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감축법’, 국내 車부품업체 ‘고사 위기’
美 ‘인플레 감축법’, 국내 車부품업체 ‘고사 위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법, '미국 내 생산된 전기차(EV)·배터리 한해 보조금' 규정
현대-기아차, LG·SK 등 대기업, 美 현지로 생산시설 대거 이전
부품업계 “한국서 생산된 EV도 미국내 생산車와 같은 대우” 촉구
사진은 '2021서울모빌리티쇼'에 출품된 기아의 전기차 EV6모델.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 출품된 기아의 전기차 EV6모델.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부문 중소 부품업체나 완제품 생산·납품업체들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나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SK 등의 협력업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원청 대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중심이 된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해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줄 것”을 미 의회와 정부에 요청하는 입장문을 내놓으며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문제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는 EV(전기차)를 소비자가 구입할때만 찻값의 50~90%의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사실상 겨냥하며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한 배터리”로 그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주로 중국에서 제련한 흑연이나 니켈 등을 배터리 원료로 들여오고 있는 우리 기업들로선 난감한 처지가 되고 있다. 그래서 “제련된 곳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원료가 채굴된 인도네시아나 호주 등 원산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를 뒤늦게 설득하고 있으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내에 생산기지를 두거나, 현지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갈수록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나, LG엔솔, SK 등은 EV 등 차세대 차량과 배터리를 미국 내에서 생산, 공급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또 우리 기업뿐 아니라, 포드, 제너럴 모터스, 도요타, 스텔란티스, 빈패스트 등이 미국 내에 자체 배터리 공장 10곳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심지어 LG엔솔의 경우는 최근 일본 혼다와 합작해 미 현지에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를 짓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LG와 혼다 모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북미 시장에서 혼다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4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경우 국내 생산시설은 갈수록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공정을 대전환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러나 아예 원청업체가 미국 현지로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을 옮기는 추세가 이어질수록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게 자동차업계 안팎의 우려다.

이에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표된 직후 국내 자동차산업계를 대표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10개 단체로 이뤄진 연합체다.

연합회는 “이 법으로 미국의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산술적으로 매년 10만여대의 전기차 수출 차질 발생이 우려된다”면서 “이 법안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한국산 전기차는 대당 최대 7500달러, 한화 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이 사라져 시장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그러면서 “이로 인해 국내 생산물량 감소 등으로 완성차업계는 물론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등으로 애로에 처한 국내 1만3000개 부품업체들이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미국의 이번 법이 WTO 규정 및 자유무역협정(FTA)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IRA의 핵심 규정들이 ▲WTO 보조금 규정 ▲한미 FTA의 내국인 대우원칙 ▲미국이 공급망 협력 등을 위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비전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시 강조했던 한미 경제안보동맹 강화 정신 등 네 가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 의회와 정부에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해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줄 것을 요청했다.

연합회는 “특히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미국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10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시 삼성 170억 달러, 현대차 105억 달러 상당의 전기차 혹은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경제안보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 측에도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선, 전기차 수출업체에 대한 한시적인 법인세 감면, 전기차 수출보조금 지원 등의 대책”을 요청했다.

한편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선 갈수록 전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모두 EV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핵심이다.

AP통신에 의하면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LMC 오토모티브는 올해 EV가 미국 신차 판매량의 5.6%를 차지해 2030년에는 36%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올해 신차 판매량의 8.6%가 전기차가 될 것이며, 2030년에는 33%로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