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

김필수 교수
김필수 교수

최근 미국 아리조나주에서 발생한 우버 자율주행차 사고로 도로를 횡단하던 보행자가 사망하면서 큰 이슈가 됐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어두운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라 잘 보이지 않았던 만큼 사람이 운전해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인간보다 완벽하다고 자신하던 인공지능이 일으킨 사고인 만큼 충격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우버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자전거를 끌고 무단횡단했던 보행자에 대한 정보가 한정돼 기계적 인식의 한계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전체적인 자율주행 기술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사고로 미국의 우버 자율주행차 시험이 정면 중단됐으며,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여러 선진국에 큰 충격을 주면서 본격적인 개발과 시험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독일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과 제도 준비도 가장 앞서 있고, 양국은 일반 도로에서의 적극적인 시험과 도입 움직임도 선제적이다.

이번 사고가 이 같은 움직임에 큰 장애가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자명하다.

미국에서는 이 사고뿐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자율주행차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2016년 초 기술적으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구글 자율주행차가 캘리포니아주에서 버스와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현지 경찰이 사고의 원인을 자율주행차에 있다고 판정했다. 구글 자율주행차가 500만㎞ 이상을 주행하면서 완벽에 성큼 다가갔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같은 해 여름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테슬라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하던 운전자의 사망사고는 자율주행창 대한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사고 원인은 운전자의 테슬라 자율주행기능인 오토 파일럿의 맹신적인 추종이 문제이었지만, 자율주행 센서가 맑은 하늘과 좌회전하는 컨테이너 화물차의 밝은 옆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일으킨 사고라 자율주행차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며, 상용화 전부터 신뢰성과 확신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과연 제대로 된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출시될 것인지 회의적인 판단이 든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라이다 센서나 카메라 등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고 제한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들 장치의 경우 폭우나 폭설은 물론, 먼지가 많은 오프로드나 신호등이 고장이 나서 수신호가 이뤄지는 사거리, 심야 운전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 등은 인지를 못하거나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력과 윤리성 등 다방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어떤 부분을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는 지, 기술적인 면을 떠나 윤리적인 부분과 사회 관습적인 부분, 법적 제도적 적용 문제, 보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한꺼번에 제시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완벽한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처럼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현재 레벨2 단계이고 내년 레벨3 수준의 기술을 적용한 차량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레벌5까지 적용된 완벽한 자율주행차까지는 분명히 멀었다.

이번 사고는 분명히 세계에 주는 충격은 컸지만, 준비 단계인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는 규제 일변도의 국가인 만큼 아직도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 지속적으로 규제를 푼다고 하지만, 기득권 유지나 몸에 밴 규제는 풀기 어려울 정도로 엉켜있다.

이번 사고를 보약으로 삼아 자율주행차를 활성화하고 동시에 국민 공감대를 만들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