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1만580원, 8년만에 기한 내 결정
노사 양측, 입장차 워낙 커 각각 불만
민주노총, 7월2일 전국노동자대회 예정 ‘투쟁’ 나설 듯
레미콘노조, 1일부터 운송 거부 예상

자료= 최저임금위원회
자료= 최저임금위원회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9620원으로 확정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결정된 최저임금은 올해 9160원보다 5%(460원) 오른 금액이다.

그러나 노사 양측 모두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이의제기가 빈발, 노사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8년 만에 법정 시한 내 결정

이에 앞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23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890원(18.9% 인상), 9160원(동결)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 28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1~3차 수정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끝내 이견을 좁힐 수 없었다. 양측이 최종 수정안은 노측 1만80원(10%인상)과 사측 9330원(1.8% 인상)이었다. 노측은 윤석열 출범 이후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진입을 강하게 주장한 반면 사측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으로 어렵다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생존을 걱정할 상황이라 최소 인상을 강조했다.

이처럼 노사가 크게 차이 나는 입장을 보이자 공익위원들은 9410~9860원(2.7~7.6%인상)으로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 노사가 각각 특정 범위 안에서 다시 수정안을 내도록 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 모두 이를 거부하자 공익위원 측은 9620원 단일안을 상정, 표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위원 중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4명)이 집단 퇴장하고, 사용자위원(9명)들도 표결 선포 직후 퇴장해 표결에는 공익위원 9명과 근로자위원 중 한국노총 위원 5명만 참여했다.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월급(209시간)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에 이른다. 처음으로 월급 200만원대를 돌파한 액수다. 올해 191만4440원보다 9만6140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을 살펴 보면, 적용 연도 기준으로 2018년 16.4%, 2019년 10.9%로 대폭 올랐다가 2020년 2.87%, 2021년 1.5%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다가 올해 인상률 5.1%, 내년 5.0%로 수렴되고 있는 상태다.

최저임금위가 법정 심의 기한을 지켜 최저임금을 결정한 건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4월 초 제1차 전원회의를 시작, 5월에 2차, 이달에 3~8차 전원회의를 개최, 최저임금을 심의했고, 29일 확정했는데, 이날은 법적으로 정해진 최저임금 심의 기한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번에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되면, 고용부 장관은 오는 8월 5일까지 이를 고시해야 한다. 고시에 앞서 노사가 최저임금 안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 재심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 전 사업장에 적용된다.

노사 각각 반발, 갈등 내재화

이번 표결 진행과정은 노사 양측의 반발로 삐걱거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동계와 경영계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는 강수를 둔 탓이다.

민주노총 위원 4명이 퇴장한 가운데 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은 퇴장하면서 기자들에게 “실질임금 임금 삭감 안이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감안하면 더 심각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최종 표결 전 경영계인 사용자위원 9명도 전원 퇴장했다. 표결 선포 직후 퇴장, 이들의 표결은 기권 처리됐다. 사용자위원 간사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는 기자들을 만나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5% 인상안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애초부터 노사 양측의 입장차는 워낙 컸다. 노동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890원(인상률 18.9%)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데 이어 금액을 줄여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인상률은 두 자릿수를 내세웠다. 1차 수정안에서 1만340원(12.9%), 2차 1만90원(인상률 10.1%), 3차 1만80원(인상률 10.0%)으로 제시한 것이다. 반면 사용자위원은 최초안으로 동결을 냈다가 1차 수정안에서 100원, 2차에서 50원을 올렸고, 3차에서는 20원을 추가해 올해보다 170원(1.8%) 인상한 9330원을 내놨다.

결국 공익위원들의 9620원 결정으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지켜지지 못 한데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결정되는 내년도 최저임금도 1만원 문 앞에서 좌절됐다.

노측은 “올해 특히 물가 상승률 급등으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7%이고, 6~8월에는 6%대 물가상승 전망도 나온 상황에서 노측은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이 줄고, 특히 저소득 가구일수록 타격이 크다”며 “임금이 가구 생계비로 기능할 수 있도록 물가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사측은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분명한 만큼 지불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사하고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것과 같은 맥락에서 사용자측의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경총이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금번 인상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사용자위원 전원이 유감을 표명하고 퇴장한 후 의결된 것으로, 이는 최근 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주장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경총은 또한 “최근 5년 간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한계에 이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 최근의 복합경제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금번 5.0%의 인상률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어 경총은 “한계에 다다른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수용성조차 감안되지 않은 금번 결정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은 더욱 뚜렷해졌다. 정부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내년 심의 시에는 반드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경영계는 금번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는 이로 인해 초래될 국민경제의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내달 2일 ‘본격투쟁’ 예고

반면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최저임금 올리고 불평등 없애고 투쟁문화제’에서 김민재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충남세종본부장은 “연일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금리와 고환율로 민생은 계속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반노동정책으로 정확하게 반대 방향 역주행 한다”며 “물가가 10% 오르면 최소한 임금이 10% 이상 올라야하고, 그래봐야 우리의 삶은 제자리걸음이다. 물가인상률을 반영해서 대폭 인상을 하지 않으면 올해 노동자들의 삶은 이미 후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올려야하는 이유는 이미 차고 넘치게 말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생각보다 쉽게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저들이 원하는 대로 호락하게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세웠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올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불타고 있지만, 정부 공익위원들만 그 사실을 모르는 듯 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 투쟁은 윤석열 정부를 맞는 우리들의 첫 번째 고비다. 민주노총의 힘으로 넘어서자”고 한 뒤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권을 향해 7월 2일 용산에서 만나자. 그리고 더 힘을 내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투쟁중인 거제로 가자”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7월 2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를 기화로 한국노총과 연계, 대대적인 장외 투쟁이 예상돼 겨우 가라앉은 화물연대의 파업에 이어 다양한 산별노조와 겅영계의 충돌이 전망된다.

벌써 이날 레미콘운송노동조합(운송노조)은 내달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운송노조는 “전날 조합원 투표 결과 파업 찬성률이 82.9%를 기록했다”며 “30일까지 레미콘 제조사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운송을 거부하겠다”고 주장했다.

운송노조는 현재 회당 5만6000원인 운송비를 7만1000원으로 1만5000원(약 27%)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차량 운행에 드는 요소수 비용 전액을 레미콘 제조사가 부담하고 ▲명절 상여금 100만원 ▲근로 시간 면제수당 100만원 △성과금 1인당 100만원(연 2회) 지급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레미콘 사용자 측은 “이미 경유 등 유류대를 제조사가 모두 부담하고 있으며, 운송비 상승 폭도 레미콘 가격 상승에 비해 과하다”면서 “수도권 레미콘 운송비는 2017년 4만원에서 지난해 5만6000원으로 40% 인상됐다. 운송노조 요구대로 7만1000원을 적용하면 5년 만에 77%가 오르게 된다. 이에 비해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2017년 ㎥당 6만4200원에서 지난해 7만1000원으로 10.6% 인상에 그쳤다. 재료인 시멘트 가격이 약 15% 뛴 올해도 ㎥당 8만300원으로 13.1% 오르는 데 그쳤다. 원자재에 비해 레미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기에 운송료 인상도 물가상승률 수준인 5%(3000~4000원) 내외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 차가 현격히 큰 탓에 건설업계는 다시 한 번 ‘셧다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경남 창원 등에서 지난 5월 18일부터 6주간 레미콘 운송업자들이 운송거부에 나선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달 2일 전국노동자대회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나라 경제가 하반기에 어떻게 나아갈 것이냐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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