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취업 ‘월급쟁이’보단 자유롭게 일감 찾아 이동
금속가공업, 인테리어, 공공조형물, 전기전자업, 광고물 등서 유행
개인능력 따라 수입 천차만별…고용주들 ‘구인난’

'2019 공구대전' 현장에서 한 중소제조업 장비업체가 용접 시범을 보이는 장면.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2019 공구대전' 현장에서 한 중소제조업 장비업체가 용접 시범을 보이는 장면.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수도권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최근 1~2년 동안 직원들 절반이 그만 두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다. “신품 절곡기나 밴딩기를 들여와서 시스템을 정비하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 못할 지경”이라는 C씨는 “요즘은 걸핏하면 직장을 관두고, 아예 프리랜서로 출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중소 제조업계에서도 이른바 ‘프리랜서’ 노동자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 군데 업체에 소속돼 고정 급여를 받는게 아니라, 이곳 저곳 떠돌며 일감을 따라 다니는 형태다. 이는 특히 금속가공업이나 인테리어, 공공조형물, 전기전자업, 광고물 등의 업종에서 유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주관하는 ‘우수공공디자인인증제’에 의해 인증업체로 선정된 한 업체도 그런 사례 중 한 곳이다. 철제 난간이나 도시형 버스정류장, 교통시설물 등을 제작, 납품하는 이 회사의 A대표는 “아예 일이 있을 때마다 ‘일당쟁이’(프리랜서)를 부르는게 싸게 먹힐 때도 있다”면서 “특히 납품 시기를 앞두고 있을 때면 (프리랜서 인력이)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한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공장을 두고 있는 A대표는 “(수도권에서) 약 150여 업체로 짐작되는 동종 업계에서 아마도 절반 이상이 프리랜서를 상시적으로 쓰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유행하게 된 것은 임금이나 근로조건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더욱 큰 이유는 중소제조업체들의 불규칙한 생산 공정 때문이다. 이들 업계는 비수기나 성수기에 따라서, 혹은 하청과 재하청의 구조에 따라 일감이 수시로 늘었다 줄었다하고, 그 때마다 필요한 인력도 변동이 생긴다. 영세한 고용주로선 인건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고, 부득이 인력 감축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이 분야 종사자들의 숙련도와 자립 의지다. 예를 들어 금속가공업체에서 철강이나 로라 작업, 밴딩 등에 10년 정도 종사하면, 나름대로 ‘준(準) 장인’ 급으로 자부한다. 각종 조형물이나 광고물 제작 분야에서도 갈바(알루미늄 합금 바)나 플렉스(광고물용 자재)작업, 배선과 용접, 썬팅을 겸비한 작업을 그 정도 오래하면 역시 베테랑급으로 대접받는다. 게다가 LED 모듈 레이아웃과 배선까지 하는 수준이면 ‘월급쟁이’로 있는게 ‘억울’하다는 느낌도 갖는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또 “그 정도의 베테랑급 인력에 대해선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하는데, 업계 현실에서 그렇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는 현장 얘기다. 그래서 대략 10년 안팎 정도의 종사자들은 으레 창업 아니면, 프리랜서로 전환한다. 그렇게 프리랜서로 전향한 경우, 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입도 천차만별이다.

LED조명과 인테리어 시공을 주로 하는 인천 부평구의 한 조명업체 대표는 “업종이나 작업의 난이도나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했다. LED모듈 조립이나 컨버터 내지 SMPS(전원공급장치) 후가공처럼 단순 반복작업일 경우는 최저 2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용접과 시공까지 할 정도면 35만~40만원 수준까지 치솟고, 연장 근무를 할 경우 시간 외 수당은 시급 5만~8만원 수준이 보통이다. “그렇게 보면, 프리랜서 일을 하는 당사자로선 대략 한 달 20일 작업 기준으로 약 500만~800만원 수입에다, 그 중 10~15% 비용 빼고 자기 몫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는 평균적 사례이며, 개인의 ‘영업 능력’이나 숙련도, 작업 역량에 따라 다르다. 아예 ‘토털 솔루션’으로 모든 작업 공정을 소화하는 ‘팔방미인’ 수준의 작업자도 있고, 반면에 용접이나 도료 작업, 스카이차(고공 작업 차량) 시공처럼 일부 특별한 공정만을 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 일당 50만원이 보통인 스카이차를 제외하곤, 후자는 당연히 수입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유직을 희망하는 세태가 두드러지는 만큼 프리랜서 인력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는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렇다보니 기존 업체들로선 갈수록 ‘구인난’에 시달린다. 새로 CNC 면취기를 구입하려다, 최근 구매계약을 취소한 경기도 시화공단의 한 업체도 그런 경우다. “기계 들여놓아봤자, 이에 맞는 일감을 제대로 소화할 만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더라”는게 그 이유다. 이 업체 대표 J씨는 “15명 직원들도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서, 정 기계를 들여놓으려면 프리랜서를 써야 한다”면서 “그러면 작업해봤자 남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 업계에선 ‘쓸만한 인력’이나 인재는 대거 프리랜서로 전업하는 경우가 날로 늘어나공 있다. 그래서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예전처럼 수 십 년 세월을 묵힌 베테랑 인력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완전히 믿고 한 식구처럼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구하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2세에게 하던 일을 물려주는 ‘대물림’ 현상이 영세 경공업 사업장에선 날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J씨는 “요즘 유행하는 ‘워라밸’ 탓이고 할 수는 없으나, 분명 노동시장도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대표적 현상 중 하나가 ‘프린랜서’가 아니겠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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