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희정의 들꽃향기
영화 ‘남한산성’과 민주평통

1636년 한겨울, 47일간 벌어진 병자호란 당시 국가와 백성을 구할 수만 있다면 청나라의 치욕 정도는 참고 넘겨야 한다는 현실론으로 극렬한 비난을 받았던 최명길의 주장이자 영화 ‘남한산성’에서 보여준 명대사의 일부분이다.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고 삶을 구걸하느니 사직을 위해 죽는 것이 신의 뜻이 옵니다"라는 조선의 절개와 지조의 상징을 보여준 김상헌의 반대론이 최명길의 주장과 비록 충돌은 했지만, 그들의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혼을 담아 쏟아놓는 강한 의지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양쪽 주장의 공통점이 보여준 “불타는 애국심” 때문이었다.

김훈작가의 원작소설 ‘남한산성’을 기반으로 제작 된 이 영화는 이조시대 인조 때의 병자호란이라는 굴욕적이며 삼전도의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의 비운의 아픈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이끌어내자는 “주화론(主和論)”을 내세운 최명길과 일전을 불사하고 싸워야 한다는 “척화론(斥和論)”을 내세운 김상헌과의 대립과정이 주류를 이룬다. 최명길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 과 김상헌 역의 ‘김윤석’의 불꽃 튀는 주연급 배우들의 내면연기와 명대사가 매우 돋보였으며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했다. 영화 속의 명대사들은 내내 나의 마음을 빼앗다. 김상헌이 어린 나루에게 “언 겨울을 버텨낸 사람만이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특히나 더 가슴이 먹먹해 졌다.

영화를 보면서 최근의 남북관계 단절과 현재 긴장 속의 엄중한 한반도 안보상황 측면에서 오늘날 평화통일 정책 논쟁의 공통점을 애국심으로 담아서 영화로 묘사하고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면 병자호란보다 더 커다란 위기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욕심도 생겼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는 튼튼한 국방력과 굳건한 한미동맹 바탕위에 대화와 협력의 문도 열어 두어야 하며 우리의 통일담론은 문화적으로 풀면서 경제적인 효과를 이어가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지금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서 국민적 합의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성숙시키고자 적지 않은 갈증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과 국민적 갈등을 완화시키고 통일문화적인 관점에서 통일한국의 국론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하나 씩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라는 중책을 맡고 통일문화 운동의 새로운 전략은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동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치욕의 결과가 가져온 작은 평화 속으로 연을 날리러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스쳐 지나간다.

그 시대의 판단은 역사가 말해 줄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치욕을 넘어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야 하리라.

이제 우리는 어린 소녀 '나루'와 함께 언 겨울을 녹이고 새 봄을 맞이하는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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