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한인, 교민, 교포, 재외국민 등 명칭 '혼란'
한인회 난립, 갈등과 분열...'한인회등록제' 필요성 제기
재외동포포럼 정책토론회

지난 9월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외동포포럼 주최 '재외동포의 명칭과 힌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9월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외동포포럼 주최 '재외동포의 명칭과 힌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이름은 호칭을 넘어 관계성과 정체성을 반영한다. 전 세계 193개국에 살고있는 750만 재외동포들은 자신들이 무엇으로 불려지길 원할까. 동포, 한인, 교포, 교민, 재외국민, 한인 디아스포라, 한민족, 조선인, 코리안, 고려인(카레이스키)...

재외동포들은 많은 용어들 중에서 ‘동포’와 ‘한인’이라는 명칭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동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동포연구원(원장 임채완)이 최근 미주한인 등 재외동포 1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바람직한 재외동포 명칭’으로 42.8%가 ‘동포’를, 이어 26.9%가 ‘한인’을 꼽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동포’라는 단어에 대해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정감을 담은 호칭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재외동포에 대한 호칭이 혼재돼 쓰이는 가운데, 일상적 학문적으로 ‘재외동포에 대해 어떤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재외동포포럼(이사장 조롱제)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25차 포럼으로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임채완 전남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는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정부조직법에 ‘교민’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고, 1961년 외교부에 교민과가 생긴 이래 1974년 영사교민국, 1998년 재외국민영사국, 2005년 재외동포영사국으로 명칭이 변하였고, 2007년 ‘세계한인의날’(10월5일) 공식행사에서 보듯이 재외동포 관련 명칭은 계속 바뀌어왔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재외동포의 명칭은 정체성, 역사성, 포용성, 함의성, 지속성, 목표성 등을 포괄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 학계,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이 사용하는 용어는 수십 가지가 돼 너무나 혼란스럽다”며 “최소한 한국과 재외동포들이 합의할 수 있는 용어 정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외동포 문제해결의 단초는 ‘재외동포기본법 제정과 재외동포처 설립’을 시작으로 ‘재외동포 용어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재외동포를 위한 정책과 법제화에 있어 대단히 소극적이며 심지어 반대나 외면을 해왔다는 것이 임 교수의 지적이다.

재외동포, 호칭의 정립이 필요한 이유

일본과 중국은 해외 거주하는 자국민을 교포라고 부른다. 우리도 한때는 이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미국 등 해외 한인사회에서는 ‘교포’ 보다는 ‘동포’ 또는 ‘한인’이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주로 ‘한인’이라고 표현한다. 유래는 1910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샌프란시스코에 세운 ‘대한인국민회’로 인해 미국 거주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한인’이라고 부르게 됐다.

정작 한국에선 동포, 한인, 교포, 교민, 조선족, 고려인, 재외국민 등의 명칭이 혼용되면서 용어의 통일성과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많은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재일동포,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 재일교포 등 호칭사용이 대단히 혼란스럽다. 중국에서는 조선족, 중국동포, 러시아 CIS에서는 고려인, 카레이츠라는 명칭이 쓰인다.

임채완 교수는 ‘재외동포의 명칭 분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재외동포의 명칭이 이처럼 다양하고 혼란스럽게 된 배경에 대해 망국과 전쟁, 혁명 등 한반도의 빈번한 체제변동과 정치사회적 변화를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계 재외동포를 ‘코리안 디아스포라’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현대적 의미의 디아스포라는 같은 민족적인 기원을 지닌 사람들이 여러나라에 흩어져 살거나 동일한 신념체계를 지닌 사람들을 지칭하는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국제이주, 망명, 난민, 이주노동자, 민족공동체, 문화적 차이, 정체성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적유무, 출신지역, 분야별 용어 등을 아우르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동포’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 한국 밖에 나가있는 공간적 개념을 추가해 ‘재외동포’라는 용어가 가장 보편적 용어로 지칭되고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한국은 물론 해외 한인 커뮤니티와 학계를 중심으로 재외동포를 둘러싼 공식적이고 법률적 학술적으로 보편화가 가능한 포괄적 명칭의 정립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명칭은 공공재로서 부르는 사람과 불리는 사람 간의 관계를 반영한다”며 “양쪽이 기꺼이 수용하면서 동시에 상호간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의미를 담아내는 명칭을 찾아내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동포라는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면서 학술적인 엄밀함과 일반적 대중성을 가진 명칭을 선정해 일관되게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람직한 동포 명칭을 선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충분한 숙의와 협의를 거쳐 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동포 명칭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를 권고한다”고 제언했다.

제125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 모습.
제125차 재외동포포럼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 모습.

'한인회 등록제'가 나온 배경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대표는 개회사에서 “193개국에 나가 사는 한인들은 결국 남의 나라에 살면서 고달픈 삶을 영위하는 만큼 한인공동체를 만들어 한인끼리 뭉쳐야하는 절실한 필요가 있고 그래서 한인회가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크고 작은 많은 한인회에서 분열과 갈등이 불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과거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성장했고 이와함께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한인회는 상대국 국민들의 신뢰 차원에서 갈등을 보여줘선 안된다”고 밝혔다.

외교부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재외동포 수는 193개국에 약 732만명에 달한다. 재외동포재단 사이트인 코리안넷에 등록된 한인회 수는 463개로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국가의 주요 지역에는 한인회가 거의 다 구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인회 등록제는 2016년초 당시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제안으로 동포사회에서 논의가 되다가 미주한인들의 반대로 중도하차한 적이 있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동포재단이나 정부가 지원금을 교부할때 공신력있는 단체에 줘야 하고 또 국민세금이 나가는 만큼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춰야하는 필요성에서 당시 ‘등록제’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신문, 재외동포연구원, 코리안리서치센터가 미주한인 등 재외한인 1100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인회가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미주한인의 60%가 “대표성 있다”고 응답했다.

‘한인회가 동포사회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55.5%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역 한인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지역거주 한인의 무관심과 참여부족(43.1%) ▲지도자의 부족(26.4%) ▲운영자금의 부족(19.4%) ▲임원간의 갈등과 다툼(11.1%) 순으로 조사됐다.

한인회 등록제에 대해선 미주한인의 72%가 “한인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어 ‘한인회등록제가 한인회 난립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61.7%가 “예방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한 재외동포는 “한인회가 동포사회의 상징적 구심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대표성을 가지고 한인회장으로서 바람직하게 활동하는 분도 있고 동포사회에 누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간섭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재외동포는 “등록제를 통해 한인회에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시스템은 좋지않다”며 한인회의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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