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중소제조업 사례 보도
...'60세 이상 재취업 많아'
팬데믹으로 외국인 노동자 대거 이탈
젊은 층 3D업종 기피

사진은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한국기업들이 ‘코로나19’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떠나가면서 고령의 자국 노동자들을 다시 산업 현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17일 '로이터 통신'은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 속 건설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일하는 사진과 함께 이같은 현장 소식을 전했다.

해당 보도는 한국사회의 적절한 노동력 부족과 구인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3D업종엔 아예 젊은 노동력을 구할 수가 없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자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아서, 결국 60세 이상 은퇴자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이터'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노동시장의 왜곡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의 알루미늄 몰딩 공장인 I사의 경우, 올해 초 네팔 근로자들과 젊은 현지인들이 떠난 후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61세의 ‘늙은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알루미늄 중합금 바를 취급하는 이 공장은 은퇴 전후의 나이 많은 노동자들에게는 결코 이로운 작업환경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구적 팬데믹으로 한국 내 외국인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특히 중소기업들은 인력 채용의 ‘그물망’을 넓히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것은 젊은 내국인 청년들이 블루칼라 일자리를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 35명 가량의 작업인력이 필요한 I사의 황 모 대표는 “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엄청나게 어렵다. 20대로부터는 이력서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지난 4월 네팔인 2명이 비자 문제로 출국한 뒤 어렵사리 60살이 넘은 분을 채용할 수 있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한국의 노동쟁탈전’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7월 실업률이 2.9%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한국의 노동 쟁탈전’이 심했다면서 특히 “60세 이상이 주도하는 일자리 증가율이 58%에 달할 정도로 노동력 고령자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은퇴 후의 고령노동자들을 채용하는 정도로는 아시아의 손꼽히는 경제 대국인 한국의 산업과 농업 부문의 인력 부족을 완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미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새로운 물가(임금 상승) 압력을 야기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로이터' 진단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사회인 한국은 70~74세 인구 중 33.1%가 여전히 직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연령대별 고용을 측정하는 OECD 통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OECD 평균(15.2%)의 2배가 넘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60세 이상 인구 중 23만 명 이상이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일자리를 구한 반면, 젊은 층은 그런 현장을 떠나고 있다. 또 한국 내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84만8000명에 달하는데, 이는 선진국의 사례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숫자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의 산업 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이터'가 인용한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초 이후 신규 외국인 노동자의 월 유입 숫자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무려 35%나 줄었다. 그래서 더욱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게 한국의 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현실이다.

앞서 I사의 황 대표는 “공장에서는 주로 육체적인 작업과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젊은 외국인이나 청년들에게 더 적합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했다. 황 대표는 “앞으로도 젊은 사람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다면, 나이든 사람들을 더 고용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최근 외국인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매달 70만원씩 주던 보너스에 더해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올려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충북 단양에 있는 토지 개발업자인 김 모씨 역시 사람을 구하려했으나 여의치않아서 64세의 박 모씨를 고용한 경우다. 새 일터에서 다시 일하게 된 박 씨는 개발 현장에서 트럭운전과 함께 장비를 청소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전에 하던 주차장 관리보다는 훨씬 많은 월 37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그는 만족해했다.

박 씨는 “저는 회사가 젊은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졸업 후에 너나없이 서울로 올라간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을 시키기에 (언어 소통 등)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임금과 근로 조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네트워크와 커뮤니티가 있어서 고용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해고되지 않는 한 이 직업을 고수하고 싶고, 제 나이에 비해 임금도 높은 편”이라고 '로이터'에 귀띔했다.

'로이터'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지난 주 외국인 비자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력 결원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관료적 형식이나 절차를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