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2차전지 제외 대부분 산업 '위축' 예상
글로벌 밸류체인 후퇴, 인건비·금리 부담, 재고증가 등
내수 서비스업도 회복세 둔화...
금리상승 따른 가처분소득감소 등 겹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3년 산업전망 보고서'

자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다가오는 2023년에는 정유 및 2차전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업황 위축이 예상되고,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개선이 기대되던 내수 서비스업 역시 회복세가 둔화되는 등 전반적인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이하 '연구소')가 20일 발간한 ‘2023년 산업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산업은 공급망 블록화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 후퇴, 인건비 및 금리 부담에 따른 사업 확장성 약화,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증가 등으로 인해 주요 산업 대부분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으로 업황이 회복된 숙박, 여행, 음식업 등 내수 서비스업종 또한 서비스 비용 상승에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까지 겹치면서 내년에는 회복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기자동차 확산으로 견조한 수요 증가세가 기대되는 2차전지, 내년에도 양호한 정제마진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업과 같은 몇몇 산업은 2023년에도 양호한 업황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와 2차전지만 예년 대비 양호

연구소는 총 5개 산업군, 15개 산업을 전망하면서 소재∙부품 부문에서 정유 및 2차 전지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산업의 업황이 올해보다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원가부담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면서 수요가 올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업황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2차전지 산업은 미국 및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내년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 배제 정책이 오히려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에는 득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 내년부터 대미 수출을 위한 배터리 셀, 부품 및 소재 관련 직접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한편, 정유업은 올해보다는 정제마진이 다소 줄겠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정제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러-우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체 에너지원 수요 확대로 내년에도 견조한 원유 수요가 예상되고 있어 양호한 업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차전지와 정유를 제외한 소재∙부품업은 전반적으로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원자재 가격 부담은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을 것이며 특히,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낮아졌더라도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제조원가 부담 가중이 장기화될 것으로 봤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감소가 겹치면서 소재∙부품업체들은 매출감소와 수익성 하락의 2중고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디지털산업군의 경우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나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TV, 컴퓨터와 같은 내구재 소비는 감소할 수밖에 없고, 부품으로 사용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업 역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신산업 탄생의 산실로 주목받았던 스타트업 기업들은 금리 상승기를 맞아 투자위축이 불가피해 시장의 냉정한 판단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운송산업군은 금리급등, 글로벌 경기 하방압력 증대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운송 수요 감소가 예상되며, 해운업은 글로벌 환경규제마저 강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투자확대 부담까지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强)달러로 인한 영향은 운송산업 내에서 세부 업종별로 차이가 발생하는 가운데 자동차, 조선, 해운 등은 수혜를 볼 것이나 항운은 여객수요 감소 등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재 산업군에서는 간편식, 건강기능식 등 신사업 확대가 기대되는 음식료 업종이 소폭의 성장을 보일 뿐 대부분의 산업에서 업황 위축이 예상됐다. 고금리 지속 및 경기둔화로 인한 소비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의 효과가 감소하면서 외식업, 의류업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화장품 제조업은 내수는 양호하나 대중(對中) 수출은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둔화, 재고증가, 인건비 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 장기화

연구소는 글로벌 고금리 및 경기 하방압력 강화가 당분간 이어지고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수출 감소 ▲재고 증가 ▲인건비 상승과 같은 경영환경 악화에 상당기간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우리나라 주된 수출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제품 등의 수출 둔화를 예상했다. 반도체는 코로나 특수로 인한 단기적 활황기가 종료되고 침체 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다소 개선될 것이나 경기 둔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감소의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석유화학 제품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각국의 탈플라스틱 정책이 겹치면서 수요 회복이 제한, 수출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이 재고확충에 힘을 쏟았는데 경기둔화 우려로 수요가 갑자기 줄면서 기업에 부담이 될 것으로 봤다. 전자, 철강, 의류 등에서 재고자산이 급증하고 있어 당분간 기업들은 할인판매, 가동률 저하 등 재고소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소재, 부품 업체의 실적 둔화도 예상했다.

인건비 상승이 이어질 수 있는 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팬데믹 직후 배달업, IT 업종 등 신산업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친 노동력 부족이 내년에도 이어짐에 따라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종의 원가부담 문제가 장기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문태 연구위원은 “코로나 리오프닝 효과가 금리 급등으로 빠르게 식어가면서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의 원가부담 및 재고소진 위험이 남아 있어 기업들의 경영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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