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인상,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 탓
'최악의 상황' 분석, 국내 전문가 “충분히 대응할 만한 수준”

블룸버그의 보도 기사의 사진으로 서울 망원시장에서 한 시민이 1천원 지폐를 내밀고 있다.(사진=블룸버그 통신)
블룸버그 보도 기사의 사진. 서울 망원시장에서 한 시민이 1000원 지폐를 내밀고 있다.[블룸버그 통신]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22일 오전 블룸버그 통신이 “세계 성장 둔화 우려로 원화 환율이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다”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보도,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는 서울 망원시장 채소 노점에서 한 시민이 1000원권 지폐를 내밀고 있는 사진과 함께 이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블룸버그의 엄재현 한국 특파원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세계 최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세계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13년 만에 한국의 원화가 가장 약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원화는 21일 현재 달러당 1297.60원으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는 “달러 대비 가치 하락으로 인해 원화는 무려 8% 이상의 손실을 입음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 최악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블룸버그는 우리은행 민경원 이코노미스트의 코멘트를 인용했다. 그러나 민 이코노미스트는 “원화가 1,300원대를 넘어서면 달러 매수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재정 당국도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게 밝혔다. 블룸버그가 우려하는 만큼 ‘최악의 상황’이라기 보단, 통화당국이 충분히 대응할 만한 수준이란 얘기다.

한편 블룸버그는 그 배경이 되는 미 연준의 움직임을 곁들여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 미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과도한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빨리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몇 주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강경한 ‘배팅’(자이언트 스텝) 속에 미국의 경기침체 전망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게다가 치솟는 유가는 수입원가를 끌어올리면서 원화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한국은 지난 4월에 2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심리를 해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국내 주식을 42억 달러 순매도했다”고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이 매체는 또 “원화 약세는 당국의 우려를 증폭시켰다”면서 “이번 주 시장에서 과도한 일방적인 움직임이 보일 경우, 통화당국이 적절히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추경호 경제 부총리의 말을 전했다.

해당 기사는 블룸버그 통신의 ‘마켓’ 섹션 톱기사로 크게 실렸다. 한편으론 현지 특파원의 보도를 통해 특히 한국 원화에 미국 유력언론이 관심을 갖는다는 면에서 이례적일 수도 있다. 또 원화가 달러, 위안화, 유로, 엔화에 이어 의미있는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앞서 민 이코노미스트와 같은 실물경제 전문가들은 엄 특파원의 시각과는 다소 결이 다른, 유보적 전망이나 신중론을 펴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