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악화·연구수준 등 공공기관 전환 이후 한계 노출

中企 현안해결·정책방향 제시 등 민간 기능 되살려야

(재)중소기업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중소기업중앙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구원은 1993년 중소기업의 민간 연구기능을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2015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게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명된 김동열 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점에서 연구원은 정부정책을 좇아가는 ‘어용연구’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에 있어 정부의 정책기조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지난달 국감 당시 피감기관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연구원 업무계획 보고 자료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핫이슈가 되는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조배숙 의원은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재 연구원의 이사장은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맡고 있지만 인사와 예산 등 어느 하나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연구원의 인사권은 공식적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하지만 결국은 정부가 인사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의 운영문제는 이미 내부에서부터 제기돼 터져 나왔다. <중소기업투데이>가 2017년도 제1차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연구원은 재무상태 악화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최근 3개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것. 정관에 명시하고 있듯 연구원은 중소기업 관련 경제문제를 종합적으로 조사·연구해 중소기업의 현안해결과 정책방향 등을 제시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연구원이‘관치연구원’으로 전락한 가운데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의 시장 논리에 저항할 수 있는 이론적·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구원은 설립배경부터 중소기업계의 중요자산이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1993년 당시 재벌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불공정거래, 단가후려치기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부 대기업과 전경련이 나서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카드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연구원이 설립됐다. 1993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연구원 설립 기금으로 50억원을 출연했고 이후 3년간 3차례에 걸쳐 5억5,000만을 더 보탰다. 현대제철(당시 인천제철)도 1996년 30억원을, 중기중앙회는 2002년 3억원을 내놓는 등 각계에서 연구원에 대한 기대는 적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하지만 2004년 당시 정부의 실세로 불리던 김인호 전 무역협회장이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연구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면서 “연구원은 1993년 중소기업진흥재단 부설 중소기업연구원으로 출발한 뒤 2004년 재단법인으로 재창립됐다”고 들려줬다.

이때 정부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대통령 보고)’일환으로 중소기업진흥기금에서 연구원에 20억원을 지원한다. 관계자는 “이렇게 예산이 확보되자 김 전 원장은 2004년도에만 박사급 18명을 포함해 41명의 연구진과 6명의 사무직 등 총 47명의 인력을 확보하는 등 지나치게 몸집불리기에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밝혔다. 즉 인건비, 연구조사비 등 적잖은 예산이 투입됐던 것. 관계자는 “결국 연구원은 매년 정부에 손을 벌리면서 연구원의 민간기능은 축소되고 대신,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개발에 치중하면서 관치 또는 ‘어용연구원’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기중앙회는 대기업의 시장 논리에 저항할 수 있는 이론적‧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연구원의 기능이 민간단체로부터 받은 연구용역 및 공동연구 기능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그 한계가 적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구원은 지난 2004년 당시부터 2011년까지 중소기업진흥기금 예산 지원이 되다가 2012년부터는 일반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2012년 중소기업연구원 사업 예산 및 과제 관리를 중기청으로 일원화했던 것. 이때 연구원은 중소기업기본법 제25조에 근거해 중소기업 전문연구기관으로 지정됐다. 지정 기간은 2012년 2월 15일부터 2018년 2월 14일까지 6년이다. 이후 2015년 1월 29일 연구원은 주무부처를 중소기업청으로 하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2004년 이후 정부가 매년 연구원의 운영비를 대면서 주인이 중앙회에서 정부로 바뀌었다”며 “정부는 민간기업과 단체가 출연한 금액을 포함한 자산재평가를 통해 중기중앙회에 보상을 하거나, 아니면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고 연구원을 중앙회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중기중앙회가 받는 국고보조금이 연간 100억원이 넘는 만큼, 연구원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중앙회를 통해 운영하게 하면 본래 취지대로 연구원은 민간경제단체 연구기관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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