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반기 ‘맑음’...하반기 ‘안개’
안팎 경기침체 신호 속 하반기 ‘리스크 관리’ 화두
금리인하-예대마진 축소-대손충당금 증가 등 ‘악재’
‘수익성’ 일시적 악화...‘건전성’ 장기적 상승

은행권은 일본이&nbsp;'화이트리스트'에서&nbsp;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강행함에 따라&nbsp;수출 규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 이르면 오는 5일부터 시행한다.<br>
경기침체 신호 등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은행권이 리스크관리 등에 고심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지난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한 은행권이 하반기 들어 불확실성에 고심하고 있다.

햇볕이 쨍쨍했던 상반기를 마쳤지만 하반기에는 계속되는 국제적 금리인상과 원자재 및 유가 인상 등으로 경기침체가 전망되는 가운데 당국의 금리인하 압박, 예대마진 축소,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가시권’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마다 정기 인사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요구에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스템 강화 등 디지털 확충과 함께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정책 확대 등 리스크 관리에 속속 나서고 있다.

'상반기 최고 실적' 금융지주·은행들, 하반기 ‘불투명’ 전망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09조9635억원이었다. 전달 대비 6조3512억원 증가한 규모다. 정기예금도 685조959억원으로 한 달 만에 5조3191억원 늘었다.

비슷한 양상으로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잔액은 118조6572억원, 정기적금 잔액은 37조4643억원으로 각각 1개월 만에 3조1240억원, 7046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은 “역머니무브 현상(시중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정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업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올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4대 금융지주사들의 2/4분기 예상 순이익은 4조593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72억원(8.4%)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4분기 확정된 순이익 4조5951억원을 합치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9조1889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역대 최대치(8조904억원)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의 지난 상반기 가계대출은 크게 줄어든 반면 기업대출 등에서 견고한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565조2950억원으로, 올 1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 7조원 넘게 줄었다. 이와는 달리 4대 은행의 올해 1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534조3000억원에서 6월 말 559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긍정적인 성과를 낸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우선 가계대출 감소가 상반기에는 크지 않았으나 하반기에는 금융지주·은행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와 함께 부동산 시장까지 어두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에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비교적 이자가 높은 가계대출은 눈에 띄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전망이다. 반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예·적금 상품은 금리가 높아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 격차)이 줄어들어 결국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이자장사’ 하지 말라며, 금리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정치권도 이에 가세해 여당인 국민의힘의 물가민생안정특위는 지난달 28일 예대마진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현재 각 은행이 분기별로 개별 공시하는 예대금리 차를 월별 또는 그 기한을 단축해 통합 공시하도록 할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상대로 대손준비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인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손준비금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은행들이 직접 산정해 쌓는 대손충당금 외에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돈이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별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 조건에 ‘경제 전망’을 반영해 추가 적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 지원 조치를 받은 대출 잔액이 133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금리 인상 시 대출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은 당장 2분기 결산부터 대손충당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금감원과 시중은행이 참여한 ‘대손충당금 미래 전망 반영 방식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경제성장률 등 미래 전망 반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각 은행에 통지했기 때문이다.

TF에 참여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기관들이 물가 상승·경기 침체를 고려,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대략 대손충당금 10% 정도의 추가 적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용으로 분류되는 대손충당금 적립 증가는 은행의 이익을 줄여 금융권에는 악재로 여겨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연 1.75%인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연 2.75%로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시중은행은 대손충당금으로 6조1000억원을 더 떼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액수는 지난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14조4000억원)의 42.3%에 달해 은행 부담은 만만치 않아진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본점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신한은행, 선제적 인사·금리 인하

불투명하고 가시권이 좁아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신한은행은 지난 1일 하반기 정기인사와 7일로 예정된 금리인하를 통해 장기적으로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하반기 정기 인사는 통상 연말에 행해지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실시돼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우선 최근 잇따라 빚어지는 은행권 횡령 등 사고를 막고, 다양한 능력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본점 및 영업점 장기근속 직원의 순환 근무, 영업점 직원의 본점 근무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1년 자체적으로 개발한 AI(인공지능) 인사도 한층 강화, 데이터 활용범위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근무지이동, 직무별 적임자 추천기능을 고도화하는 등 인사의 최적화를 꾀했다.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한다는 뜻에서 ICT 개발 직무전환제도를 도입해 금융전문성과 ICT 역량을 모두 갖춘 양손잡이 개발자 성장을 지원하고, 애자일 조직에 기업 DT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기업DT 트라이브’를 설치했다.

행내 조직도 일부 바꿨다. 최근 전략적 중요성으로 대두된 ESG경영이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신설 ESG본부가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의 ESG를 동시에 담당하게 했다. 신한지주·은행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고 일체감 있는 ESG 실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기존 부지점장급이 주로 담당하던 RM(Relationship Manager)도 전문성과 기동성을 보유한 과장급까지 확대 선발, 젊은 스타트 업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고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좋은 인재를 희망하는 현업부서에서 직접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도록 전방위적인 인재발굴과 선순환 체계를 도입한다는 뜻이다.

