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등으로 막대한 수익 올린 정유사·금융권 대상 특별과세 논의
유럽은 이미 도입, 미국도 도입 확실…한국 국회도 관련 개정법률안 발의
국내 금융권 등 “국내 정유사 등은 해외 환경과 달라…기금조성으로 대응”

사진은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코로나19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정유사와 금융권을 대상으로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코로나19로 급격하게 매출과 수익이 폭증한 정유사나 금융권에 대한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 초과이윤세)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서민들의 시각으론 마땅히 도입해야 한다는 정서가 팽배하지만, 당사자들로선 ‘반시장주의’를 강조하며 이에 반발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이미 지난 8월 국회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계류 중이어서 횡재세 문제는 사회․경제적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유럽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선 코로나19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그 덕분에 ‘떼돈’을 벌었다는 대중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횡재세가 도입되거나 논의 중인 경우가 많다. 이에 관해 최근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백종호 연구위원은 “초과이윤을 거둔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통 분담 취지라는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중과세, 반시장 논리 등을 펴는 등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론이 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1980년의 법안과 유사한 방식으로 횡재세 부과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백 연구위원에 따르면 1980년 당시에도 석유회사를 대상으로 50~70%의 세율로 800억 달러의 세금을 부과한 적이 있는 미국은 이번에도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21%의 가산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또 영국도 과거에 수차례 횡재세를 부과한 바 있고, 이번에는 에너지 기업에만 부과하고 있다. 영국은 1981년에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특별세를 부과한바 있으며, 1997년에는 기간산업 민영화 관련 기업에 23%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올해는 에너지 기업에만 25%의 추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독일은 인플레이션 대책의 일환으로 에너지기업에 횡재세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같은 조치는 EU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는 백 연구위원의 예상이다.

이미 스페인도 금리,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혜택을 본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부터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고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그 후 은행으로 부과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에너지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부과했으나 납부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헝가리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사에게도 횡재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은행과 에너지기업 외 유통사, 항공사, 통신사, 제약사 뿐만 아니라 보험사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정유사와 금융권에 대한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8년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업계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정치권에서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가 논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업계는 이에 반발하는 한편, 특별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그런 가운데 정유사와 은행에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한국판 횡재세' 법안이 발의됐거나, 될 예정이다.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정유사들에게 20%의 세율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은 정유사와 은행을 대상으로 50%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 중 이성만 의원의 법안은 “원자재 업계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결정에 대한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석유정제업자 및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에게 과세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 “정부가 급격한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 경우”를 과세 요건으로 하되,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금액에 비해, 해당 사업연도 소득에서 5억원 이상 초과소득이 발생한 경우”를 대상으로 했다. 이에 대해 “과세 방식 초과소득에 20%를 곱하여 산출한 세액을 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 연구위원은 “국내 횡재세 도입은 쉽지 않아 기금 출연 등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 2008년의 사례가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특히 “해외 정유사는 업스트림(원유 생산과 정제)에 주력하는 반면, 국내 정유사는 다운스트림(유통과 석유화학 제품 가공)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내 금융권도 금리, 수수료 등 전반에 규제 강도가 높아 초과이익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국내는 횡재세보다 기금 조성을 통한 사회적 책임 강화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금융권과 업계의 시각을 엿보게 했다. 그는 또 유가를 인하하는 대신 저소득층 대상 난방유 무료 공급, 에너지 소외계층 지원 및 저탄소 녹색에너지 기금 조성 등 사회적 책임 활동 강화로 대응한 2008년의 방식을 상기함으로써 사실상 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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