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경연 상근부회장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와 미국의 중국 패권 견제 차원에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기업 경영과 국가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글로벌이라는 용어의 상대적 차원에서 우리 한국 기업간의 국내 공급망, 즉 ‘코리아 공급망’은 어떨까? 기업의 건강함은 자기 회사는 물론이고 공급망에 연결된 수많은 회사와의 동반성장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두 가지를 짚어 본다. 하나는 이익의 적정한 배분이고 또다른 하나는 합리적인 업무 협조이다. 이는 모두 경영층과 직원들의 마음가짐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2-3년 전부터 해마다 연말이면 터져 나오는 MZ세대의 자사 중심의 성과급 추가 요구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현대, 삼성, SK 등의 대기업과 유통업종, 스타트업 등에서도 유행같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는 중에 대기업의 경영실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져 보인다. 성과가 좋은 대기업의 신입사원, 즉 루키들의 주도로 실적급을 추가 요구하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기성 세대나 선배와는 다른 요즘 MZ세대 특징으로 보면 어느 정도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그 좋은 성과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급망에 있는 회사에 대한 생각과 배려가 빠져 있다. 회사 성장의 앞단에서 부품이나 자재와 소재를 책임졌고 뒷단에서 유통이나 물류 등의 역할을 수행한 회사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계약에 의해 진행된 업무이겠지만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당히 쥐어짜고 압박하며 강요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 현실이다.

물론, 실적이 좋다고 공급망 회사와 무조건 나눠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더 큰 실적을 창출하도록 미래를 위해 신제품 및 신시장 마케팅에 집중력 있게 쓰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협력사가 원가를 낮추고 신소재를 찾아내며 인원을 줄이는 등 피나는 노력으로 납품단가를 낮추고, 유통 마진을 깎아 내리는 과정에서 말 못할 눈물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기 회사 직원들의 성과급을 논의할 때는 반드시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진이나 간부진이 그런 안목을 루키, MZ세대에게 반드시 물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어디서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또 다른 것은 납품 시기의 ‘리드타임’에 관련된 문제이다. 필자는 ‘김우중 사관학교’를 통해 한국의 청년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해 동남아로 보내는 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1년간 적지 않은 공을 들여 교육한 다음에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중견·중소기업에 취업토록 지도하고 권유한다. 빠른 시간에 폭넓고 치밀한 업무와 생산, 관리업무 전반을 체험하며 작은 소재나 부품에 관심을 가지고 글로벌 차원의 창업에 눈뜨게 만들기 위한 의도가 크다. 그러나 대기업에 소재,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에 취업을 시키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고충이 있다. 자재 공급하라는 납품 지시 스케줄이 너무 무질서해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대 회사 담당자가 한국에서 온 주재원인 경우나 현지 채용 직원들이 같은 또래인 경우가 많으며, 몇 번 힘든 경우를 치르고 나면 해당 기업에 대한 반감이 절로 든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자랑스럽게 말하는 ERP(전사적자원 관리시스템)나 공급망 관리 전산시스템만 갖고 뭘 하겠는가. 담당자 시절부터 공급망에 연결된 협력사와의 동반자 의식을 바탕으로 일을 처리하는 생각과 태도가 몸에 배여 있어야한다.

이런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보도들도 많이 불편하다. ‘동반’이라는 말보다는 ‘갑을’이라는 과격한 용어가 우리 사회에 더욱 크게 자리 잡는 것을 보면 한창 성장하는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이 더욱 걱정이 된다. 최근 미국에서 5년만에 한국에 온 한국 교포의 말씀이 귀에 맴돈다. “코로나의 그 어려운 시절을 지났음에도 한국의 눈부신 발전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런데, 한국민 모두가 정말 행복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서울 강남에 있는 어느 건물에 주차를 도와주는 분께 들은 말이 현실을 보여줍니다. ‘모두 다 자기만 압니다. 서로 위하고, 양보,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고 하였습니다. 걱정이 됩니다”라며 말을 맺는다. 할 말이 없다. 앞에서 말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나마, 최근 언론보도에서 현대차그룹의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 운영’이라는 기사에 관심이 간다. 정부의 재정까지 투입된다고 한다. 공염불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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