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DX 연동 6개국, 이머징 국가 등에 비해 ‘원화’ 낙폭 가장 커
블룸버그,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보도
“원화 환율, 다음달 1450선 돌파 우려, 연말은 예측 불가”

달러 대비 환율이 급락하고 있어 또 다른 외환위기마저 우려하게 한다. 사진은 금융기관이 밀집한 여의도 모습.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어 또 다른 외환위기마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금융기관이 밀집한 여의도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마침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 26일 장중 1434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래 최고 수준이며, 이에 대한 금융시장 안팎의 우려도 여느 때보다 크다. 그런 가운데 26일 ‘블룸버그 통신’은 “달러 폭등으로 아시아가 외환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무엇보다 미국의 빅자이언트 스텝으로 인한 금리 격차, 대중국 수출 부진에 의한 무역적자의 누적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보니 빠르면 다음 달엔 1,450원선을 돌파할 것이란 불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시아 각국이 달러 환율을 방어하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Asia currencies struggle against greenback)”면서 특히 ‘1997년의 외환위기’가 아시아에 달칠 수도 있다는 월가의 전망을 머릿기사로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도 요 며칠 동안 달러당 144엔, 중국 위안화는 7.2위안을 오르내리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원화는 다른 어떤 주요국보다 빠른 속도로 달러당 환율이 오르며,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 원화의 두드러진 낙폭은 세계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달러 지수(USDX)를 결정하는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국 통화는 물론, 중국 위안화, 홍콩 달러, 브라질 헤알이나 필리핀 페소, 인니 루피아, 인도 루피 등 이머징 통화에 비해서도 유독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USDX와 가장 강력히 연동(6개국 중 가장 큰 58% 반영)된 유로화의 경우도 그다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호주나 싱가폴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그래서 “한국 특유의 요인 때문”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마다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날로 크게 벌어지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다. 미 연준의 빅스텝 행보 이후 유럽중앙은행도 지난 7월 말 이후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6개 USDX 연동 국가 중에서 반영률이 가장 큰데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1%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반해 원화는 같은 기간, 즉 두 달 사이에 무려 약 6% 이상 떨어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럼에도 선뜻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가계부채 부담때문이다.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경우 은행 대출로 집을 사거나, 전세를 든 사람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너무나 크게 되고, 자칫 대규모 연체 사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미 연준이 연말까지 두 차례나 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의 지경에 빠져있다. 결국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당연히 달러에 비해 통화 수익률도 떨어지고, 가치도 하락할 수 밖에 없으며, 투기자본들은 달러로 빠져나가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이 꼽는 중요한 원인은 4개월째 이어지는 큰 폭의 무역적자다. 이에 대해선 여러 원인 분석이 나오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대중국 수출의 둔화와, 이로 인한 사상 초유의 대중국 무역적자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 그리고 전체 무역흑자의 70% 이상이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한다. 그러나 무역협회와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의하면 최근 연속으로 중국과의 수교 이후 처음으로 대중국 무역 적자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석유가격이나 원자재값과는 또 다른 성격의 적자”라는 해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5월 이후부터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4월 달까지는 대중국 무역 흑자가 65억 달러였다. 그러나 5월 들어서부터 수출이 빠르게 감소하다가, 8월 달에는 대중 무역수지가 3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100대 수출품목들이 급감하면서, 이같은 결과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미국과 한국의 밀착을 경계한 중국의 의도적인 수입 중단 조치가 아니냐는 의심이다. 물론, 중국이 그 동안 자국산 에 의한 수입 대체효과를 기하기 위한 노력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나 급격히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어떤 (정책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이 최근 국민연금과의 ‘스왑’을 결정한데 대해서도 불안한 시각을 보내는 전문가들이 적지않다. 이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쓰이는 달러를 한국은행 보유고로 대체한다는 얘기다. 대규모 해외 투자를 해온 국민연금이 이에 쓰이는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구입할 경우, 다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이에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제공하여 해외 투자를 함으로써 원화 가치를 안정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심지어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은 주로 해외 장기 투자에 주력해온 만큼, 한은 보유 달러가 장기간 묶일 수 밖에 없다. 눈앞의 환율 1400선을 방어하느라 결국 한국은행의 달러가 그만큼 해외로 장기간 유출되는 셈이다. 그래서 “윗돌 빼 아랫돌 괴는 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 자체가 위급할 때 얼마나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 비춰, 정책적 효과가 없는 조치”라는 지적도 따른다. 외환보유고의 현금화 속도만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그런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26일 보도를 통해 “일본, 호주, 홍콩의 주가는 하락했고, 글로벌 주식 지수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거래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주식 선물은 하락했다.”면서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사정을 전했다.

이 매체는 “달러 게이지가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엔화는 지난 주 일본 당국의 개입을 받은 포인트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144엔까지 약세를 보였다.”고 전하면서 특히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가 계속되면서 2009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에서 거래되어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영향을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안화는 중국이 역내 파생상품을 통해 위안화에 대한 베팅을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면서 “HSBC는 달러-위안화가 7.2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TV는 특히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시안 페너의 말을 빌려 “아시아 전역의 통화가 압박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월가의 이른바 ‘공포 게이지’인 Cboe 변동성 지수도 금요일에 3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그러면서 이들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재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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