이날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임원들과 함께한 비공개 워크숍에서 하반기 금융시장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진 행장이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염두에 두고 각자 맡은 부문에서 리스크를 잘 살펴볼 것을 강조했다”며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앞으로 2~3년간 다뤄야 할 일들을 빠르게 준비하고, 목표가 정해졌다면 하루라도 빨리 조직을 바꾸자고 당부했다”고 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한은행은 금융당국의 요구에도 선제 대응했다. 신한은행은 연 5%를 초과하는 주담대 고객 금리를 일괄 감면하는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5일 선보였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연 5%가 넘는 이자를 내는 주담대 고객 금리가 1년간 연 5%로 감면된다. 예로 현재 연 5.6% 금리 주담대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은 연 5% 금리만 부담하고 나머지 연 0.6%에 대해선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금감원과 함께 추진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신청 고객에 대해서도 연 0.2%의 우대금리를 1년간 지원하고 새희망홀씨 신규 금리도 연 0.5%p 인하 적용하기로 했다. 전산구축이 완료되는 대로 이르면 창립기념일인 7일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신용도 등 별다른 평가 없이 금리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파격적 조치다. 이처럼 유례없던 대응을 통해 다른 은행들의 단순한 금리 인하와 차별성 있게 시장과 차주들의 안정성과 은행의 공적 역할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게 신한은행의 전략이다.

우리은행, “답은 현장과 세계에”

우리은행은 지난 1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이원덕 행장이 100일 만에 65개 거래처, 42개 영업그룹 및 지점을 직접 방문했다고 했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이 행장의 뜻에서다. 지난 4일 단행한 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고객 중심의 현장 경영과 글로벌 영업 확대에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비대면 고객기반 확대 ▲퇴직연금 고객관리 강화 ▲기관공금 영업경쟁력 강화 ▲글로벌 영업지원 조직 통합으로 운영 효율성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고객 중심 현장경영을 키워드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고 했다. 최근 600억원대의 대형 횡령 사고가 발생했던 터라 아예 인사에도 내부통제 강화를 넣은 것이 색다르다.

일단 코로나19로 일상화 되다시피 한 비대면을 선호하는 소호·WM고객을 위한 ‘WON컨시어지소호영업부’와 ‘WON컨시어지WM영업부’를 신설한다. 디지털금융 수요 확대에 맞춰 개인 리테일 고객에서 소호·WM고객까지 전 고객을 대상으로 비대면 고객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년인구의 증가와 함께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에 발맞춰 연금고객의 수익률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연금고객관리센터’를 새로 만든다. 센터는 고객관리기획팀, 수익률관리팀, 앤서백(Answer-Back)팀으로 구성, 고객의 연금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전문상담과 비대면 연금업무 지원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대공공기관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기관공금고객, 연기금과 공제회 대상 영업을 총괄하는 ‘기관공금고객본부’도 신설한다. 핵심기관의 주거래은행 재유치 준비와 정부정책사업 및 지자체 연계 기관 유치 등을 통한 영업기회 발굴에 집중, 기관공금영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영업의 제고 방안 제시와 함께 글로벌 담당 조직을 통합, 시너지를 꾀했다. 담당 부서 수는 축소됐지만 근무 인력을 유지했다. 우리은행 해외법인들이 신종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괜찮은 성장을 이루고 있어 본사 지원 조직을 통합, 최대한 효과를 낸다는 의도다.

우리은행은 기존 글로벌 전담 부서 중 ▲글로벌영업추진부 ▲업무지원부를 통합, ‘글로벌영업추진부’로 합쳤다. 글로벌영업추진부 산하에는 ▲글로벌영업추진팀 ▲글로벌경영지원팀 ▲글로벌내부통제지원팀 등 3개 팀을 뒀다.

이 중 글로벌경영지원팀은 글로벌기획팀과 글로벌지원팀을 통합했고, 기존 글로벌업무지원부 내 글로벌업무지원팀은 글로벌전략부로 옮겼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현지법인은 물론 미국의 우리아메리카은행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면서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전망되는 해외사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전담부서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했다.

역시 우리은행도 금융당국의 요구에 답했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조정금리 적용 대상을 취약차주인 9·10등급까지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금리를 내렸다. 이는 우리은행 전체 등급의 가산금리가 1.5%p씩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24일부터 우리은행은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모든 등급에 일괄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잇따른 금리↓ 수익성↓?

안팎으로 금융당국의 ‘관치금융’, ‘이자장사’ 등 험한 말이 오가는 와중에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풀’처럼 누웠다.

앞서 언급한 신한·우리은행의 주담대 등 금리인하와 함께 KB국민은행은 앞서 4월 주담대 금리를 최대 0.45%P,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55%P 낮추는 한시적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다.

하나은행도 오는 11일부터 실행되는 고금리 개인사업자 및 서민금융 지원 대출에 대해 연 7%가 초과하는 금리가 적용될 경우 최대 1%P,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 고객의 대출 금리가 기한연장 시점에 대출 금리가 연 8%로 오를 경우 연 1%P가 지원된 7%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개인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신청 고객에게도 최대 연 1%P의 금리를 인하·운영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주탁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약 2주간 두 차례 낮췄다. 신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각각 0.1%p, 0.2%p 인하했다는 것이다.

은행도 기업이다. 그렇다면 주 수익원인 대출 금리를 내리면,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을까? 악화되는 것은 자명하다. 은행권의 큰 부담이다. 다만 은행 건전성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이사)은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에 따라 대출자가 연쇄적 장기 연체에 빠지기 전에 은행 스스로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향후 높아질 수 있는 금융안정 위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대출자에 대한 감면 폭은 크지 않으나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대출자의 연체 증가가 본격화될 경우 대상이 확대 및 감면 폭 확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사실상 금융위기를 극복할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은행 손익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 손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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