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이후 세계 각국 앞다퉈 식량·비료 수출제한
전체 식량 80% 수입 상황, 심각한 식량 공급망 교란
국내 사료·육류·가공식품 등 연쇄적 물가상승 유발

유럽의 한 농장 풍경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Velodyne Lidar, Inc.)
유럽의 한 농장 풍경 [Velodyne Lidar, Inc.]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예고하는 조짐이 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세계 각국이 식량 보호에 나서고 있다. 각국은 수출금지, 허가제, 관세 조정 등의 수출제한조치 등을 통해 식량 안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체 식량의 80% 가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이에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특히 한국무역협회와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세계 각국의 식량 수출제한조치로 식량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국내 식품 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기관이 20일 발표한 ‘식량 수출제한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에 따르면 올해 세계 각국이 내린 식량·비료 수출제한조치는 57건에 달한다. 그 중 45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품목 중에서는 소맥(18건), 대두유(10건), 팜유(7건), 옥수수(6건) 순으로 많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로 식량을 수입해 이를 가공·소비하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따른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에 달하며, 주요 식량인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무역협회 김나율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수출제한조치 시행국에서 수입하는 식량은 전체 수입량의 11.6%(칼로리 기준)에 불과하지만, 수출제한으로 인한 국제가격 상승은 수입가격 및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더욱이 러시아, 중국 등 세계 비료 수출 상위국이 비료에도 수출제한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사료나 식품업계 전반에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협회는 이에 주요국의 식량 및 비료 수출제한조치로 인한 가격 상승이 우리 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수출제한 이후 곡물, 유지, 비료 가격이 각각 45%, 30%, 80%나 올랐다. 이는 연쇄적으로 국내 사료(13.6%)나, 가공 식료품(6.1%), 육류 및 낙농품(6%)의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곡물·식량작물(3.9%), 채소·과실(3.2%) 등 농산물도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가 사전에 대비하기 어려운 지정학적·국제적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식량 안보·공급망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여 위험 품목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체 공급선 마련 등의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내 식량 자급률 제고와 해외 농업개발이 안정적 식량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특히 해외 농업개발의 경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수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으며 해외에 우리나라로 연결되는 식량 유통망을 구축하여 안정적인 물량 조달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인 추진을 주문했다.

김냐율 연구원은 이 대목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국내외 식량 생산 및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자금 지원, 전문인력 양성과 정보 제공에 힘써야 하며, 국내 기업도 해외 직접·위탁 생산 확대나 해외 유통 터미널 지분 매입, 합작 투자 등을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식량 공급망 교란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식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를 구축해 사전에 위험 품목을 파악하고 수입대체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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