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트위터측의 가짜, 스팸 계정 정보 제공, 못믿어”
트위터 “계약 위반, 위약금 소송과 함께 인수작업 압박할 것”
유력 외신들 “진짜 이유는 ‘인수 자금난’과 트위터 가치 하락 탓”
‘양측 치열한 법정 싸움 끝, 적정 가격으로 인수 타결’ 전망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사진=AP통신)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AP통신]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일론 머스크가 또 ‘사고’를 쳤다. 8일(현지시각)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 타임즈 ‘테크’ 섹션 등 거의 대부분의 유력한 매체들이 ‘머스크, 트위터 인수를 포기하다’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인수 포기 이유는 ‘트위터측이 스팸이나 가짜 계정 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진짜 이유’를 둘러싸고 많은 외신들은 다각도의 분석을 가하는 한편, 뉴욕타임즈의 경우 조롱섞인 표현으로 “치열한 법정 다툼을 거쳐 다시 인수 작업이 성사될 수도 있다”고 전망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머스크의 돌발 선언은 지난 3월부터 ‘희대의 딜(거래)’로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떠들썩하게 진행되어온 440억 달러짜리 트위터 인수작업을 졸지에 ‘없던 얘기’로 만들었다. 트위터측도 ‘계약 위반’이라며 발끈하며, 즉시 머스크에 대해 10억 달러(한화 1조3000억원)의 위약금을 청구하는 소송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머스크의 이런 돌발적인 결정이나 행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했다. 지난해 연말에도 그는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비트코인이나 도지 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차례 언급,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 “그냥 해본 말”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면서 다시 비트코인과 도지 코인이 추락세로 돌아섰다. 고의인지는 모르나, 이 무렵엔 머스크 자신이 이전에 갖고 있던 코인을 매각한 다음이었다. 그래서 “코인 값을 띄우기 위한 간교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기도 했다.

반면에 ‘스페이스X’ 등 처음엔 황당하기까지 했던 우주개발 계획도 그는 가시화시키고 있다. 또 트럼프 정부 당시부터 가열된 ‘미․중 갈등’의 와중에도 중국 현지에 대규모 테슬라 전기차 제조공장을 세우는 등 과감한 독자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모든 돌발 행동은 치밀하게 이해관계가 계산된 것”이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트위터 인수를 앞둔 지난 6개월 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캐릭터는 후자쪽에 가깝다는게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의 평가다.

AP통신은 8일 보도를 통해 “이번 인수 포기 발언은 세계 최고 부자와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사이의 가장 최근의 반전일 뿐이며, 이는 앞으로 엄청난 법적 공방을 예고할 수도 있다.”면서 “트위터는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가 (인수 협상 과정에서) 지불하기로 합의한 10억 달러의 ‘이별료’(위약금)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그 대신, 이미 트위터 이사회가 승인했고 CEO인 파라그 아그라왈이 성사시킬 것이라고 주장한 인수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법적으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의 변호사 마이크 링글러가 트위터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인용,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링글러 변호사는 “나의 고객(머스크)이 트위터로부터 ‘가짜 또는 스팸’ 계정의 유포를 판단할 자료를 거의 두 달 동안 요구하며 찾아왔다고 불평했다.”면서 “그러나 트위터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거나 제공하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위터는 머스크의 요청을 무시하기도 했고, 때로는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머스크에게 불완전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정보를 주기도 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트위터측은 하루에 100만 개의 스팸 계정을 제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가짜와 스팸 계정에 대한 정보가 트위터의 사업성과와 재무성과를 판단하는 근본적인 요소이며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사회는 머스크와 합의한 가격과 조건에 따라 거래를 종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합병 합의를 강제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머스크의 갑작스런 결정에 대해 외신들은 그런 결정의 이면에 있는 ‘진짜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하고 있다. AP통신은 “(머스크의 결정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고 일단 머스크의 ‘속셈을 의심하고 있다. 허위 정보나 혐오, 조롱 등으로 점철된 가짜 트위터 계정을 추적하는 조사 회사 봇 센티넬의 설립자인 크리스토퍼 부지는 “(인수를 포기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기괴하다”면서 “머스크가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봇과 트롤, 그리고 가짜 계정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AP통신에게 밝혔다. 사실상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골적으로 ‘머스크의 자금난’을 큰 이유로 지목하는 듯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머스크는 지난 1월 트위터 인수 계획 발표 이후 테슬라 주가 하락과 시장 침체로 계속 자금난을 겪어왔다. 그래서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트위터 인수를 보류할까 한다”고 밝혀 파란을 일으켰다. 같은 달 하순경엔 트위터에서 “앞으로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며 사실상 자금확보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실토했다. 이 무렵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1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비해 50% 가깝게 하락, 2021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 탓에 머스크의 순자산이 순식간에 1,000억 달러 이상 줄어들었고, 이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그 후 머스크는 자금 조달에 열을 올리면서 연 사흘 동안 85억 달러의 테슬라 주식을 팔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 이상 주식을 팔지 않을 계획”이라며 매각을 중단했다. 대신에 약 16%의 지분을 가진 테슬라의 최대 투자자 자격으로, 그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로 했다. 이를 근거로 그의 트위터 인수 자금 계획에는 본래 테슬라 주식 담보대출로 끌어올 수 있는 125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테슬라 주가가 상상 이상으로 폭락을 거듭하면서 그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WSJ는 “과연 머스크가 어떻게 모자라는 자금을 조달할지 의문이 계속 제기되었는데, 결국 이번과 같은 (인수 포기) 결정으로 끝이 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비해 ‘뉴욕타임즈’(NYT)는 약간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기업가들 간의 법정 다툼에 방점을 찍고 있다. NYT는 9일자 ‘테크(Tech)’ 섹션 톱으로 관련 기사를 다루면서 “머스크의 움직임은 트위터와의 추악하고 장기적인 법적 다툼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설정한다.”고 앞으로 전개될 사태를 예상했다.

