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입은 3고로 가동해도 슬러지·불순물로 완전 정상화 요원” 전망
냉연, 아연, 열연, 제강 등 후공정도 침수로 마비, 복구 쉽지 않아
현장 관계자·전문가들 “공정 따라 최소 2~3개월에서 1~2년 소요”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인해 순식간에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내부 모습(사진=포스코)
태풍 힌남노 폭우로 인해 순식간에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내부 모습[포스코]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피해를 완전 복구하려면, 공정별 상황에 따라 최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에선 이미 고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번에 피해를 입은 고로 3기 등은 아직도 완전한 정상 가동 시기를 기약할 수 없다는게 현장에서 나오는 얘기다. 심지어 2년 가량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있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 8일 “현재 휴풍 중인 포항제철소 고로 3기를 오는 10일경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시킨다는 방침”이라며 “침수피해를 입었던 선강변전소는 8일 오전 중 정상화시키고, 담정수설비 및 LNG발전도 내일까지 차례로 정상화해 고로 조기 가동에 필요한 스팀과 산질소를 공급하고, 압연변전소도 10일까지 정상화해 제철소 전력 복구를 완료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포항제철소 생산 슬라브 일부를 광양 제철소로 전환 가공하고, 광양제철소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기로 한데서 보듯, 이번 침수 사태는 알려진 것보다 한층 심각하다. 특히 일시적이나마 국가기간시설이 마비상태에 들어간 것이어서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이에 대해 피상적 보도에 그치거나, 아예 세세한 상황을 전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런 가운데 14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원형일 지회장이 T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뉴스공장’에 출연, 그 동안 언론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현장 상황과 분위기를 생생하게 증언해 관심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아직 포항제철소엔 물이 덜 빠진 공장도 많으며, 3고로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준비’만 끝낸 상태”라고 했다. ‘고로를 정상화’한 이후에도 정상적인 쇳물이 아니라, 슬러지나 찌꺼기가 많이 나올 정도로 아직은 ‘비정상’적인 상태다. “그런 걸 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리며, 앞으로 가동을 하면서 잡아나가야 될 것”이라는게 원 지회장의 얘기다.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인해 순식간에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안에서 직원들이 피해 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다.(사진=포스코)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인해 순식간에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안에서 직원들이 피해 복구에 전력을 쏟고 있다.[포스코]

문제는 3고로 정상화를 위해선 후공정이 빨리 복구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고로에서 나온 쇳불을 운반하는 운반장치나 압연, 열연 공정 등이 전혀 복구가 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포스코에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가 침수돼 ‘넉다운’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기왕에 만들어낸 고온의 쇳물들이 대차(운반차)에 방치되어 있다보니, 열이 식어 굳은 상태(현장에선 ‘얼었다’고 표현)가 되어버렸다. 그 때문에 이를 다시 가열해 녹인 다음, 뒷공정인 제강, 연주 공장 등으로 운반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앞서 원 지회장은 “완제품을 만드는 냉연, 아연, 후판, 1열연, 2열연 등이 있는데, 특히 2열연의 피해가 컸다”면서 “그나마 1열연은 웬만큼 가동 준비가 된 상태지만, 아직도 후공정의 절반 정도가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을 복구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 지회장에 따르면 공정이나 공장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나, 평균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물론 공정에 따라선 한 두 달 내지 두 세 달 걸릴 수도 있긴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한다.

“침수되어 아직도 뻘에 잠겨있는 자재들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 자재는 제철산업의 특성상 시중에서 쉽게 구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전력 설비와 관련된 경우가 심각하다. 물에 잠겼던 모터의 경우 제대도 작동하는지 여부를 시험해봐야 하는데, 그 과정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즉 침수나 화재로 인해 문제가 생긴 각종 시설과 설비에 섣불리 전기를 공급할 경우 안전문제는 물론, 또 다른 블랙아웃 상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에 “복구를 아예 포기했다는 공장도 있는 것 같다”는 원 지회장의 말이다.

현재 알려지기론 포항제철소가 생긴 이래 처음인 이번 재해는 우선 형산강의 지류인 인근의 ‘냉천’이 범람한 탓이다. 관련 지자체는 냉천의 폭을 좁히고 둔치를 만들어 체육공원시설, 주차장 등을 설치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500mm 가량 폭우가 쏟아지고 냉천이 범람하면서, 그 물이 제철소 구내로 흘러들어왔다는게 포스코측이 밝힌 공식적인 이유다. 그 결과 지금처럼 참담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인해 순식간에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모습(사진=포스코)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인해 순식간에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모습[포스코]

현 상태로는 가까운 시일에 완전 복구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모터나 펌프, 전기시설, 변압기 등이 완전 침수가 되는 바람에 이를 청소한 후, 전문가들에 의해 문제가 없는지를 일일이 점검해야 한다. 모든 전선과 부품을 다 분해해서 절연 성능 등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모터 등도 문제가 있으면 모두 교환해야 한다. 그럴 경우 최대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그 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8일 최정우 회장은 현장을 방문해 “그룹 차원의 총력 지원과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측은 또 “냉천 범람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재해”임을 강조하는 한편, “김학동 부회장을 단장으로 설비, 생산/판매, 기술, 안전 등 관련 임원들이 포함된 ‘태풍재해복구TF’를 구성하고, 신속한 조업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간시설이 크게 훼손된 이번 비상상황이 조기에 수습, 복구될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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