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초강세 대응, 나라마다 자국 통화방어 앞다퉈 금리인상
골드만삭스 '높은 수입물가에 소비줄고, 세계적 경기침체' 전망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로 인해 세계적인 '역통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현판 모습.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로 인해 세계적인 '역통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현판.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국가 간 역(逆)통화전쟁(reserve currency war)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0.5%나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Big step)을 강행하면서 국제적인 역통화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자국의 물가 상승을 잡기위해 연속적으로 빅스텝 내지 자이언트 스텝을 거듭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이에 상응한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도 국내 물가를 진작시키고,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과거에는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통화전쟁’이 일어나곤 했다. 달러 대비 자국 환율이 높아지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앞다퉈 자국 통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시도하는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변동환율제에서 만약 고의적인 환율조작을 시도할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금리인하를 통해 간접적인 시장 조작을 하는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상 유례없는 달러 약세와 미 중앙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경쟁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逆)통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자사 뉴스레터를 통해 “세계는 지금 ‘역통화전쟁’ 중”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미국의 지속적인 긴축 행보와 미 달러화의 일방적인 강세가 이어지자 이미 이달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60여 개국이 서둘러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이미 주요국들 다수는 0.5%(빅스텝)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유지하고 있어, ‘기준금리 0.25%’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분석이다.

금리를 올리고 자국 통화가치를 높이면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으나, 더 시급한 것이 급격한 자금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다. 만약 유례없는 달러 강세를 그대로 방관하다간, 투자자들이 모두 달러화로 몰리게 되고, 통화가치가 떨어진 만큼 수입물가도 상승하게 되고, 국내물가는 더욱 높아지며 인플레이션이 심화된다. 골드만 삭스는 이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다른 국가들의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수출’ 효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7월 현재 1달러 가치는 유로화에 비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12%나 올랐고, 일본 앤화보다는 무려 20%나 올랐다. 그런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은 연달아 금리인상 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 BOE)의 경우는 물가 안정을 목표로 지난 5일까지 무려 4차례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2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좀체 상황이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빅스텝’을 단행한 이창룡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우려하면서도 이른바 ‘울트라 빅스텝’의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를 한층 침체시킨다”는 점이다. 골드만 삭스는 이를 두고 ‘달러 둠 루프’ 현상으로 일컫고 있다. 즉, 기축통화인 달러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 각국이 아무리 통화방어에 나선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수입물가가 비싸져서 구매력이 저하되고 소비가 침체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국제교역 감소와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달부터 이미 “각국 중앙은행들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역통화전쟁’을 기정사실화했다. 골드만 삭스에 의하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비교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한때 연초 96.211보다 8% 가까이 상승한 104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20년 만에 최고치라는 설명이어서, ‘역통화전쟁’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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