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경제위기, 中企 종합대책은 없나?
전례없는 경제위기, 中企 종합대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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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소상공인, ‘트리플 상승·하락’ 위험 노출
중기부 등 단발성·미봉책만 내놔
기획재정부 포함, 포괄적 방안 마련 나서야
대내외적 복합위기 속에서 자본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종합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한 중소기업 공장 내부.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대내외적 위기가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가운데 중소기업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대기업이나 견실한 중견기업들은 나름대로 위기대응 체계가 작동하기도 해서 그나마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자본력과 규모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팍팍해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특히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중소기업들은 아우성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4.5원 오른 1301.8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상승은 2008년 금융위기 처음이다. 14년 만에 환율이 최고조로 오른 셈이다. 더욱이 단기적으로 1350원대까지 오른다는 금융권의 예측이다.

이에 대해 주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등을 중심으로 종합 대책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위기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트리플 상승’에다 ‘트리플 하락’ 덮쳐

코로나19가 잦아들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와 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우리나라 경제는 이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300원 원달러 환율이 무너지자 불황의 장기화, 이른바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환율상승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질 경우 수출기업에 호재가 돼왔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원자재를 수입, 재가공 판매하는 업체들에 있어 원자재 수입원가 상승으로 결국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악재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외화부채가 높은 기업들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현재 환율만 오르는 게 아니다. 고금리에 고물가가 더해진 ‘트리플(triple, 3중) 상승’이 독이 되고 있다. 게다가 생산·투자·소비가 악화되는 ‘트리플 하락’도 동반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금리 현상은 ‘주택담보대출’부터 시작됐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4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7.3%다. 2014년 3월(78.6%) 이후 8년 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예시로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를 인용하면, 지난 3월말 기준 가계대출은 1752조7000억원이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빅 스텝’으로 0.50%p 올릴 때,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정도로 상승할 경우 대출자 이자부담은 약 6조7479억원(1752조7000억원×0.77×0.005) 정도 늘어나는 셈이어서 가계에 부담을 준다는 얘기다.

은행 돈을 빌려 쓴 중소기업·자영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960조7000억원에 달했다. 2019년말 684조9000억원에 비교하면, 2년3개월 만에 무려 40.3%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신용 증가율 23.7%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중 중소기업대출에 포함되는 사업자 대출은 625조1000억원으로 자영업자 전체 대출의 약 3분의2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부진한 매출로 어려워진 운영자금을 은행 돈을 꿔서 메꾼 탓이다.

문제는 이렇게 꾼 돈을 못 갚는 부실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다중 채무자 등 취약차주가 빌린 자영업자 대출은 1분기 말 기준 88조8000억원이다. 2019년 말 68조원보다 30.6%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6개월씩 연장해 온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끝난다. 아울러 손실보전금 효과도 점차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채무상환 위험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물가도 천정부지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2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유럽 등이 30~40년 만에 최고의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우리도 조만간 6월 또는 7~8월에 6%의 물가상승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998년 11월 외환위기 때, 6.8% 물가상승 충격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6%대 높은 물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추 부총리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곡물가 급등 등 대부분이 해외발(發) 요인이기 때문에 상당기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물가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23일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하는 등 원화 가치가 약세인 상황이라 수입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 현장, 초토화

앞서 언급한 ‘트리플 하락’ 악재를 제외하더라도 이처럼 유가·원자재 인상, 고환율에 고금리까지 ‘트리플 상승’이 밀려오면서 실제 중소기업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때 보다 더 위기 의식에 휩싸여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7~13일 수출입중소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수출전망’ 조사결과, 응답기업의 25.6%가 하반기 전망이 ‘나쁘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조사결과(5.2%)와 비교하면 무려 20.4%P 증가한 수치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답변은 30.5%, ‘이익이 발생했다’는 응답은 19.1% 였다. 50.4%는 ‘아직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 유형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증가’(78.1%)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물류비 가중으로 인한 부담 강화’(43.2%), ‘거래처의 단가 인하 요구’(20.0%) 등의 순이었다. 특히 피해가 급증한 업종은 철강·금속·화학공업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비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중소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계는 앞으로 일정기간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 조정을 요구했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부장은 “수출 화물 선박·항공 확보 및 운임료 등을 보조해 주고 주요 원자재에 대한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며 “비용 인상 요인을 손실로 그대로 떠안지 않도록 납품단가연동제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금융 지원이나 가격에 직접 손쓰기도 어렵다. 외생적인 수입물가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누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판매가격을 올려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금리인상이 뒤따른다. 악순환으로 금리인상은 중소기업이 꾼 돈을 갚기 어렵게 만들어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결국 한계기업의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리스크 점검 영향’ 보고서에는 “금리 1%p 상승 시 중소기업 중 자본잠식기업의 비율은 0.63%p 증가한다”며 “중소기업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는 3중고가 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산업용 발전 설비를 제작,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과거 고환율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수입 물가가 함께 오른 데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채가 늘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공급망 불안 등으로 원자재는 작년에 비해 40% 넘게 오르고 금리는 2%p 넘게 상승해 이제는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6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됐다. 지난 4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5%에 불과했다. 80%가 정상치라는 게 중기중앙회의 설명이다. 소기업은 전월대비 0.3%p 상승한 68.7%, 중기업은 전월대비 0.2%p 하락한 76.1% 수준에 그쳤다. 6월 경기전망지수(SBHI)도 86.1를 기록, 전월대비 1.5p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은 87.1로 전월대비 1.7p 떨어졌고, 비제조업은 85.5로 전월대비 1.4p 하락했다.

정책당국은 뭐하고 있나

견디다못한 건설업계는 지난 18일 건설현장 자재비 폭등에 따른 범정부 비상종합대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철근·시멘트·레미콘 가격 급등에 따른 타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건설 주요 자재인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평균 t당 6만2000원에서 지난 4월 9만800원으로 46.5%나 뛰었고, 철근 가격은 지난해 t당 69만원에서 지난달 t당 119만원으로 72.5%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유류비·요소수 가격·건설장비 임대료마저 크게 올라 시공원가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정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다른 업종도 도긴개긴이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농식품제조업위원회’에 참석한 정종호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장은 “전국 두부업체 중 98%가 5인 미만 소상공인 영세업체”라면서 함께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에게 ‘원재료 직배’를 호소했다. 수입 곡물가 급등으로 원재료 수급에 어려움이 커지자 직배물량 확대 등 안정적인 곡물 수급대책과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들의 인금인상 러시와 함께 내년 최저임금 인상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외생변수로 인한 위기에 ‘약발’ 있는 대안 마련이 어렵다 할지라도 중기부 등 정부차원에서 일부 업종에 한하거나 단발성 대책만 내놓고 있어 ‘존재의 이유’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달 31일 범부처 중기정책 총괄‧조정기구인 ‘중소기업정책심의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영 장관은 “최근 금리인상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 등 향후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도약,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통합‧연계 지원하고,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달도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단편적인 일부 소상공인 지원과 중소기업 성장책만 내놓을 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실제적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종합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윤석열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된 상황과 유사하다. 전반적 발표 내용에는 중소기업계의 요구사항인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기업승계 활성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등이 반영됐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엄습한 현실적인 위기에 종합적·실제적인 대응방안은 거의 논의되지 않아 아쉬움을 주었다.

경제연구소 B박사는 “중기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과 긴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면서 “상황이 상황인 만큼 금리와 물가, 환율을 조정할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포괄적인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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