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7일 코스닥 상장, '따상'에 준하는 성공
공모가 1만2400원, 18일 장중 3만4100원 기록
부진한 시장분위기서 로봇 테마로 '흥행'
마곡 연구소 겸 전시장 오픈 '고무된 분위기'
꾸준한 연구개발로 독자적 기술력 갖춰
정밀감속기 분야 33년 경력의 류재완 대표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이사가 서울 마곡에 위치한 연구소 내 제품 전시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에서 감속기 개발에 이어 로봇개발을 하다 2018년 전문경영인으로 에스비비테크에 합류했다.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이사가 서울 마곡에 위치한 연구소 내 제품 전시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에서 감속기 개발에 이어 로봇개발을 하다 2018년 전문경영인으로 에스비비테크에 합류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경기침체로 IPO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상장흥행에 성공한 기술기업이 있어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반도체 및 로봇 핵심 부품 생산업체 ㈜에스비비테크(대표 류재완)는 지난 17일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1만2400원) 대비 92.7% 높은 2만3900원에 출발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코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상장 이튿날인 18일에는 장중 최고가 3만4100원을 기록했으며 상장 일주일째인 24일 2만6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에스비비테크 공모주에 대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은 1640대1, 일반청약에서도 1657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등 시장의 기대감이 상당했다. 이 회사 류재완 대표는 “최근 주식시장이 침체 분위기다 보니 상장철회를 하는 기업도 있으나 그나마 로봇 관련 테마는 살아있어 상장을 밀고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용 베어링이 주력제품인 에스비비테크는 로봇 팔꿈치 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하모닉 감속기’ 양산에 국내 최초로 성공한 기술기업이다. 정밀 감속기 품목을 갖고 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특례 상장코스를 밟아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흥행으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인 에스비비테크 마곡 연구소를 찾아 류재완 대표를 인터뷰했다.

어려운 시장 분위기에서도 상장에 성공했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에 청약증거금만 4조원이 들어왔다. 약 600만주를 공모했는데 상장을 통해 시가총액 1600억 규모 기업이 됐다. 사전 수요조사에서 80% 기관들이 공모가 상단 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환경이 워낙 안좋은 점을 감안해 희망 밴드 최상단인 1만2400원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기대한 대로 흥행에 성공했는데 로봇 부품이라서 가능했다고 본다. 상장을 앞두고 열흘 정도 IR 등으로 여의도 증권가에서 살다시피 했다. 2019년부터 상장준비를 시작해 꼬박 3년이 걸린 셈이다.”

▲상장 이후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난 4월 김포 사업장에서 연구소를 마곡으로 이전하고 제품 전시실 등을 갖추었다. 연구개발 분야 등에 있어 인력채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다행히 상장 이후 이력서가 눈에 띄게 많이 들어온다.

상장시 우리사주를 진행하지 못해 대신에 대주주 지분의 일부를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으로 나눠줬다. 3년뒤 행사 가능한 조건으로 직원 한 명당 최소 2000주가 갔다. 상장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높아졌다.”

상장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2018년 10월 송현그룹이 인수한 이후 이듬해 상장준비에 들어갔다. 회계기준을 맞추기가 가장 까다로웠다. 상장조건을 갖추기 위해 국제회계기준(K-IFRS)을 따르면서 2018년 92억원이던 매출이 2019년 60억, 2020년 66억, 2021년 68억으로 떨어졌다. 그때부터 영업이익도 3년 연속 적자로 돌아섰다. 자체 부품 비중이 낮으면 매출로 인정이 안되다보니 실적이 조정되고 기술개발비 과대계상을 쳐내는 등 회계작업을 하는데만 1년이 걸렸다. 당장의 재무구조나 매출이 좋치않아도 상당한 규모의 기술기반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있어 이 코스를 밟았다. 거래소가 지정한 기술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A등급)를 통과해 상장신청 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 준비서류가 엄청났다. 이후 미래에셋을 상장주관사로 해 지난 4월 거래소에 상장신청을 했다.”

상장기업이 됐는데, 올해 실적전망은 어떤가.

