지켜져야 한다”면서 “지역경제를 잘 아는 내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게 지역민과 내부의 견해”라고 했다.

한편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은행장 임기가 얼마남지 않아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찌감치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윤종원 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2일로 불과 두 달 남짓 남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이사 등 관료 출신과 내부 인사들이 차기 IBK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윤 정부·여당, 공공-민간 ‘전방위적’ 낙하산 인사

이처럼 낙하산 인사의 조짐은 공공기관과 정부의 영향력이 가해지는 민간 기관에서도 최근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지난달 12일 신임 이사장 후보로 여당 출신인 이은재 전 의원을 낙점했다. 공제조합은 전문건설업자 6만 명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건설과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한 정치인이 자본금 규모가 5조원을 웃도는 건설업 전문 금융기관의 수장 자리에 앉겠다고 나서자 조합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조합은 건설업 종사자들이 100% 출자해 1988년 설립한 민간 기관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인가·감독권을 쥐고 있어 정부의 ‘그늘’일 수밖에 없다. 연봉이 3억 원인 이사장 자리는 주로 국토부 관료 출신 차지였으나 최근 들어 정치권 인사들이 낚아채고 있다. 올해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처음으로 이사장 공모제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용두사미의 꼴만 보였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일 총회 표결을 만장일치로 통과, 3년 임기의 이사장에 선임됐다.

여권 인사들의 낙하산 인사는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 사장에도 몰릴 조짐이다. 우선 한국가스공사 사장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최연혜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는 에너지 경력이 전무한 캠프 출신 인사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당은 국정감사에서 전임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낙하산 알박기 인사’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 정부에서 임명 인사들에 대한 수사·감사를 십분 이용하고 있어 ‘제 밥그릇 챙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억대 연봉의 공공기관 상임감사직도 여권 인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자리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 공공기관을 혁신한다는 정부의 선전이 얼마나 공허한지 실증해 주는 모양새다. 특히 부실 경영을 감독하는 감사 자리를 전문성은커녕 공정성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친여 인사들에게 ‘전리품’이나 마찬가지로 나눠주고 있다.

이를 두고 한 행정학과 교수는 “공정과 상식은 물론 실적에 따라 전문성이나 능력을 위주로 하는 일반적인 인사 기준, ‘실적주의(merit system)’는 사라진지 오래다”라며 “오로지 충성도, 기여도에 따라 보직을 주는 ‘엽관주의(spoils system)’만 판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 엽관주의 낙하산 인사 영역이 공공기관이나 공공금융기관에 한정되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최근들어 민간 금융기업은 물론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민간 기업이나 단체에까지 정치권과 전·현직 공직자들의 촉수가 뻗혀 전방위적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능력과 자격은 물론 평판까지 아우르는 인사 기준과 실행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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