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이나 명품 구입 이벤트, ‘트래픽 초과 현상’ 해결
온·오프라인 시·공간 제한없이 누구나 참여 기회 제공
희소가치 소유욕 충족, '리셀 테크'로 시세차익 노리기도

사진은 '2022 메가쇼' 전시회장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2022 메가쇼' 전시회장 모습.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희소성이 있는 제품임을 강조하며 그 가치를 높여 판매하는 이른바 래플 마케팅(raffle marketing)이 유행이다. 이는 기금 모금용 추첨 복권을 뜻하는 ‘래플(raffle)’에서 유래한 마케팅 기법이며,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소비자에게만 한정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매장 앞에서 특정한 명품이나 한정판 물건을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서거나, 굳이 먼 곳의 맛집을 찾아 1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과 같은 소비자 심리를 겨냥한 것이다.

그렇다면 래플 마케팅에 열광하는 소비자 심리는 어떤 것일까? 이를 두고 최근 래플 마케팅을 심층 분석한 사이버 보안업체 ‘안랩’ 콘텐츠기획팀은 “래플 마케팅은 오프라인에서 줄을 서는 방식으로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드롭 마케팅(drop marketing)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그 출발 시점을 돌이켰다. 안랩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벤트가 진행될 경우 트래픽 초과 현상을 일으키곤 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공간의 제한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래플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래플 판매방식은 그렇다고 무조건 선착순 VIP 판매라고도 할 수 없다. 즉 “VIP 대상 판매 방식은 소비력 격차에 따라 구매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소득이 적은 젊은 소비자들일수록 불공정하다고 느끼기 쉬운데, 모든 소비자에게 기회를 열어두고 무작위로 구매자를 뽑는 만큼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 ‘래플’이란 얘기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즉 새벽부터 매장 앞에 진을 치고 줄을 설 필요없이 래플은 클릭 한 번이면 응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래플의 대상은 평소엔 좀처럼 구매하기 힘든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고가의 명품 혹은 유명 인사나 브랜드와 ‘콜라보’한, 세계에서 몇 켤레밖에 없는 한정판 제품들이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품이 래플로 나올 경우 당첨 기대심리가 큰 화제성을 만들어내고, 단시간 내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래플 마케팅은 또 기업이나 브랜드가 주도하는 마케팅과도 다르다. 마치 게임을 하듯, 소비자가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브랜드 로열티(충성심)를 만들고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모으는 점이 특징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래플 마케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상품가치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 외에도 명품과 한정판, 협업 상품 등 희소성 있는 제품을 살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쇼핑의 즐거움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는게 안랩 콘텐츠기획팀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 전자제품 브랜드와의 협업한 래플 상품은 보통 수 십 만명의 소비자들이 참여한다. 예를 들어 나이키 에어조던과 디올의 콜라보 신발은 전 세계적으로 총 1만3000켤레만 판매했지만, 응모자 수는 500만 명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톰브라운과 협업한 갤럭시Z 폴드2의 경우도 비슷한다. 5000대만을 한정 판매했는데 희소가치 덕분에 23만 명이 추첨에 참여했다. 유명한 패션 브랜드 무신사도 한정판 스니커즈 8켤레를 한 켤레당 1000원에 살 수 있는 릴레이 래플 행사를 개최해 4일간 69만 명이 참여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래플 마케팅은 또 ‘리셀테크’로 시세 차익까지 챙길 수 있어 더욱 인기다. 리셀테크는 희소성을 가진 한정판 제품이나 소장품을 구입한 후 더 비싼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재테크를 의미한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엔코(Cowen & Co.)는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가 매년 20%씩 성장해 2030년 약 3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의 리셀 시장도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래플 마케팅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제품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되파는 리셀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소비자들이 고가의 제품에 더 열광하게 만들고 자칫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리셀 플랫폼 간의 분쟁도 역시 부작용의 하나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제품의 구매율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또 “희소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MZ 세대의 가치관과 취향을 대변하는 마케팅 내지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앞으로도 기업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를 잡아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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