“2018년 송현그룹이 인수한 이후 투자를 많이 하고 고급 연구개발 인력 채용으로 인건비가 상승했다. 기술이 필요한 제품이라 단기간에 매출로 연계되는게 아니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 상반기 매출 40억원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훨씬 나아졌다. 그래프상으로 보면 바닥을 찍고 턴을 해, 내년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거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감속기 매출이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대비 매출이 120%를 넘겼다. 감속기는 신뢰성이 요구되는 품목이다. 제품이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돼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검증이 돼야 한다. 그동안 일본업체가 국내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는데 2019년 일본과의 무역분쟁을 계기로 서플라인 체인 상 국산제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등 마인드가 바뀌었다. 국내 큰 업체에 샘플을 제공하는 등 테스트가 진행됐고 1년에서 길게는 3~4년 이상 내구성 검증을 거쳐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었다.”

에스비비테크의 하모닉 감속기 제품이 적용된 산업로봇.
에스비비테크의 하모닉 감속기 제품이 적용된 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

일제(日製) 일색이던 하모닉 감속기 시장을 뚫은 비결이 있다면.

“하모닉 감속기는 기어의 일종으로 치형(齒形)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제품 성능에 영향이 크다. 기존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역설계)을 통해 일본제품과 유사한 형태를 만들다가 2020년 일명 ‘α(알파) 치형’이라는 독자적인 치형을 개발해 자체적인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사이클이 짧아지고 성능이나 내구성이 월등히 나아졌다. 이 과정에서 정밀 감속기 기술을 연구하고 학위논문을 보유한 김형모 박사를 초빙해 현재 연구소장 겸 CTO를 맡고 있다. 기술경쟁력이 생기면서 고객사들의 평이 좋아지고, 특히 방산 분야에서 물량주문이 많이 들어와 올들어 그 쪽에서 14억 오더를 받았다.

그럼에도 갈길이 멀다. 에스비비테크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하모닉 감속기를 생산하고 있으나 아직도 국내 시장의 80%는 일본제품이 쓰이고 있다. 2023~2024년까지 최소 25%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진출을 통해 세계 ‘탑3’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의 ‘하모닉 드라이브’, 중국의 ‘리더 드라이브’, 일본의 ‘니덱 심포’가 세계시장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우선 타깃은 중국시장이다. 전세계 하모닉 감속기의 50%가 소비되는 가장 큰 시장이다.”

해외수출은 어느정도 하고 있나.

“주력품목인 반도체 베어링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지 반도체 회사에 납품이 되고 있다. 감속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공급이 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인지도와 레퍼런스를 쌓은 뒤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다. 지금은 베어링과 감속기 매출비중이 7대3 정도인데, 향후 감속기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 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반도체 진공공정에 쓰이는 베어링은 흑자사업이긴 하나 시장자체가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로봇, 자동화장비 등에 쓰이는 정밀 감속기는 4차산업 시장규모로 봤을 때 미래 시장성이 월등한 만큼 메인 아이템을 감속기로 옮겨갈 계획이다. 거래소 상장 과정에서도 로봇용 감속기에 대한 시장성을 높게 평가해 통과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커나갈 일만 남은 것으로 보이는데,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면.

“오랜기간 일본제품을 사용해온 고객사들을 상대로 우리 제품을 샘플로 제시하고 테스트를 거쳐 최종 공급하기까지 차근차근 레퍼런스를 쌓는데 공을 들여야한다. 또 중소기업들에게 마찬가지 고민이지만 엔지니어를 비롯한 고급인력을 조달하는게 가장 어렵다. 다행히 R&D 자금은 부족하지 않다. 큰 국책과제를 맡고있는데다 매년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상장으로 180억 정도 자금확보가 됐다. 설비투자 및 공장증설 등을 통해 현재 5만대 정도인 감속기 생산케파를 20만대 수준까지 늘리려 한다. 모회사인 송현그룹에서도 향후 에스비비테크를 핵심회사로 키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에스비비테크의 올해 매출목표는 11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0억정도로 잡고 있다. 내년에는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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