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공정과 이해충돌
[장태평 칼럼] 공정과 이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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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원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장태평 전 농식품부 장관

윤석열 정부에서도 장관 후보자 중 몇 사람이 인사 청문 과정에서 탈락하였다. 그 중에 한 사람은 국립대 의대교수와 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두 딸을 같은 의대에 학사 편입한 것이 드러났다. 본인은 정당하게 절차를 밞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정당한 절차에 관계없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부당행위이다.

‘이해충돌’이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적 이익이 개입되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공직자가 자신의 토지가 있는 지역을 재개발하도록 도시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자녀나 친척을 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자신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회사와 구매계약을 채결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 등이다. 이와 같은 이해충돌 행위는 공적 과정의 공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는 부당한 행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가능성 자체를 원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것이 이해충돌방지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공공부문에서 이해충돌방지제도가 불완전하게나마 지난 5월부터 도입되었다.

선진국에서는 민간부문의 이해충돌 행위까지도 불법행위로 폭넓게 그리고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계사가 어떤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회사의 회계감사를 하게 되면, 분식회계를 눈감아 줄 수 있다. 재판 중인 사건의 변호사가 담당 판사와 암암리에 사적으로 만난다면, 불공정한 판결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변호사회나 회계사회의 자체 윤리규정을 통해 이러한 행위를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윤리적인 문제를 넘어 다른 이해 관련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부당하고 위법한 행위라 할 수 있다.

현행 우리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에는 공직자의 가족 채용 제한, 수의계약 체결 제한,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사적사용 및 수익 금지,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관련 공직자에게 사전 신고, 회피 및 기피 신청, 거래 신고,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너무나 빈틈이 많다. 규제 행위가 몇 가지 항목으로 열거 되어 있어서 유사한 이해충돌 행위가 규제를 벗어날 수 있고,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높은 국회의원은 국회의 윤리 규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하였고, 사립학교 직원과 언론관련 종사자들이 제외되어 있다.

이해충돌 행위는 사회의 공정성을 크게 손상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는 범죄의식이 약하여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하고 있다. 언론사가 광고에 협조하지 않은 기업에 대하여 비리를 취재하여 기사화할 수 있다. 그 비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이해충돌에 해당되는 중대범죄이다. 기업의 사외 이사로 있다가 공직자가 되어 중대한 정책을 수립할 때,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를 규제한다고 하나 형식적이다. 로펌의 변호사나 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이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나 주식 등의 소유를 통해 이해충돌의 문제를 범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보수를 인상하거나 특권을 확대하는 입법 활동을 하면서 이해충돌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정 산업의 국가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관련 산업의 전문가들도 이해충돌을 의식해야 한다. 선거 후에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공기업의 CEO로 선임되면서도 마찬가지이고,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이 기금을 운용하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해충돌 방지는 공적 업무와 사회적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며, 이를 어기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해충돌이 제대로 방지되어야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소집단의 이익 카르텔이 강화되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한데, 이의 해결을 위해서도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한 선한관리자의 책무가 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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