이 신문은 “이 억만장자(머스크)는 4월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체결하여 이 회사를 주당 54.20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신속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실사를 포기한 바 있다”면서 그간의 과정을 상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수 합의 내용이 파기될 경우 10억 달러의 ‘이별 수수료’(위약금)을 트위터에 지불하거나, 아니면 거래를 완료하라고 요구하는 트위터측의 소송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특히 지난 4월 이후, 트위터의 주가가 애초 머스크가 사겠다고 제안했던 것에 훨씬 못 미치는 20퍼센트 이상 급락한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그렇다고 트위터가 만약 원래 합의했던 가격인 주당 54.20달러보다 적은 금액으로 머스크에게 회사를 넘기면 분명 대규모 주주 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고 NYT는 해석했다.

그런 점에서 머스크가 인수 포기 이유로 “트위터가 가짜 및 스팸 계정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점”을 든 것은 자금난을 감추기 위한 핑계일 가능성이 크다는데 동의했다. 실제로 ‘툴레인 로스쿨’의 기업지배구조 교수인 앤 립톤은 “머스크가 스팸 계정에 대해 트위터와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인수 협상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머스크의 주장은 법적으로 봐도 논리가 미흡한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그는 또 “그러한 (머스크의) ‘거짓 진술’은 그 자체로 ‘도망갈 근거’가 아니다’”라고 표현하며, “사실은 인수 자금 확보 실패와 함께 애초 협상했던 트위터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 등이 ‘진짜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에 NYT는 “기업 인수자들은 종종 ‘물러난다’는 위협을 사용해 왔다. 실제로 팬데믹 와중에서도 헤네시 루이비통은 티파니 앤 컴퍼니의 인수를 철회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양측은 결국 4억 2천만 달러를 ‘할인’한 가격에 협상을 성사시킨 바 있다”고 했다. 향후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결국 인수가 성사될 것이란 점을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여성, 소수민족 등 사회적 약자들을 옹호하는 단체들을 포함하여, 처음부터 인수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머스크의 인수 중단 소식에 환호했다. 이들 역시 “머스크가 뭐라고 주장하든간에 그가 인수를 포기하기로 한 것은 그저 트위터 봇이나 스팸 계정 때문은 아니다”는 시각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입찰에 비판적인 비영리 감시단체 미디어 매터스의 안젤로 카루소네 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의 변덕스러운 행동, 극단주의자들의 포용, 잘못된 사업 결정 때문에 이번 거래가 무산된 것”이라며 “머스크는 트위터의 커뮤니티 기준과 안전지침을 후퇴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플랫폼을 위험한 음모론과 당파적 꼼수, 백인우월주의 급진화의 열풍 늪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포기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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